[부부의 세계]①'스캐' 넘어선 19금 드라마…신드롬급 성공 비결

전문가들 "익숙한 불륜소재에 새 메시지 입혀"
탄탄한 대본, 섬세한 연출…"웰메이드 심리 스릴러로"
일부 선정적 장면 그대로 노출에 불편 호소도
  • 등록 2020-04-29 오전 6:00:00

    수정 2020-04-29 오전 6:00:00

[이데일리 스타in 김보영 기자] 영국 BBC 드라마 ‘닥터 포스터’를 리메이크한 JTBC 금토드라마 ‘부부의 세계’가 매회 최고 시청률을 경신하며 비상파 드라마의 새 역사를 쓰고 있다. 불륜은 주말과 일일을 가리지 않고 극에서 빈번히 다뤄온 해묵은 소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드라마가 방송계를 넘어 신드롬급 인기를 끈 것은 기존의 불륜 드라마에서 볼 수 없었던 차별화된 요소들을 갖췄기 때문이라는 평가다.

‘부부의 세계’ 캐릭터 포스터. (사진=JTBC스튜디오 제공)
‘SKY 캐슬’ 뛰어넘은 불륜 드라마…“익숙한 소재, 새로운 메시지”

27일 시청률 조사회사 닐슨코리아의 집계에 따르면 지난 25일 방송된 ‘부부의 세계’ 10회는 유료가구 기준으로 전국 시청률 22.9%, 수도권 시청률 25.9%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초 종영한 JTBC 드라마 ‘SKY 캐슬’이 기록한 역대 비지상파 드라마 수도권 최고 시청률 24.6%를 넘어선 것이다. 최근 ‘부부의 세계’ 제작진이 9회부터 최종회까지 19세 등급으로 방송할 것이라고 공식 발표한 직후 거둔 성취로, ‘19금 드라마는 흥행이 어렵다’는 속설을 깨고 승승장구 중이다. 이 같은 상승세라면 ‘SKY 캐슬’이 세운 비지상파 드라마 전국 최고 시청률도 뛰어넘을 것으로 관측된다.

전문가들은 이 드라마의 인기 요인으로 기존 한국 드라마에서 볼 수 없었던 새로운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는 점을 꼽는다. 정덕현 평론가는 “불륜 소재라고 다 ‘막장’이고 진부한 게 아니다”며 “오히려 불륜은 옛 고전문학에서부터 꾸준히 다뤄져 온 소재이기도 하다”고 짚었다. 그는 이어 “다만 익숙한 소재에 얼마나 새로운 메시지를 입혀 효과적으로 대중에 전달하는지가 인기의 관건”이라며 “대부분의 불륜극이 부부 간 단순 대결구도와 난타전, 복수로 이뤄져 있는데 ‘부부의 세계’는 이 단순한 구도에 인물 간 섬세한 감정선과 심리 변화를 입히고 부부를 비롯한 인간관계의 본질 자체를 파고든다. 그것을 하나의 심리스릴러처럼 풀어냈다”고 분석했다. 드라마가 인물의 감정과 심리를 섬세하고 예리하게 포착해내 묘사함으로써 대중이 극중 인물과 극에 더 몰입할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한 드라마 제작 관계자는 “남편이 불륜을 했다는 사실뿐 아니라 주인공 지선우(김희애 분)와 오랫동안 이웃처럼 교류해온 주변인 모두가 이를 침묵한 공범이었다는 점 등을 들어 현실 인간관계에서도 겪을 수 있는 위선을 드러낸 점이 공감을 이끈 것 같다”며 “추리를 자극하는 결정적 장면이 담긴 엔딩이 매회 등장하며 크고 작은 반전을 쉴 새 없이 선사하는 점도 드라마의 인기에 한몫했다”고 말했다.

‘부부의 세계’ 스틸컷. (사진=JTBC 스튜디오)
본질 꿰뚫는 대사·섬세한 연출…‘제작진 맛집’

인물들의 적나라한 감정들을 드러내는 대사들은 ‘부부의 세계’의 또 다른 인기요인이다. 각종 SNS(사회관계망서비스)와 유튜브 등에서는 극중 배우들의 어록, 성대모사가 주요 검색 키워드로 오르며 화제를 모으고 있다.

시청자 박민지(28)씨는 “이태오(박해준 분)의 ‘사랑이 빠지는 게 죄가 아니잖아’라든가, 최 회장 아내의 ‘남자에게 섹스는 배설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잖아요’ 등 인물의 성격을 대변하면서 현실을 후벼파는 직관적인 대사들이 귀에 꽂힌다”며 “원작도 봤는데 작가가 대사를 원작의 흐름을 해치지 않으면서 우리 정서, 공감대에 맞게 현지화를 잘 했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작가의 대사를 빛나게 한 감독의 섬세한 연출도 이 드라마의 몰입에 빠질 수 없는 일등공신이다. 한 드라마 제작사 대표는 “모완일 감독은 ‘미스티’ 등 전작들을 통해서도 입증했지만 섬세한 감정선의 변화가 드러난 작품에서 강점을 보인다”며 “다양한 구도와 시점을 실험적으로 활용해 긴장감을 높이는가 하면 사물을 활용한 관계 및 심리 묘사, 복선 암시로 이 드라마의 매력을 한껏 끌어올렸다”고 전했다. 지선우와 이태오, 여다경(한소희 분)의 삼자 대면과 함께 도자기를 깨뜨리는 장면으로 부부관계가 파탄날 것을 암시한 대목이 대표적이다. 이 드라마는 주인공의 바뀐 의상, 집 인테리어 등 디테일한 요소들까지 이야기를 완성하는 소재로 활용한다.

다만 여과 없이 폭행을 묘사한 장면이나 남성은 돈, 여성은 나이와 외모라는 잘못된 성인식을 부추길 수 있는 일부 대사들에 대한 비판의 시선도 있다. 주부 최수민(37)씨는 “지선우가 박인규(이학주 분)에게 무차별 폭행을 당하는 모습을 시청자가 때리듯이 1인칭 시점으로 담아낸 장면이라든가, 데이트 폭력을 당하는 민현서(심은우 분)의 모습을 여과없이 내보내는 것을 보고 ‘좀 심하다’고 생각했다”며 “‘명품백을 사주면 애인이 되겠다’며 손제혁(김영민 분)에게 접근하는 20대 여자 바텐더의 대사도 현실에 있을 법한 일이라지만 잘못된 성의식을 부추기는 게 아닐까 우려됐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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