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자고 가면 되죠.”(고진영)
지난 24일 인천 영종도 스카이72 골프앤리조트 오션코스에서 열린 현대카드 슈퍼매치에서 맞대결에 나선 여자골프 세계랭킹 1위 고진영(25)과 박성현(27)은 경기 뒤 이렇게 말하며 훈훈했던 승부에 만족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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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살 터울의 고진영과 박성현은 2014년 같은 해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에 데뷔했다. 박성현이 드림(2부) 투어에서 2년 동안 활동한 탓에 두 살 아래인 고진영과 같은 해 데뷔했다.
미국에서도 박성현이 먼저 성공시대를 썼다. 진출 첫해 올해의 선수와 신인상을 동시에 수상하며 단숨에 세계무대를 평정했다. 고진영은 2018년 적응을 마친 뒤 지난해 여왕의 자리에 올랐다.
6년 넘게 투어에서 활동했지만, 가까워질 기회는 없었다. 올해 고진영과 박성현에겐 연결고리가 생겼다. 같은 후원사와 매니지먼트에서 한솥밥을 먹게 됐다.
박성현의 기대처럼 경기가 끝난 뒤 둘 사이엔 웃음이 넘쳤다. 고진영은 “경기를 하느라 생각만큼 많은 대화를 하지는 못했다”며 “그래서 얼마 전 이사한 집으로 놀러 오라고 언니를 초대했다”고 조금 더 가까워졌음을 엿보였다. 그러면서 “하지만 언니가 아직 답변을 안했다”고 재촉했다. 후배의 눈짓에 박성현은 “저는 김포에 살고 있는데 용인까지 갈 생각을 하니 너무 멀다”고 머뭇거렸고 그러자 고진영이 “하루 자고 가면 되죠”라고 다시 재촉했다. 박성현은 그제야 “그러면 되겠네”라며 “뭐 필요한 건 없어”라고 물었고, 고진영은 “다 있으니까 휴지만 사오세요”라고 초대에 응한 선배를 보며 웃었다.
특별한 추억을 만든 고진영과 박성현은 서로에 대한 칭찬도 아끼지 않았다. 고진영은 “언니는 다 잘하는데 함께 경기하다 보니 더 단단해진 느낌이 들었다”고 추켜세웠고, 박성현은 “어리지만 침착한 경기 운영이 좋다”고 격려했다.
박빙의 승부가 될 것이라는 예상처럼 경기 결과 역시 사이좋게 무승부로 끝이 났다. 경기 뒤 나란히 기자회견장에 앉은 고진영과 박성현은 “저희가 원한 대로 최고의 시나리오가 나온 것 같다”며 다시 한 번 웃었다. 박성현은 “행복한 하루였다”고 후배와 함께했던 승부를 좋은 추억으로 간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