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동원 "좀비인기 이해돼…중요한 시기"[인터뷰]

[이데일리 스타in 박미애 기자] “‘좀비영화는 오컬트보다 덜 무섭지 않을까’라고 생각했는데, 왜 사람들이 좋아하는지 알겠더라고요.”

오는 15일 개봉하는 ‘반도’로 2년 만에 스크린에 복귀하는 배우 강동원은 최근 이데일리와 인터뷰에서 “좀비는 유령과 다르게 눈에 보이고, 가까운 사람일 수 있어서 좀 더 현실적으로 받아들이는 것 같다”며 이 같이 말했다.

‘반도’는 천만 흥행을 거둔 ‘부산행’의 속편 격 영화로, 감염과 재난을 소재로 한 시의성, 코로나19를 뚫고 출격하는 190억원 규모의 대작으로 일찌감치 관심을 모았다. 강동원 입장에서 그러한 관심은 부담일 수 있었다. 속편을 잇는 것은 전편과의 비교에서 오는 압박감을 넘어서야 한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강동원이 ‘반도’를 선택한 건 대재앙 이후를 그린 ‘반도’의 세계관과 그 세계관을 구현해낼 연상호 감독에 대한 신뢰 때문이다.

“지금까지 국내에서 대재앙 이후의, ‘포스트 아포칼립스 세계관’을 그렸던 영화들은 없었던 것 같아요. 한국영화에서 처음 시도하는 영화라는 점에서 일단 끌렸고요. 감독님이 촬영을 일찍 끝내기로 소문났잖아요. 정말로 그럴까 궁금했죠.”(웃음)

연상호 감독은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작업 스타일로 유명하다. ‘프리(프로덕션)’에 공을 들이기 때문에 촬영 때에 시간을 허투루 쓰는 법이 없다. ‘부산행’도 그렇고 ‘반도’ 역시 현장 편집본과 완성본 사이에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스태프 처우와 업무 환경 개선에 신경 써온 강동원에게는 그런 감독의 작업 스타일이 마음에 들 수밖에 없었다.

“저는 남들을 힘들게 하면서 성공하고 싶지 않고, 마찬가지로 자신의 성공을 위해서 주변 사람들을 괴롭히는 사람들을 이해할 수 없어요. 감독님의 그런 가치관이 저와 잘 맞았던 것 같아요.“

강동원은 ‘반도’에서 폐허가 된 반도로 돌아가는 정석 역을 맡았다. 정석은 전직 군인으로 강도 높은 액션을 선사하나 영웅성을 부각시킨 캐릭터는 아니다. 정석은 4년 전 눈앞에서 누나와 조카를 잃은 상처로 자책과 후회를 하며 사는 인물이다. 그의 감정은 이후 민정(이정현 분)과 준(이레 분) 유진(이예원 분)을 만나면서 유대와 책임으로 각성된다.

“정석이 히어로와는 거리가 멀어서 밋밋할 수 있지만, 대신에 현실적인 캐릭터라 관객은 정석의 감정선을 따라가기 쉽다고 생각해요. 이 영화의 히어로는 민정 가족이에요. 기존에 많은 영화에서 여성과 아이는 나약하게 그려지고 도구적인 역할로 쓰였는데 이 영화는 그렇지 않아요. 이레의 카체이싱 액션을 큰 화면으로 보면 엄청 멋있을 겁니다.”

앞서 강동원은 “강동원 삼촌이 옛날에는 유명했다더라”라는 열 살 아역배우 이예원의 악의 없는 발언에 ‘녹아웃’당했다. 그에 앞서서는 비주얼 논란으로 이름이 포털의 검색 순위를 장식하기도 했다. 공교롭게 이번 영화를 하면서 연거푸 무안한 상황을 겪었다.

“뭐 저도 이제 나이가 있으니까요. 저도 예원이 나이 때를 생각해보면 신성일 선배님 작품을 보면서 크지는 않았거든요. 예원이뿐 아니라 이레도 저를 몰랐대요. 당연한 거죠.”

그러고 보니 어느 새 40대로 접어들었다. 마흔의 나이는 인생의 특별한 변곡점으로 여겨진다. 강동원도 다르지 않았다. 최근 한 화보 촬영 중에 ‘존버’를 언급한 것과도 무관하지 않다.

“‘존버’라는 말을 얼마 전에야 알았어요. 처음 그 말을 들었을 때는 재미있다고 웃었는데, 지금 제가 완전히 성인 남자 배우로 넘어가는 시기여서 가볍게 들리지만은 않더라고요. 잘 준비해서 앞으로의 연기 인생을 잘 보내야죠.”

요즘 강동원의 관심사는 야구란다. 자신을 행복하게 해주는 것이라며, “야구는 아저씨들이 좋아하는데…”라고 싱거운 농담을 던지는 그에게서 나이 때문인지 2년 전보다 여유로워진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