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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지난 3일 “선수위원회 추천에 따라 집행위원회를 통해 올해 도쿄올림픽에서 선수들의 의사 표현 기회를 확대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IOC는 “올림픽 대회 기간에 선수들은 공동취재구역(믹스트존)에서 미디어를 상대로 자신의 관점을 표현할 기회를 가질 수 있다”며 “경기장 등 공식 기자회견, 팀 미팅은 물론 소셜 미디어 채널을 통해서도 자신의 입장을 밝힐 수 있다”고 밝혔다.
당초 IOC는 ‘무릎 꿇기’ 퍼포먼스와 같은 일체의 정치적 의사 표현 행위를 금지했다. 스포츠와 정치를 엄격히 분리한다는 올림픽 원칙 때문이다. 올림픽 헌장 50조 3항에는 ‘올림픽 관련 시설과 올림픽 경기가 열리는 지역 안에서는 정치적, 종교적, 인종차별적 시위나 선전 활동을 금지한다’고 명시했다. 특히 시상대 위에서의 행동은 더욱 엄격히 제재된다.
우리나라도 논란의 중심에 선 적이 있다. 2012년 런던올림픽에서는 한국 축구대표팀 박종우가 일본과의 동메달 결정전에서 승리한 뒤 ‘독도는 우리 땅’이라고 적힌 종이를 들고 그라운드를 달렸다가 IOC로부터 벌금 등의 징계를 받았다. 당시 박종우는 시상식에 참가하지 못했고 동메달도 6개월이 지난 뒤에 받았다.
IOC가 정치적인 의사 표시를 엄격히 금지하는 표면적인 이유는 ‘외부 압력으로부터 스포츠의 순수성을 보호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조금 더 깊이 파고들면 돈과 연결돼 있다. 정치적 표현을 허용하면 그 과정에서 이해관계가 얽힌 기업들의 거부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스폰서 계약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스포츠의 정치적 중립만을 강조한 채 표현의 자유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전 세계에서 인종·성별에 대한 차별과 혐오가 끊이질 않는데 이를 반대하는 목소리까지 억압하는 것이 올림픽 정신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예를 들어 ‘무릎꿇기’, ‘주먹 들어 보이기’ 퍼포먼스는 가능하다. 선수들이 ‘평화’(peace), ‘존경’(respect), ‘연대’(solidarity), ‘포용’(inclusion), ‘평등’(equality)이라는 글이 적힌 옷도 입을 수 있다. 하지만 ‘흑인 생명이 소중하다’(Black Lives Matter)와 같은 슬로건이 적힌 옷은 착용이 어려울 전망이다. ‘독도는 우리땅’도 마찬가지다.
IOC의 이같은 결정에 미국 일간지 USA투데이는 “경기 시작 전에 자신의 입장을 밝힐 기회를 주는 것은 새로운 변화”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