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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루는 소재는 여타 토크쇼와 다르지 않다. 살충제 계란, 생리대 파동, 인공지능, 영화계 성폭력 등 사회·경제·정치·문화 전 분야를 망라한다. 차별점은 구성원이다. 박혜진 아나운서, 개그우먼 김숙, 이여영 대표, 김지예 변호사 등 각기 다른 직업을 가진 여성 6명이 프로그램을 이끈다.
반응은 폭발적이다. 지난달 3일 첫 방송 직후부터 여성 시청자를 중심으로 뜨거운 호응을 받고 있다. 전원 여성으로 출연진이 꾸려진 프로그램도 드물지만, 여성의 시각으로 이슈에 접근하는 프로그램은 보기 힘들었다.
이런 새로운 도전의 수장은 문신애 PD다. 같은 채널 ‘겟잇뷰티’, ‘스타일 매거진’, ‘스타일로그’ 등 2030 여성 타깃 프로그램을 연출했다. 그는 “예상한 것보다 훨씬 다양한 스펙트럼의 의견이 쏟아지고 있다”면서 “부담감 보단 책임감을 느낀다”고 웃었다. (인터뷰①에서 이어)
◇“이슈 바라보는 시선 달라져”
제작진은 시사 프로그램인 만큼 시청자 게시판·SNS·온라인 커뮤니티 등 폭넓게 모니터링한다. 그중 한 학부모의 사연이 문 PD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초등학교 교실까지 침투한 ‘여혐’에 대한 내용이었다.
“그동안 자녀가 사용하는 특정 단어가 무슨 뜻인지 몰랐다고 합니다. ‘뜨거운 사이다’를 통해 그런 단어가 있다는 걸 알았고, 자녀에게 유해하다는 걸 안 거죠. 아이에게 물어 누가 그런 단어를 사용하는지 물어봤다는 내용이었어요. ‘뜨거운 사이다’가 경각심 일깨우거나 혹은 긍정적인 영향을 줬다고 할 때 보람을 느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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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 전 우려도 있었다. 이성 간 갈등을 조장한다는 편견이었다. 베일을 벗은 ‘뜨거운 사이다’는 남녀 문제는 물론 다양한 소재를 다뤘다. 그럼에 불구하고 남녀 문제를 소재로 다룬 다음날 시청자 게시판과 SNS·온라인 커뮤니티는 유독 ‘뜨거운 사이다’로 뜨거웠다. 문 PD는 “남녀 문제를 다룰 때 왜 그런 이야기를 하는지, 왜 필요로 하는지 그런 배경을 이해해주셨으면 한다”고 조심스럽게 당부했다.
동시에 EBS ‘까칠남녀’처럼 여성의 목소리를 반영한 색다른 프로그램이란 긍정적인 평가도 있다. 영화계 성폭력과 관련해 배우 이영진은 자신이 겪었던 황당한 경험을 털어놔 화제가 됐다.
“시대적인 부름이 아닐까 싶어요. 너무 거창한가요? (웃음) 드라마나 영화에서 여성 캐릭터를 다채롭게 다루려는 시도가 이뤄지고, 뷰티나 패션 브랜드들은 페미니즘 마케팅을 보여주죠. 전 세계적으로 여성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있어요. 그 흐름이 분명히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그동안 ‘뜨거운 사이다’ 같은 프로그램이 없었던 것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