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따로'달린 女팀추월...마녀사냥으로 번질라

  • 등록 2018-02-22 오전 6:00:00

    수정 2018-02-22 오전 6:00:00

노선영(오른쪽에서 두 번째)이 19일 강릉 오벌에서 열린 평창동계올림픽 여자 팀추월 준준결승 경기를 앞두고 김보름(오른쪽)과 박지우(왼쪽에서 두 번째)의 어깨에 손은 얹고 있다.(사진=비디오 머그 영상 캡쳐)
[이데일리 평창특별취재팀 조희찬 기자] ‘팀추월 논란’이 자칫 마녀사냥으로 번지고 있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아직 사실도 확인되지 않은 상황에서 섣부른 결론이 또 다른 피해자를 만들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김보름-박지우-노선영 등 한국 여자 팀추월 경기 논란이 주변에 있는 인물들에 대한 무차별 의혹까지 만들고 있다. 트위터에 ‘그 경기는 7위나 8위에 그쳤을 것’이라고 글을 올린 밥 데 용 스피드스케이팅 대표팀 코치부터, 무언가를 암시하는 듯한 글을 인스타그램에 남긴 박승희도 비난 대상이 되고 있다. 경기 다음날 노선영과 팔짱끼며 외출을 나섰던 박지우에 대해 드러나지 않은 추측도 이어지고 있다. 박지우는 평창동계올림픽에서 노선영과 한 방을 쓰며 함께 식사하는 사진을 올리기도 했다.

현재 빙상연맹·백철기 스피드스케이팅 대표팀 감독과 노선영이 상반되는 주장을 펼치고 있는 가운데, 아직 아무것도 ‘사실’로 밝혀진 것은 없다. 백 감독은 20일 오후 5시 30분께 강릉스피드스케이팅경기장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대표팀 분위기는 화기애애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기록이 떨어지는 노선영이 마지막 바퀴에서 가장 뒤에서 경기한 부분에 대해선 “노선영이 직접 내게 (마지막 바퀴에서 후미에 서겠다고) 이야기했다. 마지막에 중간에 들어오는 것보다 그 속도를 유지해서 뒤에 따라가는 게 더 좋다는 의견을 노선영이 직접 이야기했다”고 덧붙였다.

노선영은 같은 날 밤 SBS가 공개한 인터뷰에서 “(백 감독의 주장은)사실과 다르다”며 “원래부터 팀워크가 좋지 않아 이런 일이 발생했다”고 반박했다. 또 “(김보름과)서로 훈련하는 장소도 달랐고 만날 기회도 없었다. 서로 분위기도 별로 좋지 않았다”고 전했다. 백 감독은 곧바로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노선영의 요청은 나만 들은 것이 아니다”고 되받아쳤다.

◇팀워크 좋지 않다던 노선영, 팔짱 낀 박지우

그간 빙상연맹은 파벌 문제와 미숙한 행정 등으로 온갖 구설에 올랐다. 그 때문에 이번 진실공방에서 내놓은 빙상연맹의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게 팬들의 지적이다. 그동안 메달권 선수와 비(非)메달권 선수를 구분해 차별 대우했고, 김보름은 경기 후 절대 하지 말았어야 할 내용의 인터뷰를 했다는 게 드러난 전부다. 연맹이 실제로 노선영을 배제하고 기자회견을 진행해 자신들에게 유리한 쪽으로 여론을 유도하려고 했다는 주장도 사실일 수 있다. ‘두 명이서 한 명 바보 만드는 것’은 일도 아닌데, 한 단체가 선수 한 명을 매장하는 것은 너무나도 쉬운 일이다.

노선영의 주장에도 석연찮은 부분이 있다. 노선영은 이날 방송 인터뷰에서 “대화가 없었다. 경기에 대한 내용도 없었다”고 밝혔다. 또 “만날 기회도 없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노선영의 주장과는 달리 세 선수가 팀추월 경기에 앞서 이야기를 나누는 등 대화하는 장면이 TV 화면에도 목격됐다. ‘비디오머그’가 공개한 해당 경기 전 영상에는 노선영이 자연스럽게 김보름과 박지우의 어깨에 손을 올려놓고 무언가를 설명하는 듯한 행동하고 있다. 이야기를 들은 김보름은 환하게 웃었고 박지우도 미소를 짓고 있다.

이날 빙상연맹과 김보름의 기자회견 전 노선영이 박지우와 외출하는 모습이 카메라에 잡혔다. 사진에선 박지우가 노선영의 팔짱을 꼭 끼고 있다.

◇뻔히 들통 날 거짓말 한 백 감독과 연맹?

이날 열린 기자회견은 빙상연맹이 자처한 기자회견이다. 빙상연맹의 속내는 알 수 없지만, 전국민이 지켜보는 이 논란을 그냥 무시하고 지나치긴 힘들었을 것이다.

일각에서 주장하듯 빙상연맹과 백 감독이 자신들에게 불리한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 기자회견에서 사실을 왜곡했다는 것에는 물음표가 따른다. 노선영은 이미 평창올림픽을 앞두고 언론을 통해 빙상연맹의 행정착오를 폭로한 바 있다. 노선영은 자신이 불합리한 일을 당하면 이를 충분히 알리려는 의지를 가지고 있다.

이같은 사실을 모를 리 없는 빙상연맹이 일단 위기를 모면하자고 국민이 지켜보는 자리에서 ‘대국민 거짓말’을 했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한쪽에선 연맹이 노선영을 기자회견에 나오지 못하게 한 후 그가 ‘감기몸살’에 걸렸다고 했다는 주장하고 있지만 이 역시 섣부른 결론을 내기에 어렵다. 그 때문에 파도에 휩쓸리듯 ‘팀추월 논란’과 직접 관계없는 이들까지 참전시키는 마녀사냥을 멈춰야한다는 목소리가 설득력을 얻은 이유다.

김보름-박지우-노선영으로 이뤄진 한국 여자 팀추월 대표팀은 전날 강릉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에서 열린 여자 팀추월 준준결승에서 3분03초76으로 결승선을 통과하며 준결승 진출에 실패했다. 3명의 선수가 모두 결승선을 통과해야 기록이 측정되는 이 종목에서 김보름과 박지우는 노선영을 뒤에 두고 먼저 결승선을 통과했다. 여기에 김보름이 경기 후 인터뷰에서 책임을 노선영에게 전가하는 듯한 뉘앙스를 보이면서 논란을 키웠다.

박지우(왼쪽부터), 김보름, 노선영이 19일 오후 강원 강릉스피드스케이팅경기장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팀추월 8강전에서 경기가 끝난 후 숨을 고르고 있다.(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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