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미애의 씨네룩]세월호 품은 범죄영화, 차갑지도 뜨겁지도

씨네LOOK…'악질경찰'
  • 등록 2019-03-21 오전 6:15:25

    수정 2019-03-21 오전 6:15:25

영화 ‘악질경찰’
[이데일리 스타in 박미애 기자] 비승비속(非僧非俗). 승려도 아니고 속인도 아니다. 이도 저도 아닌 어중간할 때 쓰는 말이다. 세월호를 품은 범죄 영화 ‘악질경찰’이 그렇다.

‘악질경찰’의 이야기는 둘로 나뉜다. 하나는 비리경찰, 또 다른 하나는 세월호다. 영화의 초반부는 비리경찰 필호(이선균 분)의 만행을 그린다. 뒷돈을 챙기고 비리에 눈감으며 범죄를 사주한다. 악질도 이런 악질이 없다. 누군가의 말처럼 민중의 지팡이가 아니라 민중의 곰팡이다.

급기야 경찰의 압수품에 손을 댄다. 한참 어린 동생 뻘의 기철(정가람 분)을 통해서 손 안 대고 코 풀려고 했다가 폭발 및 사망사건의 용의자로 내몰린다. 필호는 검찰의 조사를 받다가 기철이 죽기 직전 동영상을 남겼고 그 영상에 사건의 결정적 단서가 담겼다는 말을 듣는다. 동영상은 기철과 알고 지낸 여고생 미나(전소니 분)가 갖고 있다. 필호는 자신의 비리를 덮기 위해, 사건의 진짜 용의자는 범행의 증거를 없애기 위해 미나를 쫓는다.

‘악질경찰’은 여기까지 범죄 장르의 패턴을 따라서 무난하게 흘러간다. 그러다가 미나의 개인사를 드러내며 영화의 톤이 확 달라진다. 세월호 이야기가 등장한다. 미나는 세월호 사건으로 단짝 친구를 잃었다. 영화는 미나의 기억과, 또 미나를 쫓으며 재회한 필호의 과거 인연을 통해서 세월호 사건을 비춘다. 여고생의 시선으로 불의가 판치는 세상을 꼬집고, 경찰의 옷을 입은 탐욕스런 한 인간을 통해서 현대인의 이기심을, 더 나아가 기성세대의 부채감을 드러내보인다.

그러나 부패한 공권력과 재벌 권력, 세월호를 한꺼번에 다루려는 이야기는 소재를 장르 안에 매끄럽게 버무리지 못했다. 사건의 묘사와 전개가 거칠다. 상업영화, 그것도 범죄 장르 안에서 세월호를 다룬다는 게 한눈에도 구성을 짜기 어려워 보인다. 감정이 서사를 급하게 따라 가다 보니 세월호 소재를 맞닥뜨렸을 때 당혹감도 불러일으킨다. 미나의 사연이 세월호를 끌어들이지 않았더라도 메세지를 드러내는데 아무 지장 없다. 영화가 상업적 요소도 있는데 예를 들면 필호의 변변치 못한 액션 장면에서 웃음이 나는데 웃는 게 어색하다. 세월호의 메시지를 잘 녹여내지 못해서다.

‘악질경찰’은 쾌감을 느끼기도, 그렇다고 비감도 분함도 느끼기 어려워 갈피를 잡을 수 없다. 재미와 의미, 두 마리 토끼를 잡기란 역시나 쉽지 않은 것 같다.

미나를 연기한 전소니는 ‘악질경찰’의 관전 포인트다. 어른들에 의한 폭력적인 세상에서 주눅들기는커녕 독기 서린 눈빛과 당돌한 태도는 말미에 필호가 변화하는 과정에 명분을 준다. 앞으로 행보가 기대되는 얼굴이다.★★☆(★ 5개 만점, ☆ 반점)

감독 이정범. 러닝타임 127분. 등급 청소년관람불가. 개봉 3월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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