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준일 신드롬]① 30년 전 가수도 '시간여행자' 만든 유튜브 알고리즘

19년 만에 지상파 무대 오른 양준일…신드롬 인기 왜?
유튜브가 일군 '영상 박물관'…발굴에 열광하는 대중
방송사도 '탑골공원' 인기 한몫…탑골 청하, GD 낳아
  • 등록 2020-01-08 오전 7:35:00

    수정 2020-01-08 오전 7:35:00

[이데일리 스타in 이영훈 기자] 가수 양준일이 31일 오후 서울 광진구 군자동 세종대학교 대양홀에서 ‘양준일의 선물’ 팬미팅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이데일리 스타in 김보영 기자] “시간여행자는 제가 아니라 아마 여러분일 것입니다.”(가수 양준일)

가수 양준일이 연예, 광고계를 주름잡는 블루칩으로 우뚝 섰다. 그의 나이 50대, 연에계를 떠난 지 20여년 만에 처음 맞는 ‘늦깎이’ 전성기다. 데뷔 후 30년 만에 개최한 첫 국내 팬미팅 티켓이 순식간에 매진됐고 팬덤도 1990년대 동시대를 살았던 원년 팬들을 비롯해 유튜브로 입덕한 10·20대까지 전세대를 아우른다.

양준일은 지난달 6일 JTBC 예능 ‘투유 프로젝트 - 슈가맨3’(이하 ‘슈가맨3’)에 출연하면서 화제의 중심에 섰다. 하지만 ‘슈가맨3’ 출연 하나로 신드롬급 인기를 설명하기에는 부족하다. ‘슈가맨3’ 출연에 앞서 양준일은 유튜브를 통해 30년 전 영상이라고는 믿기지 않는 세련된 뉴잭스윙 비트와 안무, 지드래곤(GD)을 똑닮은 외모, 트렌디하고 컬러풀한 패션 감각과 가사 센스 때문에 ‘탑골GD’, ‘시간여행자’란 수식어로 현재의 젊은 세대 사이에서 입소문을 탔기 때문이다. 양준일 외에도 수많은 옛날 가수들의 음악이 짧게는 10년, 길게는 30년 이상 타임머신을 타고 ‘2020년형 콘텐츠’로 열렬히 소비되고 있다.

무엇이 양준일과 그 가수들을 시간여행자로 이끌었을까. 전문가들은 옛것에서 새로움을 추구하려는 젊은 세대의 뉴트로 문화가 방대한 데이터베이스에서 사용자의 관심사에 맞는 콘텐츠를 자동 추천하는 유튜브의 알고리즘 특성과 맞닿아 하나의 주류 문화로 확장시켰다고 분석했다. 지상파, 종합편성채널 방송사들이 이 움직임을 놓치지 않고 관련 콘텐츠를 적극 재생산하면서 신드롬으로 굳어졌다는 것이다. 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는 “TV, 신문 등 올드미디어와 유튜브, SNS 등 뉴미디어가 서로의 영향력을 주고 받으며 신드롬을 창조해낸 교과서적 사례”라며 “콘텐츠 생산자 대신 이를 소비하는 미디어 이용자들에 의해 아래에서 위로 기획된 현상이란 점도 주목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양준일을 19년 만에 지상파로 이끈 유튜브

양준일은 지난 4일 MBC ‘쇼 음악중심’에 출연해 19년 만에 국내 지상파 음악 방송 무대에 다시 올랐다. ‘슈가맨3’에 출연한 뒤 가진 첫 국내 팬미팅과 기자간담회에 이어 롯데홈쇼핑 등 광고주들의 잇단 러브콜, 악플 대신 선플로 가득 찬 클립 영상까지. 넘치는 관심과 경사에 양준일은 “여러분의 사랑이 파도로 저를 치는데 숨을 못 쉬겠다”고까지 표현했다.

전문가들은 유튜브란 지극히 자유롭고 방대한 플랫폼이 ‘인물과 시대의 소환’을 이끌어냈다는 사실에 초점을 두고 그의 신드롬을 주목해야 한다고 말한다. 임진모 음악평론가는 “유튜브 등 뉴미디어의 등장이 이끈 미디어 환경의 변화로 인해 대중음악에서 ‘유행가’의 개념은 더 이상 동시대의 아티스트에만 국한되지 않게 됐다”며 “대중에게 데이터베이스를 자유롭게 열람할 권리를 주지 않았던 기존의 TV 중심 미디어와 달리 유튜브에서는 불특정 다수의 생산자들이 올려놓은 다양한 시제의 방대한 콘텐츠들을 성역 없이 열람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헌식 평론가 역시 “사용자가 다른 SNS에 링크한 유튜브 영상 등 열람 기록 데이터를 바탕으로 취향과 관심사를 다양히 수집해 자동으로 추천해주는 유튜브 알고리즘의 특성이 양준일이란 인물을 대중이 발굴할 수 있게 이끌었다”며 “이는 자신이 경험해보지 못한 옛것에서 새로움을 추구하고 신선한 소재를 발견하는데 재미를 느끼는 젊은 세대의 ‘뉴트로 감성’을 저격하고 확장시키는데 일조했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시간여행을 한 건 양준일이 아니라 유튜브로 과거와 소통하는 대중일지 모른다”며 “그를 우연히 발견한 대중이 양준일을 비롯한 그 시대 가수들과 관련한 연관 콘텐츠를 추가로 찾게 되고 그 수요에 힘입어 더 방대한 콘텐츠들이 생산된게 ‘양준일 신드롬’, ‘탑골공원 신드롬’을 낳은 것”이라고 첨언했다.

(사진=JTBC ‘슈가맨3’ 방송화면 갈무리)
방송사 ‘탑골공원’ 흐름 가세…이용자들의 힘

유튜브란 공간이 하나의 거대한 ‘영상 박물관’이 되고 그 안에서 과거의 인물, 콘텐츠들을 발굴해 내는게 트렌드로 자리 잡자 지상파와 케이블, 종합편성채널방송사들까지 유튜브에 뛰어들어 자신들이 독점하던 자료들을 재가공해 대대적으로 풀고 있다. 이를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고 해석하는 이용자들의 소비 패턴이 파급력을 더했다.

구독자 수 20만명에 육박하며 ‘온라인 탑골공원’이란 신조어를 낳은 SBS의 ‘SBS K-POP CLASSIC’ 유튜브 채널이 대표적이다. 이 채널은 1990~2000년대 초반 가수들의 모습이 담긴 ‘인기가요’ 프로그램 방영분을 실시간으로 틀어주는 라이브 스트리밍 서비스다. 그 시대를 겪지 못한 10·20대는 이정현, 백지영 등 스타들의 초창기 모습과 잊혀진 가수들을 보며 신기해하고, 그들과 함께 시대를 겪은 30·40대 이상은 추억에 잠긴다. 당시 주목받지 못한 양준일을 발견해 ‘탑골 GD’란 신조어를 붙게 한 것도 ‘온라인 탑골공원’ 이용자들의 힘이다.

회사원 양민지(26) 씨는 “‘온라인 탑골공원’의 묘미는 그 시절 가수들의 모습에 새로운 별명, 키워드를 붙여주며 ‘요즘 식’으로 소비하는 댓글창 반응들을 보는 것”이라며 “지금은 톱스타가 된 이승기가 ‘탑골공원’에선 막내 취급을 받는가 하면, 이정현과 백지영의 초창기 영상은 ‘조선의 레이디가가’, ‘탑골 청하’로 불리며 재평가받는 모습들에 흥미를 느낀다”고 말했다.

양준일을 출연시킨 ‘슈가맨3’, ‘뉴스룸’ 등 TV 프로그램들은 신드롬의 완성에 방점을 찍었다. 하재근 평론가는 “유튜브에서 최초로 발견된 탑골공원 콘텐츠와 인물들이 젊은 세대에게 인기를 얻자 방송사도 시류에 편승해 적극적인 유튜브 유물 콘텐츠들을 내놔 인기를 얻고, 그것이 다시 입소문을 타면서 기성세대가 소비하는 TV 등 올드미디어에까지 영향을 미친 사례”라고 소개했다. 그는 이어 “양준일 신드롬 자체는 얼마나 오래갈지 예측할 수는 없지만, 앞으로의 미디어 환경이 보다 ‘다양성’에 초점이 맞춰질 것인 만큼 동시대의 아티스트와 콘텐츠들이 과거의 것들과 경쟁하고, 과거의 것들이 현재의 시각으로 새롭게 재가공돼 소비되는 흐름은 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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