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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재근 문화평론가는 “보통 어떤 배우가 어떤 역할을 맡으면 떠올리는 이미지가 있는데 윤여정은 그런 것이 없다. 그 만큼 연기 스펙트럼이 넓다”며 “한국에서는 노년기에 접어들면 작품 선택의 폭이 좁아지는데 윤여정은 아카데미 수상으로 배우로서 또 다른 전성기를 열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윤여정의 영화 인생은 첫걸음부터 특별했다. 1971년 ‘화녀’로 영화계에 데뷔한 후 단숨에 주목받는 배우로 올라섰다. ‘화녀’에서 윤여정은 파격적인 연기로 명자의 광기와 집착을 강렬하게 표현해 제8회 청룡영화상, 제10회 대종상 영화제 등 국내 수상은 물론 제4회 시체스 국제 판타스틱 영화제에서도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2010년 다시 한번 윤여정의 시대가 왔다. 영화 ‘하녀’를 통해 예순 둘의 나이로 영화제를 휩쓸었다. 윤여정의 새로운 얼굴이 또 한번 대중에게 신선하게 와닿았기 때문이다. 늙은 하녀 병식으로 출연해 중립적인 태도로 ‘하녀’를 바라본 윤여정은 때로는 권력층에 순종하는 모습, 때로는 후배 하녀 은이(전도연 분)를 걱정하는 모습 등 알 수 없는 태도로 극의 긴장감을 높였다. 극 후반엔 “이렇게들 살고 싶니?”라고 일침을 가하며 영화의 메시지를 던졌다. 관객은 윤여정의 섬세한 심리 연기를 따라 극에 몰입했다. 이 영화로 윤여정은 국내 영화제는 물론 제12회 시네마닐라국제영화제, 제5회 아시안 필름 어워드까지 수상하며 11관왕을 기록했다. 2016년에는 영화 ‘죽여주는 여자’로 아시아태평양스크린어워즈(APSA) 심사위원 대상을 수상했다.
윤성은 영화평론가는 윤여정의 세 출연작 ‘바람난 가족’, ‘하녀’, ‘돈의 맛’을 예로 들며 “세 작품 속 캐릭터는 나이가 들었지만 욕망에 솔직한 여자라는 공통점이 있는데 중년 여배우들에게 부담스러울 수 있지만 윤여정은 과감히 도전했다”며 “이런 한계 없는 도전들이 지금 ‘미나리’로 윤여정이 휩쓴 수상기록에 중요한 자양분이 됐을 것”이라고 전했다.
윤필립 평론가는 “미국 사회 자체가 더 이상 백인, 영어만 사용하는 사람들만이 미국인이라고 생각하는 시대가 아니다”라며 “그 시점에 ‘미나리’가 탄생한 것이 시의적절했다”고 분석했다. 이어 “‘더 파더’의 안소니 홉스킨처럼 안정적이지만 강렬한 인상을 줘야하는건 관록있는 배우가 아니면 못 한다”며 “윤여정이 ‘미나리’에서 보여준 연기도 시의적절했다”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