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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28일 한국과 미국에서 동시 개봉하는 영화 ‘지.아이.조2’의 한 장면이다. 이 놀라운 액션 뒤에 정두홍(47)이 있다. 스턴트맨이자 액션배우이고, 무술감독이면서 영화 제작자인 한국 액션의 대가. 이번 영화에는 이병헌의 스턴트 대역으로 참여했다.
“와이어도 안 당겼는데 어떻게 했어요?”. 그때 붙은 별명이 ‘인간 용수철’이란 뜻의 ‘스프링 두(Spring Doo)’다. 정 감독은 ‘크레이지 두(Crazy Doo)’로 불리기도 했다고 자랑스럽게 말했다. 격정적으로 소리를 질러대며 현장에 뛰어든다고 해서 붙은 별명이다.
할리우드는 정두홍의 그런 ‘열정’을 좋아했다. 더 많은 기회를 안겼다. ‘지.아이.조2’로 인연을 맺은 브루스 윌리스 주연의 또 다른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레드2’에 스턴트 대역으로 참여했고, 모건 프리먼 주연의 영화 ‘더 라스트 나이츠’에는 무술 감독으로 이름을 올렸다.
‘감성 액션’으로 할리우드 사로잡아
그를 만난 건 경기도 파주 헤이리 아트밸리에 있는 서울액션스쿨(SAS)에서다. 1998년 정두홍이 세운 국내 유일의 스턴트맨 사관학교. 정 감독은 오는 4월 17기 신입생을 맞을 준비와 새롭게 촬영에 들어가는 영화 ‘군도’ 액션 연구로 분주했다. ‘지.아이.조2’ 개봉을 앞두고 밀려드는 인터뷰도 요즘 주요 일과 중 하나다. “이병헌이 없으니 사람들이 저를 취재하네요. 인터뷰도 대역. 평생이 대역 인생이에요”라며 껄껄 웃었다.
말은 이렇듯 가볍게 해도 충무로에서 이미 그는 대체 불가능한 존재가 된 지 오래다. 1989년 ‘장군의 아들’ 스턴트 배우로 영화계에 입문해 ‘태양은 없다’·‘쉬리’(1999년), ‘반칙왕’(2000), ‘태극기 휘날리며’·‘역도산’(2004), ‘짝패’(2006),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2008), ‘부당거래’(2010) 등에 참여하며 토양이 미약한 한국 액션 영화의 맥을 이어왔다. 올해에는 지난 1월 개봉해 전국 700만 관객을 모은 ‘베를린’을 시작으로 ‘지.아이.조2’, ‘전설의 주먹’, ‘레드2’, ‘화이’까지 무려 다섯 편의 영화를 선보인다. 그가 없으면 한국에서 액션 영화를 못 만든다는 소리가 나올 정도다.
“미리 짜둔 합대로 연기하는데도 상대가 피할 때가 잦았어요. 진짜 때릴 듯이 손끝 하나, 발끝 하나에도 감정을 실어 연기하니 무서웠던 거죠. 그런 점이 할리우드에서 통했던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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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액션에 대해서도 생각하는 계기가 됐다. “강하지만 다양성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1960~70년대에는 한국에도 무술, 무협영화가 많았습니다. 그런데 이후 액션영화가 만들어지질 않으니 황정리, 왕호 같은 액션 스타들이 홍콩으로 건너가 우리 무술을 전파하게 된 거예요. 그들은 한국의 무술을 결합해 발차기가 약한 단점을 보완했지만, 우리는 액션의 대가 그대로 끊겨버렸어요. 그러니 만날 칼로 찌르고 야구 방망이로 때리는 수밖에요.”
그럼에도 그는 한국 액션의 미래를 낙관한다. 한국인 특유의 ‘열정’을 믿기 때문이다. 정 감독 자신도 그런 열정 하나로 거칠고 삭막한 바닥에서 24년을 버텼다.
진짜 싸움은 지금부터..“판을 바꿀 것”
정두홍은 “작은 꿈(할리우드 진출)은 이뤘으나, 큰 꿈은 아직”이라고 했다. 대한민국에 액션시장을 형성하는 것이 최종 목표다. 그러기 위해선 액션영화와 액션스타가 지금보다 훨씬 더 많아져야 한다.
그는 액션계 대선배로서 스턴트맨의 처우개선을 위해서도 앞장서고 있다. 경제적으로 어려움 없이, 더 안전한 환경에서 꿈을 펼칠 수 있도록 판을 바꾸는 것이 자신의 임무라고 믿는다.
“처음 이 바닥에 들어왔을 때 사람들이 우리를 치는대로 ‘으악’ 소리를 내며 날아간다고 해서 ‘방망이들’ ‘으악새’라고 불렀어요. 목숨 걸고 하는 일인데도 생계 보장이 안 될 정도로 보수는 형편없었죠. 오죽하면 말 값보다도 싸다고 할까요. 너무 아픈 직업이에요. 뼈가 부러지고 인대가 끊기고. 그 고통은 당해보지 않으면 모릅니다. 그것보다 더 아픈 건 마음이에요. 이 일을 하면서 너무 많은 동료들을 잃었어요. 그들 몫까지 열심히 싸울 겁니다.”
그는 닮고 싶은 인물로 에이브러햄 링컨을 꼽았다. 미국에서 노예제도를 폐지한 링컨처럼 척박한 국내 액션시장에 개척자가 되겠다고 했다. 무술감독 정두홍의 진짜 싸움은 지금부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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