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드'의 진화·변주의 과욕…'미생' 명과 암(종합)

원작 바탕으로 직장 생활에 현미경
계약직 서러움·조직 내 '라인문화' 등 현실감 있게 들춰
배우 열연 빛나…현실서 '미생'→작품선 '완생'
"왜곡된 조직 문화 변화 열망" 사회적 의미도
장그래에 감정적 접근·'뜬금없는 콩트'아쉬움도
  • 등록 2014-12-21 오전 6:05:17

    수정 2014-12-21 오후 2:08:16

20일 막을 내린 tvN 드라마 ‘미생’.


[이데일리 스타in 양승준 기자] 평사원과 재벌2세의 사랑이란 판타지는 없었다. 20일 막 내린 tvN 금토드라마 ‘미생’은 ‘땅’을 밟은 직장인 드라마였다. 직장인의 고단한 삶을 현실적으로 잘 카메라에 담아서다.“하루하루 치열하게 살아가면서도 어려움을 겪고 있는 청년 세대들의 모습을 잘 표현하고 있다고 들었다.” 박근혜 대통령도 지난 18일 청와대에서 열린 제6차 청년위원회 회의에서 “최근 ‘미생’이란 드라마가 사회적으로 많은 화제가 되는 것으로 안다”며 관심을 보였을 정도다. ‘미생’은 ‘직장인 명품 드라마’였지만 아쉬움도 있었다. 원작과 다른 각색이 캐릭터의 일관성에 ‘금’을 냈다는 지적도 나왔다.

“병풍되지 않은 직장”=“시련은 셀프다.” 계약직 사원 장그래(임시완 분)가 한 독백이다. 불합리한 대우를 혼자 극복해내야 하는 일이 직장생활에는 셀 수 없이 많다. 이처럼 드라마 ‘미생’은 원작인 윤태호 작가의 동명 웹툰 속 직장인의 애환의 결을 영상으로 잘 펼쳤다. 드라마에는 일 때문에 친구의 ‘갑질’을 참은 오성식(이성민 분)차장과 수석으로 입사한 똘똘한 안영이(강소라 분)가 부서의 여성차별을 눈물로 견디는 모습은 잘 스며들었다. 계약직이란 이유로 혹은 사내 정치 구도를 따르지 않은 이가 겪은 조직 속 냉대도 가감 없이 그려졌다. 여기에 ‘회사가 전쟁터라고? 밖은 지옥이다’ ‘이왕 들어 왔으니까 어떻게든 버텨 봐라. 버틴다는 건, 어떻게든 완생으로 나아간다는 거니까’ 등의 명대사가 얹혀져 울림이 컸다. 김원석 연출과 정윤정 작가가 원작 속 직장 생활 풍경을 병풍으로 쓰지 않고 무게감 있게 잘 그려낸 덕분이다.

이럼 점에서 ‘미생’은 직장인 드라마의 수준을 한 단계 높였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드라마평론가인 윤석진 충남대 교수는 “‘TV손자병법’을 비롯해 그간 직장드라마를 표방한 작품이 여럿 있었지만 ‘기-승-전-연애’라는 도식에 빠져 직장이 단순한 이야기 배경에 그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며 “‘미생’은 정규직과 비정규직직 문제를 이성적이면서도 생생하게 보여줬다는 점에서 가치가 있다”고 평가했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세상이 나아질거라 기대하지 않고 그냥 버티면서 사는 게 바로 우리네 모습”이라며 “헛된 희망을 얘기하지 않으면서 체념 섞인 모습으로 하루를 버티며 그냥 어렵게 살아가는 직장인들의 진짜 모습을 보여줘시청자의 공감을 샀다”고 봤다.

임시완 ‘88만원 세대’의 표상=‘미생’은 배우들 덕도 톡톡히 봤다. 임시완은 ‘88만원 세대’의 불안을 장그래 란 배역에 잘 담았다. 이경영·이성민·손종학 등 연기파 배우들이 작품의 중심을 잡고, 각기 다른 개성을 보여준 김대명·전석호·오민석 등이 감칠맛 나는 대리 연기로 드라마에 생명력을 불어 넣었다.이야기의 힘과 배우들의 호연을 바탕으로 ‘미생’은 결국 ‘날개’를 폈다. 지난 10월17일 1.7%(닐슨코리아)의시청률로 조용하게 시작한 ‘미생’은 시청자의 입소문을 타면서 12월5일 방송된 15회 이후에는 7%대를 넘기며 화제를 뿌렸다.

▶“일그러진 조직 개선의 열망”=H 대기업에 다니는 이의석(39)씨는 “드라마가 하는 금요일 오후 8시 대는 야근 혹은 집에 간다 해도 아이를 봐야 해 평소 TV를 제대로 못보는 게 직장인의 현실”이라면서도 “VOD등을 통해 많은 이들이 챙겨봐 회사에서도 ‘미생’얘기를 적잖이 하고 극 중 캐릭터와 회사 사람을 빗대 얘기도 많이 한다”고 말했다. ‘미생’은 드라마를 넘어 사회 치유의 화두로 주목받기도 했다. 박 대통령은 “‘미생’의 뜻이 바둑에서 아직 완전히 살지 못한 돌이라고 하지 않나”라며 “이것을 긍정적인 의미로 생각하면 가능성이 아직 많이 있다고 볼 수도 있다”며 구직난에 허덕이는 청년을 위로했다.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는 “‘미생’에 대한 열광은 일그러진 조직 문화를 바람직한 상태로 개선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의 욕망의 반영”이라고 해석했다.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땅콩 회항’ 등 경직된 조직 문화로 인한 폐해에 대한 위로와 희망으로 시청자들이 ‘미생’을 소비했다는 설명이다.

20일 막을 내린 tvN 드라마 ‘미생’.


“‘미생’이 장그래 일병 구하기 드라마?”=‘미생’은 순항했지만 후반에는 흔들렸다. 재미를 위한 각색이 때론 ‘독’(毒)이 됐다. 20일 마지막회 방송은 이를 여실히 보여줬다. 불륜을 저지르고 사무실에서 폭행까지 당한 성대리(태인호 분)의 몰락은 설득력이 떨어졌다. 그가 불륜을 저지른 이유도 제대로 설명되지 않은 채 불륜 에피소드가 느닷없이 펼쳐져서다. 성대리는 한석율(변요한 분)을 일적으로 부당하게 괴롭히던 인물. ‘미생’이 이성 문제가 아닌 직장인의 업무 현실에 집중해 이야기를 펼쳐왔던 것을 고려하면 드라마가 여태껏 지켜온 정서와도 충돌했다. 직장에 들어오기 전에 바둑 밖에 몰랐던 장그래의 마지막 ‘액션 활극’도 지나쳤다는 지적이다. 장그래는 업무를 추진하다 한 관계자가 일을 그르치고 요르단으로 도주하자 그를 쫒는데, 이 과정에서 건물과 건물 사이를 뛰어 넘는가 하면 차에 받혀 머리에 피를 흘리면서도 일을 해낸다. 할리우드 영화 속 영웅이 따로 없다. 정규직이 되지 못하고 윈 인터내셔널에서 나온 장그래가 새 회사에서 업무를 잘 한다는 모습을 보여주는 상황을 재미있게 그리려 했다하더라도 캐릭터 일관성이 너무 떨어지는 설정이다.신입 여직원의 몸매 등 스타일을 두고 하대리(전석호 분)와 강대리(오민석 분)가 신경전을 벌인 19일 방송도 ‘옥에 티’였다. 하대리는 애교가 많고 몸매가 좋은 여성을, 강대리는 자기 주장이 분명한 여성을 좋아한다는 걸 두고 휴계실 안에서 유대리(신재훈 분) 등이 누구의 여성상이 독특한 지를 얘기하던 에피소드다. 여기서 안영이가 하대리를 두둔하기 위해 “저도 애교를 배워볼까 한다”고 말한 내용은 안영이의 캐릭터를 고려했을 때 공감하기 어려운 대목이었다.

드라마의 ‘장그래 구하기’가 지나쳤다는 얘기도 나왔다. 오 차장을 중심으로 한 영업3팀이 장그래의 정규직 전환을 위해 위험한 업무까지 떠 맡은 데다 마지막회에서 타 부서 차장 등 직원들까지 나서 장그래 정규직 채용을 위해 나선 모습을 두고 너무 판타지를 부각했다는 아쉬움이다. 이는 원작에도 없는 내용이다. 판타지가 가장 많이 부각된 지점이다. 방송을 본 시청자는 트위터에 ‘장그래가 계약이 끝나는데 세상이 끝나는 것처럼 울면서 읍소하고 다니는 캐릭터들 이해가 안된다’(dearchu***), ‘‘미생’이 장그래 신데렐라 만들기에 빠졌다’(herla***), ‘장그래 정규직 만들기가 원인터 기업설립목표인가’(idks***, vong***)며 장그래 에피소드의 감성적 접근을 아쉬워했다. 드라마 시청자 게시판에도 비슷한 내용의 비판의 글(이주*, 김윤*, 조형*, 차미*, 김유* 등)이 여럿 올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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