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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지는 1991년 호주 퍼스로 투자 이민을 간 부모 밑에서 태어나고 자랐다. 어려서부터 한글학교를 다녀서인지 우리말을 곧잘 한다. 가장 잘 먹는 음식도 곰탕, 불고기 등 한국 요리다. LPGA 투어 공식 홈페이지 개인정보란에 붙어 있는 호주 국기만 아니면 영락없는 한국의 10대 소녀다.
이민지에게는 그 흔한 영어 이름 하나 없다. 국내 영어회화 학원만 다녀도 하나씩 만드는 게 영어 이름이지만 그에게는 필요치 않았고 딱히 불편함도 없었다. 어머니 이민성(47) 씨는 “민지라는 이름은 외국인들이 발음하기 쉽다. 굳이 영어 이름을 만들 필요가 없었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LPGA 투어 멤버인 미셸 위와 크리스티나 김은 또 다르다. 그들은 미국에서 태어나자마자 영어 이름을 얻었고 지금까지 변함없이 사용하고 있다. 물론 위성미, 김초롱 등 한국식 이름도 있다. 하지만 집안에서만 가끔 불릴 뿐이고, 그들 역시 대외적으로는 원하지 않는다.
올해 LPGA 투어에 데뷔한 백규정(20)은 ‘Q BAEK(큐 백)’이란 이색적인 영문명으로 LPGA 사무국에 등록을 마쳤다. 만약 LPGA 직원에게 ‘규정 백은 어디에 있나?’라고 묻는다면 원하는 답을 얻지 못할 것이다. 백규정의 매니지먼트사인 IB월드와이드 관계자는 “발음이 어려워 바꿔서 등록하게 됐다. ‘큐 백’은 백규정의 이름 가운데 ‘규(KYU)’를 소리나는대로 표시한 것으로 여왕(Queen)이 되겠다는 의미도 함께 담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