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캔스피크’ 소문자 i→대문자 I로 바뀌는 이유

  • 등록 2017-10-03 오전 10:00:00

    수정 2017-10-03 오전 10:00:00

[이데일리 스타in 박미애 기자]제목은 작품의 첫인상 같다. 그래서 좋은 영화는 제목부터 특별하다. 최근 극장을 눈물바다로 만들고 있는 영화 ‘아이 캔 스피크’도 제목이 ‘열일’한다. 눈썰미 좋은 관객들은 타이틀 시퀀스에서 ‘아이 캔 스피크’의 아이가 소문자 ‘i’에서 대문자 ‘I’로 바뀌는 것을 확인했을 것이다. 이는 이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주제, 메시지와 무관하지 않다.

‘아이 캔 스피크’는 옥분(나문희 분) 할머니의 영어 도전을 코믹하게 그려낸 영화다. 온 동네를 휘젓고 다니며 무려 8000건에 달하는 민원을 넣어 구청 직원들의 두 손 두 발을 들게 만든 옥분에게, 호락호락 휘둘리지 않는 원리원칙주의자 9급 공무원 민재(이제훈 분)가 나타난다. 적수는 적수를 알아본다고 둘은 사사건건 부딪친다. 그런데 옥분이 민원접수만큼 열심인 일이 영어공부다. 영어가 좀처럼 늘지 않아 의기소침해 있을 때에 원어민 수준의 영어를 구사하는 민재를 보고는 자신의 영어선생으로 낙점하면서 두 사람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유쾌하게 흘러가던 이야기는 옥분이 영어공부에 매달리는 사연이 드러나며 분위기가 전환한다.

‘아이 캔 스피크’는 알려졌듯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소재로 한 영화다. 그동안 위안부 문제를 다룬 영화들은 많았다. 기존의 영화들은 피해자들의 아픈 과거와 참상 즉 ‘사건’에 주목했다면, ‘아이 캔 스피크’는 옥분 할머니를 통해 ‘사람’에 초점을 둔 영화다. 영화는 일본군 위안부라는 무거운 주제를 휴먼 코미디로 틀을 바꿔 대중친화적으로 접근한 점이 기존의 영화들과 차별화되며 지지를 얻고 있다. 영화 후반부 옥분이 미 의회 위안부 사죄 결의안(HR121) 공개 청문회에서 영어를 배운 성과를 보여주는 장면은, 옥분이 소극적인 모습에서 벗어나 주체적인 캐릭터로의 변화를 보여주며 큰 감동을 선사한다.

다시 말해 소문자 ‘i’에서 대문자 ‘I’로 바뀌는 타이틀은 말하지 못하고, 숨어있던 ‘나’(i)가 세상의 시선, 편견을 극복하고 그날의 진실을 밝히는 당당한 ‘나’(I)로 변하는 영화의 메시지를 순간적이고 우회적으로 시사한다.

이 영화의 완성은 감동적인 이야기와 나문희의 열연이 8할을 차지한다. 연기경력 50년 이상의 나문희에게도 ‘아이 캔 스피크’는 도전이었다. 비극적 역사를 소재로 한 데다 영어대사도 많다 보니 결코 쉽지 않은 작업이었다. 나문희는 “막상 영어연설을 준비하면서 ‘어떻게 해야 하나’ ‘잘할 수 있을까’ 겁이 났다”며 “피해자 할머니들에게 누가 될까 죽기 살기로 준비했다”고 말했다. 나문희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뜻을 제대로 전달하고 싶은 마음이 컸다”며 “이 나이에도 다시 연기가 늘었다고 잘한다고 칭찬해줘서 힘이 나고 행복하다. 정말 좋은 ‘진짜배기’ 영화다”고 애정을 드러냈다.

웃음과 감동, 두 마리 토끼를 다잡은 ‘아이 캔 스피크’는 200만 관객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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