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인]사이영상 보여도 '순리대로' 외치는 류현진 강철멘탈

  • 등록 2019-08-13 오전 6:13:24

    수정 2019-08-13 오전 7:25:20

LA 다저스의 류현진이 12일(한국시간)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의 메이저리그 홈경기에서 역투를 펼치고 있다. 사진=AFBBNews
[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사이영상은 내가 받을 수 있다고 받는 것이 아니다. 욕심을 내기보다 순리대로 몸 상태에 맞게 가는게 좋다. 그런 것 때문에 오버페이스 되면 좋지 않다”

시즌 12승 및 한·미 통산 150승을 달성했지만 ‘코리안 몬스터’ 류현진(32·LA 다저스)은 신기할 정도로 차분했다. 수많은 경험을 통해 ‘강철멘탈’은 류현진의 어떤 구질보다도 강력한 특급무기다.

류현진이 올시즌 사이영상을 향해 고공질주를 이어가고 있다. 류현진은 12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의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전에서 7이닝 무실점 완벽투로 9-3 승리를 이끌었다. 애리조나를 제물로 시즌 12승을 달성한 동시에 한·미 프로야구 통산 150승 고지를 정복했다.

이날 호투로 평균자책점은 1.53에서 1.45로 더욱 낮아졌다. 올 시즌 규정 이닝을 채운 빅리그 투수 가운데 유일하게 1점대 평균자책점을 기록 중이다.

규정이닝을 넘긴 선발투수가 평균자책점 1.4대를 기록한 것은 1968년 1.12를 기록한 밥 깁슨(당시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이 마지막이었다. 그 외 선수들은 모두 1800년대 후반에서 1910년대 선수들이었다.

깁슨을 제외하고 규정이닝을 넘긴 선발투수가 평균자책점 1.4대를 기록한 것은 1919년 아메리칸리그 소속 워싱턴 새너터스의 월터 존슨(당시 1.49)이 마지막이었다. 존슨은 통산 417승을 거둔 전설적인 투수다.

존슨이 활약했던 1910년대는 ‘데드볼 시대’였다. 공의 반발력이 지금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안좋았다. 투수들이 일부러 공에 흠집을 내서 던지는 부정투구도 성행했다. 타자들은 기를 펴지 못했다. 홈런 10개만 쳐도 홈런왕이 될 수 있었다. 1920년대 ‘전설의 홈런타자’ 베이브 루스가 등장하면서 ‘데드볼 시대’가 막을 내리고 ‘라이브볼 시대’가 찾아왔다.

데드볼 시대와 지금은 야구 환경이 완전히 다르다. 그때 투수 기록을 지금과 비교하는 것은 형평성이 맞지 않다. 그런데 류현진은 그 시절 기록까지 밀어내고 있다. ‘아무리 뛰어난 투수도 1910년대 세워진 기록을 깰 수 없다’는 선입견을 보기좋게 뒤집는 중이다.

류현진은 박찬호처럼 160km에 육박하는 ‘광속구’를 던지는 것이 아니다. 김병현같은 ‘뱀직구’를 구사하는 것도 아니다. 류현진의 145km 안팎의 직구만으로는 타자를 절대 압도할 수 없다.

하지만 메이저리그의 내로라하는 타자들은 류현진의 ‘빠르지 않은 빠른 공’을 제대로 때려내지 못한다. 체인지업, 체인지업, 커터, 커브 등 다양한 변화구로 타자들의 눈을 속이기 때문이다.

타자와 투수의 머리 싸움은 가위바위보다. 타자가 변화구를 기다릴때 직구를 던져야 한다. 또 직구를 치려고 준비할때 변화구로 허를 찔러야 한다. 승부에서 이기기 위해선 내 생각을 들키지 않고 상대 생각을 읽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서 야구를 ‘멘탈게임’이라고 한다. 류현진은 멘탈게임의 최강자다.

데이브 로버츠 다저스 감독은 “상대 타자들이 좋은 타격감을 가지고 있었지만 류현진이 그들의 균형을 잃게 했다”고 칭찬했다.

류현진은 여러 구종을 정확하게 던지는데 그치지 않는다. 그날 컨디션과 타자 스타일 및 성향에 따라 투구 스타일을 바꾼다. 어떤 때는 체인지업을 결정구로 사용하고 어떤 때는 커터나 커브를 주무기로 구사한다. 같은 빠른 공이라도 포심과 투심 비율에 변화를 주면서 상대 타자를 혼란케 만든다.

미국의 야구전문매체 ‘더 빅리드(the big lead)’는 지난 6월 류현진에 대한 특집기사를 쓰면서 그를 ‘고요와 폭풍’(the calm and the storm)에 비유했다. 이 매체는 “류현진은 경기를 앞두고 항상 차분하게 마음을 가다듬는다”며 “그의 침착한 영혼은 마운드에 올라 무언가를 창출할 준비가 돼있다”고 언급했다.

류현진의 남다른 멘탈을 국내팬들은 이미 잘 알고 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프로야구 진출 첫 해에 신인왕과 MVP를 차지했다. 21살의 어린 나이에 베이징 올림픽 결승전에서 아마최강 쿠바를 상대로 9회 1아웃까지 2실점 역투를 펼쳤다.

국내 무대에서 동료의 도움을 받지 못하는 상황을 많이 겪었다. 그래도 눈빛 하나 바뀌지 않고 끝까지 자신의 책임을 다했다. 그런 무표정은 그의 트레이드 마크가 됐다. 세계 최고의 무대인 메이저리그에서도 한국에서 단련된 강심장은 좀처럼 흔들리지 않았다. 그것은 그를 최고의 투수 반열에 올려놓은 결정적 무기가 됐다

류현진은 지난해 스포츠 전문 아나운서 배지현씨와 결혼식을 올리고 가장이 되면서 책임감까지 늘어났다. 더욱 야구에만 전념하고 집중해야 할 동기부여가 하나 더 생겼다.

류현진의 올시즌 남은 정규시즌 선발 등판은 8번 정도 될 전망이다. 지금 페이스를 잘 이어간다면 1점대 평균자책점을 유지하면서 아시아 선수 최초의 사이영상까지 노려볼 수 있다. 류현진이 메이저리그 역사를 완전히 뒤바꿀 날도 머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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