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경 투자홍보·곽신애 제작…'기생충' 아낌없이 지원한 우먼파워

  • 등록 2020-02-11 오전 7:00:00

    수정 2020-02-11 오전 7:00:00

[이데일리 스타in 박미애·김보경 기자] ‘기생충’이 아카데미 각본상을 수상할 당시 책임프로듀서로 이름을 올린 이미경 CJ그룹 부회장과 제작자 곽신애 바른손이인에이 대표가 박수를 치며 기뻐하는 모습이 TV 생중계 카메라에 잡혀 이목을 끌었다.

9일 미국 LA에서 열린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을 수상한 영화 ‘기생충’의 책임 프로듀서 이미경 CJ그룹 부회장이 수상소감을 말하고 있다. 그의 오른쪽에 제작자 곽신애 바른손이앤에이 대표가 함께 기뻐하고 있다.(사진=AFPBBNews)
방탄소년단의 글로벌 인기에 작곡가 겸 프로듀서 방시혁의 숨은 공이 있었듯이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칸국제영화제와 골든글로브를 거쳐 세계 최대 시장으로 꼽히는 미국 영화의 상징인 아카데미에 이르기까지 한국영화사에 기념비적인 족적을 남길 수 있었던 데에는 이 부회장과 곽 대표 두 사람의 숨은 공이 컸다. 아카데미상은 작품적 성취도 중요하지만, 그것과 별개로 아카데미 회원들의 표를 얻기 위한 캠페인 활동이 중요하다. 투표권을 가진 회원들에게 영화를 알리는 기회를 많이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며 이를 위해서는 대규모 예산과 인맥이 필요하다. 이 아카데미 캠페인에 들인 돈만 100억원 이상인 것으로 알려진다. 지난 25년간 문화산업에 투자하며 방송·음악·영화를 아우르는 K컬처 확산에 기여한 CJ그룹의 이 부회장과 이재현 회장의 지원이 없었다면 ‘기생충’의 지금 같은 글로벌 성과가 가능하지 못했을 것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특히 이 부회장은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 제작과 ‘변호인’ 투자 등으로 박근혜 정권 시절 블랙리스트에 올라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 2014년부터 미국에서 머물면서도 그룹의 해외 문화사업을 돌봤다. 그러다가 2017년 미국 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AMPAS) 회원이 됐다.

이 부회장은 봉준호 감독과 인연이 깊다. ‘마더’ ‘설국열차’ ‘기생충’의 투자배급을 맡으며 10년 넘게 인연을 이어오고 있다. 두 사람의 인연은 단순한 투자자와 감독의 관계를 넘어선다. 이 부회장은 ‘설국열차’의 편집권을 놓고 봉준호 감독과 와인스타인컴퍼니가 갈등을 겪었을 때 도움을 준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회장은 또 그간 공식석상에 나타나지 않다가 ‘기생충’이 칸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진출한 지난해에 책임프로듀서 자격으로 10년 만에 칸을 찾아 지원했다. 지난 달 열린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도 모습이 포착됐으며, 이날 열린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는 수상소감까지 발표했다.

이 부회장은 이날 수상소감에서 봉준호 감독을 축하한 뒤 “불가능해 보이는 꿈이었지만, 우리의 꿈을 실현시킬 수 있게 도와준 내 동생에게 고맙다”며 이 회장에게도 감사인사를 전했다. CJ그룹에 따르면 이 회장은 그룹 문화사업의 비전과 전략을 수립한 뒤 대규모 투자와 지원 결정 등을 총 책임지고 있다. 이 회장은 지난해 7월 ‘기생충’을 전 세계에 한국 영화의 위상과 가치를 알리고 국격을 높인 작품으로 평가하며 임직원들을 격려했다. 이 회장은 평소에도 “좋은 콘텐츠는 세계 어디에서도 인정받을 수 있다”며 “독보적 콘텐츠를 만드는 데 주력해 전 세계인이 일상에서 한국 문화를 즐기게 하는 것이 나의 꿈이다”라고 말하며 양질의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도록 직원들을 적극 독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CJ ENM 관계자는 “이미경 부회장은 글로벌 문화산업 전문가들과의 폭넓은 네트워크와 문화사업에 대한 전문성을 바탕으로 이재현 회장의 문화사업 비전을 실행하고 있다”며 “오랜 시간 쌓은 이 부회장의 인맥과 노하우가 ‘기생충’의 글로벌 성공에 많은 도움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야기를 발굴하는 창작자가 있으면, 그 이야기를 양식을 가진 작품으로 완성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제작자의 역할도 중요하다. 그 역할을 맡은 사람이 곽신애 대표다. 그는 칸국제영화제부터 아카데미시상식까지 전 일정을 수행하며 봉준호 사단의 살림꾼 역할도 했다. 그는 곽경택 감독의 동생이자, 정지우 감독의 아내로도 유명한데, 사실 두 사람보다 먼저 영화의 길을 걸었다.

영화 기자 출신인 곽 대표는 1997~1999년 김조광수 감독과 영화홍보대행사 ‘바른생활’의 공동대표로 일하면서 영화인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이후 청년필름·LJ필름·신씨네 등에서 마케터와 KNJ엔터테인먼트에서 프로듀서로 경력을 쌓았으며, 봉준호 감독 네 번째 장편 ‘마더’의 프로듀서로 2010년 바른손이앤에이에 재직 중이었던 서우식 전 대표의 소개로 입사해 2013년 제작사 대표로 선임됐다. 곽 대표는 ‘기생충’ 국내 개봉 이후 “바른손과 봉준호 감독의 신뢰가 있었기에 ‘기생충’이라는 선물이 저한테 온 것”이라며 “마음 속 1순위 감독이었던 봉준호 감독과 작업으로 꿈을 이뤘다”고 ‘팬심’을 고백한 바 있다.

곽 대표는 왜소한 체구를 가졌지만 뚝심 있고 인내심과 포용력이 강하며 큰 그림을 볼 줄 아는 제작자라고 주변인들은 말한다. 오빠인 곽경택 감독은 “어릴 때부터 아무도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 조언한 적이 없는데 동생(곽신애 대표)은 본인이 알아서 자신의 인생을 개척하고 끈기 있게 걸어왔다”며 “이번 수상은 열심히 한 우물을 파면서 매진해온 사람에게 상이 주어진 것 같다”고 축하했다.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깜짝 놀란 눈…뭘 봤길래?
  • "내가 몸짱"
  • 내가 구해줄게
  • 한국 3대 도둑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