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 청춘남녀 말춤추며 자원봉사..핑크빛 물든 강릉

평창올림픽 자원봉사자의 하루
  • 등록 2018-02-21 오전 7:00:00

    수정 2018-02-21 오전 7:00:00

19일 강원도 평창군 슬라이딩센터에서 봅슬레이 경기가 끝나자 자원봉사자들이 관중들을 안내하며 춤을 추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조진영 기자] Believe we can Win this game~♬

음악이 시작됐다. 오늘도 리듬을 타며 몸을 푼다. 오전 11시. 강릉 아이스하키센터. 경기장 문이 열리고 음악소리가 커지면 비로소 관중입장이 시작된다. 첫 곡은 ‘Win The Game’ 평창동계올림픽 아이스하키 음악감독을 맡은 DJ쥬스가 지난달 28일 내놓은 올림픽 응원곡이다. 흥겨운 리듬에 외국인 관중과 한국인 자원봉사자들이 함께 몸을 흔든다.

관중과 함께 말춤추며 자원봉사

경기 직후 응원해준 북한 응원단에게 인사하는 남자 하키대표팀(사진=평창올림픽 자원봉사자 유태환 씨 제공)
나는 평창동계올림픽 자원봉사자다. 6번 게이트를 통과한 외국인 두 명이 관중석 위치를 묻는다. 티켓을 보니 224구역이다. 때마침 음악이 바뀐다. “오빤 강남스타일~♪” 두 손목을 엇갈라 위아래로 흔들며 자리를 안내했다. 자리로 돌아오니 회백색 곱슬머리를 한 외신기자가 “Funny guy~!”라며 웃는다. 그가 주머니를 뒤적여 캐나다팀 올림픽 배지를 건넨다. “Thank you~!

지난 5일 이곳 강릉에 왔다. 숙소는 강릉해양청소년수련원. 매일 오전 7시 일어나 준비를 한다. 붉은색과 회색 유니폼은 자원봉사 첫날 받았다. 티셔츠, 후리스, 바지, 점퍼에 부츠와 모자, 장갑, 가방까지 올림픽 공식후원사인 노스페이스 제품이다. 자원봉사를 하는 동안은 이 옷을 입어야한다. 세탁 등으로 입을 수 없다면 다른 옷을 입을 수 있지만 노스페이스 제품이 아니면 로고가 보이지 않도록 해야한다고 교육받았다.

검문소 지나 체크인..아침식사 “나쁘지 않아”

유니폼을 착용한 뒤 AD카드(출입 신분증)를 목에 걸면 출근완료. 함께 근무하는 자원봉사자들과 8시 셔틀버스에 올랐다. 차로 20분을 달리면 강릉 올림픽파크가 나온다. 검문소를 지나 체크인 센터로 간다. 체크인을 하면 쿠폰을 하나 주는데 12장을 모으면 수호랑 인형을 받을 수 있다. 체크인센터에서는 봉사자들의 봉사시간도 함께 기록한다. 취업을 앞두고 있는 대학생들에게 더더욱 필요한 절차다.

체크인을 마치고 간단한 아침식사를 한다. 선수들과 대회관계자들에게 무료로 제공되는 음식이다. 음식의 질에 대해 얘기가 많은데 생각보다는 먹을만하다. 한 접시에 뷔페식으로 담다 보니 부실해 보일 수 있겠다는 생각은 든다. “노동강도에 비해 너무 부실한 것 아니냐”고 말하는 친구도 많이 있다. 하지만 올림픽위원회(IOC)와 미리 협의된대로 만들어야해서 바뀌긴 어렵다고 한다. 다행히 숙소에서 먹는 식사는 이전보다 많이 개선된 편이다.

유니폼에 사인받기·배지 모으기 유행

AD카드 목걸이줄에 붙인 올림픽 기념배지들. 자원봉사자들은 자신이 모은 배지를 외국인들과 교환하기도 한다(사진=평창올림픽 자원봉사자 유태환 씨 제공)
근무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다. 아이스하키는 낮 12시, 오후 4시 30분, 저녁 9시 이렇게 3경기가 진행되는데 조를 짜서 한 경기 반정도씩 근무한다. 10시쯤 경기장에 입장해 간단한 전달사항을 듣고 각자 자리에 선다. 관중입장은 11시부터인데 기자들은 10시 30분 전후로 입장해 노트북을 편다. 아이스하키를 즐기는 캐나다, 미국 기자들이 많고 북유럽기자들이 주로 눈에 띈다. 외신기자들에게 경기자료를 전달하면서 많이 친해졌다.

두 번째 경기 전반부(2피리어드)가 끝나면 오후 근무자와 교대한다. 오후 근무자는 오후 5시부터 마지막 경기가 끝나는 오후 11시까지 근무한다. 오전 근무가 끝나면 올림픽파크를 돌아다니며 구경한다. 몇몇 자원봉사자들 사이에선 유니폼에 선수들 사인을 받는 게 유행이다. 스스로에게 좋은 기념선물이 될 것 같다. 대개는 올림픽 공식 후원사들이 만들어둔 부스에 가서 이벤트에 참여하며 시간을 보낸다. 다만 일부 지역에는 출입을 자제해달라는 전달사항도 있었다. 업무를 마친 자원봉사자들이 복장을 착용한 채로 한 곳에 너무 오래 머물러 있을 경우 선수나 관람객들에게 불편을 끼칠 수 있어서다.

무료 시내버스 타고 강릉투어도

경기가 종료된 뒤 전광판에는 자원봉사자들에게 감사를 표하는 문구가 게시된다(사진=평창올림픽 자원봉사자 유태환 씨 제공)
퇴근 후 올림픽경기를 보러 가는 사람들이 종종 있다. 관중 수가 많지 않은 경기들을 중심으로 자원봉사자들에게 표가 배정된다. 공지가 뜨면 자원봉사자들이 쓰는 휴대전화 애플리케이션에 접속해 AD카드 번호를 입력하고 응모하면 추첨을 통해 표를 나눠준다. 같은 방을 쓰는 한 친구는 두 번이나 당첨돼 경기를 보고 왔다. 경기를 보러 갈 때는 유니폼을 평상복으로 갈아입고 가야 한다. 관중들에게 혼란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간혹 다른 경기장에 AD카드로 입장해 경기를 보는 경우가 있는데 해서는 안될 일이다.

당첨되지 않은 아쉬움을 뒤로한 채 강릉 시내에서 다른 친구들과 시간을 보내기로 했다. 올림픽 기간에는 시내버스가 무료라서 강릉을 관광하기 좋다. 초당순두부나 장칼국수를 먹고 경포대와 주문진 수산시장을 둘러본다. 안목해변에 있는 커피거리도 많이 찾는 관광지다. 강릉 시내 영화관에서는 자원봉사자들에게 영화표 할인을 제공하기 때문에 인기가 많다. 자원봉사 기간동안 맺어진 커플들이 종종 눈에 띈다. 날은 따뜻해지는데 내 옆구리는 왜 이리 차가운지. 아. 부럽다….

평창올림픽 자원봉사자인 원은지·송보미(22) 유태환(23)씨가 퇴근 후 만난 외국인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사진=평창올림픽 자원봉사자 유태환 씨 제공)
*이 기사는 평창올림픽 자원봉사자인 대학생 유태환·원은지·송보미 씨를 인터뷰한 내용을 종합해 1인칭 형식으로 재구성했습니다.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칸의 여신
  • '집중'
  • 사실은 인형?
  • 왕 무시~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