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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의 세계’는 배우 김희애의 출연으로 관심을 모은 작품이다. 김희애는 따뜻한 가족드라마부터 파격적인 장르까지 소화하며 활약을 펼친 연기파 배우. ‘밀회’에서는 20세 연하와의 애틋한 교감과 사랑을 짜릿하게 그려낸 만큼 그가 보여줄 또 한번의 파격이 기대를 모았다. 김희애는 ‘부부의 세계’에서 남편 이태오(박해준)에 배신 당한 지선우의 휘몰아치는 감정을 쏟아내며 시청자들의 몰입도를 높였다. 충격부터 분노, 슬픔, 절망까지 표정만 봐도 감정이 이입될 정도로 인물의 심리를 설득력 있게 표현해내며 극의 흥행에 힘을 실었다. 특히 14회의 바다씬은 ‘부부의 세계’ 대표적인 명장면으로 꼽히고 있다. 별다른 대사 없이 표정 만으로 지선우의 절망적인 심경을 표현해내며 감탄을 안겼다.
tvN ‘미생’, ‘나의 아저씨’, ‘아스달 연대기’ 영화 ‘침묵’, ‘독전’ 등 매 작품마다 새로운 연기를 보여준 박해준은 ‘부부의 세계’를 통해 아내를 배신하고 불륜을 저지르는 이태오 역을 맡았다. 바람을 피운 것이 들켰음에도 “사랑에 빠진 게 죄는 아니잖아”라고 응수하는 이태오의 뻔뻔함을 훌륭하게 소화하며 시청자들의 분노를 일으켰다. 시청자들의 분노가 높아졌다는 것은 곧 드라마의 몰입도가 높아졌다는 것. 박해준은 배우 박해준이 아닌 이태오로 분해 드라마의 흥미를 높이는데 큰 역할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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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의 세계’는 주연 배우들 뿐만 아니라 조연 배우들의 활약이 돋보인 드라마다. 지선우(김희애), 이태오(박해준) 부부 만큼이나 흔들리는 부부의 세계를 보여준 고예림(박선영), 손제혁(김영민). 두 사람의 이야기도 박선영, 김영민의 연기가 있었기에 몰입감이 배가됐다. 박선영은 내공이 탄탄한 배우. 드라마 초반, 지선우를 향한 묘한 질투심을 드러내며 반전의 긴장감을 선사했으며 남편 손제혁의 외도로 흔들리는 심리를 입체적으로 그려내며 극의 재미를 더했다. 김영민 역시 전작 ‘사랑의 불시착’을 완벽히 지운 연기로 손제혁 캐릭터를 완성했다. 불륜이 취미인 손제혁을 얄밉게 표현하며 배우 김영민의 진가를 다시 한번 보여줬고 ‘부부의 세계’ 인기 공신으로 꼽히고 있다.
채국희 역시 마찬가지다. 지선우의 가장 친한 친구였던 설명숙은 이태오의 바람을 알고도 모른 척 했고, 심지어 내연녀 여다경과 같이 여행까지 다녀온 것이 발각되며 공분을 샀다. 설명숙은 그럼에도 지선우, 이태오를 아슬아슬 줄타기하는 모습으로 ‘부부의 세계’ 대표 밉상으로 자리잡았다. 이 역시 채국희의 맛깔나는 연기가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채국희는 ‘분노 유발’ 설명숙을 눈빛부터 말투까지 얄밉게 표현했고 시청자들의 몰입감을 높이는데 기여했다. 극 후반부부터는 태세를 전환해 원장(정재성)에게 맞서고 사이다 발언을 하며 ‘호감 캐릭터’로 자리잡기도 했다. 극과 극의 모습이었기에 시청자들에게 혼란을 줄 수도 있었던 태세 전환, 그러나 채국희의 설득력 있는 연기로 자연스럽게 표현됐다.
설명숙과 함께 ‘부부의 세계’에서 악플 지분율이 높았던 준영. 전진서는 부모의 이혼을 겪는 아이의 흔들리는 모습을 그려냈다. ‘준영이 대체 왜 저러나’는 댓글이 가장 많이 달렸지만, 이 말은 그만큼 전진서가 대본 속 준영이를 제대로 표현했다는 뜻이다. 갑작스러운 부모의 이혼을 겪고 또 그 부모가 다시 엮이는 것을 목격하며 세차게 흔들리는 감정을 표현해냈다.
심은우, 이학주도 빼놓을 수 없는 신스틸러다. 심은우는 지선우의 조력자인 민현서 역을 연기하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데이트 폭력으로 깊게 생긴 상처부터 지선우를 보고 동질감을 느끼고 의지하고 또 성장하는 모습을 단계별로 그려내며 극의 풍성함을 더했다. 이학주는 민현서의 남자친구인 박인규를 연기하며 신스틸러로 활약했다. 데이트 폭력을 가하는 모습부터 지선우에 위협을 가하는 모습, 또 예기치 않은 사고로 생을 마감하는 모습까지 매회 충격을 안기며 ‘부부의 세계’의 몰입감을 더했다. 설명숙, 이준영과 함께 시청자들의 분노를 유발하는 인물이었지만 그만큼 박인규를 완성도 높게 표현했다는 것. 이학주는 ‘부부의 세계’를 통해 다시 한번 배우로서 존재감을 각인 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