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의 클래식..한석규의 모든 것①

  • 등록 2013-03-14 오전 8:00:00

    수정 2013-03-14 오후 1:13:44

[이데일리 스타in 최은영 기자]한석규(49)를 최근 한 달 동안 일상과 공식 석상을 오가며 세 차례나 만났다. 만남의 모습도 다양했다. 한번은 자정 무렵 극장에서 관객으로, 또 한 번은 영화 ‘파파로티’ 제작진과 기자들이 만나는 술자리에서 그리고 공식 인터뷰 자리에서 또 한 번.

관객으로 함께 만났을 땐 말 한마디 붙이지 못했다. 그의 개인적인 시간을 방해하고 싶지 않아서다. 그때 한석규가 본 영화는 ‘실버라이닝 플레이북’이었다. 객석 중앙 맨 뒷자리에 혼자 앉아 사색하듯 영화를 보곤 사라졌다.

술자리에선 말을 하는 모습에 놀랐다. 스스럼이 없었으며 진솔했고 또 진중했다. 궁금한 것이 있으면 참지 않고 바로 되물었다.

“배우를 왜 배우라고 하나요? 한자로 광대 배(俳)에 넉넉할 우(優). ‘배’ 자도 사람 인(人) 변에 아닐 비(非). 사람이 아니라는 건데 말이 안 되고. 영어로는 ‘액터(Actor)’, 움직이는 사람? 그 역시도 설명이 충분치가 않아요. 그러다가 영화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를 보며 생각했어요. 그래, 배우는 어쩌면 시간을 사는 사람일지 모르겠다. 진짜의 시간이 아니라 가짜의 시간을 사는 사람. 그렇다면 설명이 약간은 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해봤네요.”

흡사 도를 닦는 수행자 같다. 얼마 전 한 TV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 ‘석규 스님’으로 불리는 그를 보며 피식 웃음이 난 건 그런 이유에서다.

인터뷰 자리에선 특히 옛날 얘기를 즐겼다. 고등학교 2학년 때 뮤지컬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를 보고 감동해 배우를 꿈꾸게 된 사연부터 대학 시절 학교 선배 최민식에게 “개규”로 불린 이야기, ‘서울의 달’, ‘8월의 크리스마스’, ‘뿌리 깊은 나무’, ‘베를린’으로 이어진 23년간의 굴곡진 연기 인생을 도란도란 이야기했다.

그는 자신을 “1년 365일 만날 슬럼프인 배우”라고 말한다. “말은 잘 하는구나, 이 새끼야”. 스스로 되뇌는 말이다. 과거 인터뷰를 보며 역겨운 생각이 들어 그간 인터뷰를 마다해왔다고 고백했다. 학대에 가까운 자기비판이 계속됐다.

무언가 설명이 쉽지 않을 땐 취미인 ‘골프’ ‘낚시’에 빗대 말했다. “과거엔 골프를 칠 때 폼을 중요시했는데 하다 보니 그게 전부가 아니더라고요. 요즘은 연기할 때 액션보다 리액션이 더 중요하다는 걸 깨닫고 있어요” 식이다.

또 자신이 출연한 작품은 반드시 숫자를 세어가며 기억한다. 3년 전 ‘이층의 악당’ 언론시사회에선 “이번 영화가 꼭 18번째 작품이다. 골프로 치면 한 경기를 마쳤다”고 했고, ‘파파로티’ 개봉을 앞두고는 “내 20번째 작품”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세 차례 만남에서 한석규는 공교롭게도 늘 같은 옷을 입고 있었다. “한 계절을 교복처럼 입고 나는, 같은 디자인의 옷이 여러 벌 있다”고 설명했다. 클래식한 취향이 놀랍다고 하자 “앞으로도 몇 번은 더 (같은 옷을) 보게 될 것”이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한석규는 한석규였다. 그냥 직업이 배우인 사람. 주변에서 아무리 용비어천가를 불러대도 흔들림이 없다. ‘뿌리 깊은 나무’처럼 늘 같은 곳에 서있다.

한석규는 아내와 네 자녀를 미국에 보낸 기러기 아빠다. 영화를 보며 주로 외로움을 달랜다. 그가 즐겨 찾는 극장은 여의도 CGV다.(사진=쇼박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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