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의 스파이크와 '선수 류중일'의 베개

  • 등록 2015-01-31 오전 8:17:20

    수정 2015-01-31 오전 10:01:27

류중일 삼성 감독. 사진=삼성 라이온즈
[이데일리 스타in 정철우 기자]31일 일본 언론엔 흥미로운 기사가 하나 실렸다.

포수에서 1루수로 전향한 요미우리 간판 타자 아베가 특수 제작한 스파이크를 신게 됐다는 뉴스였다. ‘비밀 무기’ 등 일본 언론 특유의 호들갑이 묻어나 있는 기사이긴 했지만 의미까지 폄하할 순 없는 내용이었다.

정리해 보면 이렇다. 늘 앉았다 일어섰다는 반복하는 포수에 비해 계속 서 있어야 하는 1루수는 다리에 부담을 많이 받게 된다. 이에 아베는 자신의 용품 스폰서인 아식스사에 특수 스파이크 제작을 의뢰했고, 이에 맞춤형 스파이크가 제작됐다는 것이다.

다리에 부담을 줄이기 위해 중간창(완충제)을 스파이크 전면에 도입해 쿠션을 높인 것이 특징이다. 단단한 메이저리그 마운드에 대비하기 위해 다르빗슈도 같은 구조의 스파이크를 신는 것으로 알려졌다. 부하가 발 전체에 분산되면서 피로를 막아주는 효과가 있다.

여기에 스파이크 날 수도 조정하는 등 세밀한 준비를 하고 있다고 일본 언론은 전했다.

그저 그렇구나 하고 말 이야기는 아니다. 별 걸 다 신경 쓴다는 생각으로 넘길 수도 있겠지만 그만큼 세세한 것 까지 신경쓰고 준비한다는 점에선 분명 시사하는 바가 크다.

우리 선수들은 장비에 너무 둔감하다는 인상을 받게 되는 적이 많다. 배트나 글러브는 어느 정도 신경을 쓰지만 스파이크를 비롯한 다른 도구에 관해선 상대적으로 관심이 떨어진다. ‘도루를 잘 하는 선수가 어떻게든 작은 중량의 스파이크를 구하더라’는 소리는 거의 들어보지 못했다.

류중일 삼성 감독도 이런 분위기에 아쉬움을 털어놓은 바 있다.

류 감독은 현역 시절 목 베개를 원정지까지 갖고 다녔다. 일반 베개와 달리 잠을 잘 때 목에 부담을 덜어준다는 특수 제작 베개였다.

류 감독은 “타자는 직업상 한쪽만 오래 보게 돼 있다 그러다보면 목에 알게 모르게 부담이 된다. 목에 담이 결려 경기에 못 나오는 선수들이 제법 많지 않은가. 난 그런 부분도 막아보기 위해 베게를 들고 다닌 적이 있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도구 제대로 챙겨주는 사람 없는 것이 한국 야구의 특성이다. 원정 떠나며 베개까지 싸 짊어지고 가는 모습이 자칫 우스워 보였을 수도 있다. 하지만 아주 작은 것 하나까지도 섬세하게 생각하고 준비했던 ‘선수 류중일’의 집념이 ‘감독 류중일’의 성공으로 이어진 것은 아닐까.

류 감독은 “나 처럼 베개를 꼭 가지고 다녀야 한다는 건 아니다. 그런데 여름에 에어컨을 키고 자다 감기에 드는 선수들이 적지 않다. 그렇다면 뭔가 다른 방법을 찾아보려 했으면 좋겠다. 그냥 별 생각 없이 지내다 아파서 한.두 경기 빠지면 팀도 선수도 손해 아닌가. 장비는 말할 것도 없다. 장비는 프로의 자존심이자 책임감이라는 생각이 필요하다”고 했었다.

‘안타의 신’ 양준혁은 현역 시절 배트 선물을 유난히 꺼렸다. 차라리 다른 장비는 내줘도 배트만은 좀처럼 주지 않았다. 특별 제작한 것이 대부분이었기 때문이다. 당시 양준혁은 “안타를 하나라도 더 치기 위해 남 보다 좋은 배트를 사서 쓴다. 그런데 사람들은 그 배트를 너무 쉽게 달라고 한다. 내겐 의미가 남다르기에 그럴 수 없다. 오해를 살 때가 많지만 어쩔 수 없다”고 고충을 털어놓은 바 있다.

프로가 부끄러운 것은 야구를 못하는 것이지 폼 나지 않는 것이 아니다. 그 출발은 장비에 대한 관심과 투자에서 시작되는 것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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