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철우의 새털 베이스볼]막둥이에서 에이스가 된 남자, 양현종

  • 등록 2015-06-06 오전 9:11:11

    수정 2015-06-06 오후 2:22:23

양현종. 사진=KIA 타이거즈
[이데일리 스타in 정철우 기자]야구기자 한 지가 벌써 16년째에 접어들고 있습니다. 그동안 참 많은 사람들을 만났었는데요. 제가 겪어 본 그 ‘사람’ 이야기를 해 볼까 합니다. 지극히 주관적이고 사적인 잣대로 들여다볼까 합니다. 사람의 기억은 모두 다르게 적히기 마련이니까요. 기사처럼 객관성을 애써 유지하려 하지 않고 개인적으로 느낀 바를 솔직하게 적어볼까 합니다. 그저 ‘새털’ 처럼 가볍게 읽어봐 주시고, ‘아! 그렇게도 볼 수 있구나’ 정도로만 여겨주셨으면 합니다. 오늘은 새털데이(Saturday)니까요.



KIA 투수 양현종. 개인적으로 특별히 친분이 있는 선수는 아닙니다. 어쩌면 팬들께서 보시는 모습 정도를 저도 비슷한 거리에서 지켜보고 있다고 할 수 있겠죠. 아, 아무래도 덕아웃 뒷 모습을 볼 수 있으니 그 보다 조금은 가깝겠네요.

어찌됐던 그를 보는 느낌은 비슷할 겁니다. 착한 막내 동생같은 이미지죠.

그가 참 귀엽다고 느꼈던 순간은 두 가지 정도 생각이 납니다. 양현종 선수는 훈련 때 그 누구보다 썬 크림을 많이 바르는 선수인데요. 훈련 후 화장실에서 급하게 세수하는 그에게 물어본 적이 있습니다. “오늘은 해도 별로 없는데 너무 많이 바른 거 아니에요?” 그의 답은 이랬습니다. “해가 안 뜬 날도 자외선은 장난이 아니래요. 제가 피부라도 꼭 지켜야 하거든요.”

네, 그렇습니다. 야구 선수들에게 흔히 들을 수 있는 말은 아니었습니다. ㅎㅎ.

또 한 가지는 제 후배를 통해 들은 이야기인데요.

양현종 선수가 한 때, 모 걸 그룹의 리더를 무척 좋아했다는 이야기는 잘 알고 계실겁니다. 팬으로서요….

어찌됐건 순수하게 좋아하는 양현종 선수가 제 후배도 귀여웠나 봅니다. 그 그룹이 인터뷰를 위해 회사를 방문했을 때, 창피함을 무릅쓰고 가서 사인을 받아다주기로 합니다.

친절한 그 리더는 사인 후 한 마디를 더 물었다고 하더군요. “그 분께 뭐라고 적어드릴까요?” 양현종 선수가 누군지 몰랐던게죠. 하긴 그 땐 그리 유명한 선수가 아니었습니다. 그 리더는 후배의 부탁대로 “꼭 10승 하세요.”라고 적었습니다.

며칠 후 그 사인은 양현종 선수에게 전달이 됐구요. 그런데 그 사인을 전해주던 후배는 거짓말을 하나 해야 했습니다. 양현종 선수가 사인을 품에 안으며 “10승을 꼭 하라니, 나를 아는 것일까”라고 행복해했기 때문입니다. 차마 자신이 부탁한 소리라는 말을 하지 못했다고 하더군요.

그런데 말입니다. 언제나 이렇게 착한 막둥이 같던 양현종 선수가 올 시즌 완전히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물론 이미 좋은 투수였지만 올 시즌의 포스는 이전과는 전혀 다릅니다.

단순히 1점대 평균 자책점을 찍고 있기 때문만은 아닙니다. 그의 투구에선 이제 ‘책임감’이라는 것이 묻어나옵니다. 진짜 에이스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아직 양현종 선수의 올 시즌 종착역이 어떤 모습일지는 알 수 없습니다. 매년 어려움을 겪었던 여름 승부도 남아 있구요. 하지만 그는 이제 KIA의 에이스 입니다. 그 무거운 책임감과 짐을 이겨낼 준비가 돼 있을거라 믿습니다.

갑자기 너무 멋있어져서(?) 좀 놀랍기는 하지만…, 양현종 선수가 토종 에이스 부재라는 한국 프로야구의 아쉬움을 훌훌 털어낼 수 있는 좋은 투수로 끝까지 잘 버텨내주길 희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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