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 가드 라이벌' 김승기-이상민, 사령탑으로 다시 정상 대결

  • 등록 2017-04-21 오전 6:00:00

    수정 2017-04-21 오전 6:00:00

20일 오전 서울 강남구 신사동 KBL센터에서 열린 2016-2017 KCC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 미디어데이 행사에서 KGC인삼공사 김승기 감독(왼쪽)과 삼성 이상민 감독이 파이팅을 외치며 결의를 다지고 있다. 정규리그 1위 KGC와 8년 만에 챔피언 결정전에 진출한 삼성이 벌이는 챔피언 결정전은 22일부터 7전 4승제로 열린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선수 시절 최고의 가드 자리를 놓고 다퉜던 두 ‘오빠’가 이제는 사령탑이 돼 정상에서 다시 만났다. 주인공은 안양 KGC인삼공사 김승기(45) 감독과 서울 삼성 이상민(45) 감독이다.

인삼공사와 삼성은 오는 22일부터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 7전4선승제 승부를 펼친다. 가장 눈길을 끄는 관전포인트는 김승기 감독 대 이상민 감독의 지략 대결이다.

지금은 양복을 입고 벤치에서 선수들을 지도하는 사령탑이 됐지만 한때는 오빠부대를 몰고 다니던 최고의 스타였다. 1990년대 중반 농구대잔치에서 대학 열풍을 이끌었던 주역이다.

연세대 91학번인 이상민 감독은 수많은 여성팬의 우상이었다. 드라마 ‘응답하라 1994’에서 여주인공이 죽자고 쫓아다녔던 ‘오빠’가 바로 이상민 감독이었다. 곱상한 외모에 정확한 패스와 슈팅 능력을 자랑했다. 워낙 농구 센스가 뛰어나 ‘컴퓨터 가드’라는 별명을 얻었다.

당시 연세대의 주득점원은 서장훈, 문경은이었다. 하지만 이상미의 정확하고 세밀한 패스가 없었다면 이들의 활약도 없었다.

이상민 감독의 선수 시절 최고의 라이벌이 당시 중앙대 주전 가드였던 김승기 감독이었다. 같은 1972년생이지만 학번은 이상민 감독보다 1년 이른 90학번이었던 김승기 감독은 스타일이 전혀 달랐다.

단신 가드치고 당시로선 흔치 않은 근육질에 힘이 좋았다. 파워 넘치는 돌파력이 일품이었다. 수비에선 상대 센터와의 몸싸움에도 밀리지 않았다. 기술 자체가 정교한 편은 아니었지만 워낙 힘이 좋다 보니 상대가 쉽게 막지 못했다. ‘터보가드’라는 별명을 얻었다.

이상민 감독의 여성팬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았다면 김승기 감독은 남자팬이 훨씬 많았다. 전혀 다른 스타일의 두 최고 가드가 맞대결을 벌일 때면 농구팬들은 더욱 열광할 수밖에 없었다.

선수 시절 전체로 놓고 보면 이상민 감독이 김승기 감독보다는 늘 한발 앞섰다. 연세대를 농구대잔치 우승까지 이끌며 최고의 자리에 섰던 이상민 감독은 프로 데뷔 후에도 명성과 인기를 그대로 유지했다. 2차례 정규리그 MVP에 등극했고 9년 연속 올스타 최다 득표를 차지했다. 특히 KCC 시절 3번이나 우승을 맛봤다.

반면 김승기 감독은 선수 시절이 길지 못했다. 선수 시절 2002-2003시즌 TG(현 동부) 소속으로 정상에 오른 적이 있다. 하지만 프로에선 잦은 부상 때문에 크게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다. 10년 남짓 프로선수 생활을 한 뒤 33살이라는 젊은 나이에 일찍 은퇴를 선택했다.

지도자로선 김승기 감독이 오히려 먼저 앞서 가는 모습이다. 김승기 감독은 은퇴 후 동부 코치를 시작으로 차근차근 지도자 수업을 밟았다. 2015년 인삼공사 감독대행을 맡기 전까지 코치로만 10년의 세월을 보냈다. 2007~2008시즌에는 동부 코치로 정상을 경험했다.

만약 이번에 우승하면 KBL 역사상 선수, 코치, 감독으로서 모두 우승을 차지하는 최초의 주인공이 된다. 선수와 감독으로서 우승을 경험한 인물은 허재 국가대표 감독이 유일하다. 하지만 허재 감독은 코치로 우승을 맛본 적이 없다

이상민 감독은 2012년 삼성 코치직을 맡은 뒤 2014~2015시즌부터 사령탑에 올랐다. 지난 시즌에 이어 2년 연속 팀을 플레이오프에 진출시켰지만 아직 지도자로서 우승 경험은 없다. 김승기 감독과 마찬가지로 이상민 감독도 첫 우승을 간절히 원하고 있다.

20일 열린 챔피언결정전 미디어데이에서 두 감독은 가벼운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다. 김승기 감독이 “코치 생활을 오래 했기 때문에 팀을 조직적으로 이끄는 점이 더 낫다”고 말하자 이상민 감독은 “난 코치를 오래 못했지만 챔피언전을 많이 경험했다”고 맞받아쳤다.

여러 가지 상황을 놓고 보면 유리한 쪽은 김승기 감독이 이끄는 인삼공사다. 정규리그 1위 팀은 인삼공사는 6강 플레이오프를 거치지 않고 곧바로 4강 플레이오프에 직행했다. 4강 플레이오프에서도 울산 모비스를 3연승을 꺾고 일찌감치 챔피언결정전에 올랐다. 체력적인 면에서 여유가 넘친다.

반면 삼성은 6강 플레이오프와 4강 플레이오프 모두 5차전까지 가는 접전을 치르고 왔다. 피 말리는 승부를 10경기나 치르고 왔기 때문에 지칠 대로 지친 상황이다.

김승기 감독도 이 점을 의식한 듯 여유로운 모습을 보였다. “우리는 오래 쉬었다”며 “정규리그 우승 꿈에 이어 플레이오프 우승 꿈도 꿨다. 그대로 이뤄질 것으로 생각한다”고 큰소리쳤다.

그러자 이상민 감독도 물러서지 않았다. 이상민 감독은 “우리가 정규리그에서 인삼공사에 4승2패로 앞섰다. 챔프전에서도 4승2패로 끝내고 싶다”며 “체력만 가지고 농구 하는 것이 아니다. 정신력과 집중력은 인삼공사보다 낫다. 4강 플레이오프에서 5차전까지 치르면서 경기력과 끈끈한 팀워크가 좋아졌다”고 강조헸다.

라이벌 답게 챔피언결정전을 앞두고 으르렁댄 두 감독이지만 사이좋게 의견 일치를 본 것도 있다. 바로 유니폼 색깔이다. 두 감독은 챔프전 내내 팀을 상징하는 색깔의 유니폼을 입기로 합의했다. 인삼공사는 빨간색, 삼성은 파란색 유니폼을 계속 착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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