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인]악몽 피하지 않고 맞선 김인경, ‘메이저 퀸’ 자격 충분했다

  • 등록 2017-08-08 오전 7:10:27

    수정 2017-08-08 오전 7:10:27

[이데일리 스타in 조희찬 기자] 김인경(29)이 30cm를 남겨 놓고 내준 메이저대회 우승 트로피를 돌고 돌아 5년 4개월 만에 가져왔다.

김인경은 7일(한국시간) 영국 스코틀랜드 파이프의 킹스반스 골프 링크스(파72·6천697야드)에서 끝난 브리티시 여자오픈 골프대회 최종 라운드에서 1언더파 71타를 쳐 4라운드 합계 18언더파 270타로 정상에 올랐다. 그동안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서 6승을 거두고 있던 그는 7번째 우승을 그토록 갈망하던 메이저대회 트로피로 채웠다.

비로소 악몽에서 벗어났다. “2012년 실수한 이후 실망감이 컸다. 누구나 실수는 하지만 이것은 나만의 문제라고 생각했다.” 자책했던 시간을 돌아봤다. 김인경은 “매우 힘든 시간이었지만 코스 안팎에서 이를 극복하려고 노력하기 시작했다”며 “나 자신에게 친절해지고 따뜻해지려고 했고 이는 큰 도움이 됐다”고 다짐했다.

시간을 거슬러 가보자. 누구에게는 ‘역전극’, 누구에게는 ‘비극’이었던 여자 골프 역사에 손꼽힐만한 현장. 2012년 여자골프 메이저대회 크래프트 나비스코 챔피언십(현 ANA 인스퍼레이션) 18번홀(파5). 그린을 향해 걸어가던 김인경의 발걸음은 경쾌했다. 약 5m 거리의 버디 퍼트를 남겨놓고 있었다. ‘투 퍼트’로 파만 해도 뒤에 따라오는 쩡야니(대만)가 이글을 잡지 않는 한 우승이었다.

김인경은 우승자들이 뛰어드는 ‘포피 폰드’ 옆을 돌아 바리케이드 사이로 내미는 갤러리들의 손을 일일이 마주쳤다. 그린 위에 오른 김인경이 친 퍼트는 홀컵에서 아마추어들도 흔쾌히 ‘OK’를 외칠만한 약 30cm 거리에 멈춰 섰다. ‘챔피언 퍼트’가 돼야 했을 마지막 샷. 공은 홀컵을 반 바퀴 돌아 나왔고 김인경은 여자골프 역사상 가장 드라마틱한 승부의 희생양이 된다.

당시 경기를 현장에서 지켜본 캐런 스터플스(잉글랜드)는 “제정신을 가진 사람이 아니라면 모를까 김인경의 우승을 의심하는 이는 없었다”고 돌아봤다. 아직도 당시 상황을 떠올리면 사람들은 버디로 우승을 차지한 유선영(31)보다 김인경을 떠올린다. AP통신 등 외신들은 “이 잔인한 실수가 평생 김인경을 따라다닐 것”이라고 평했다.

‘30cm의 저주’는 이후에도 김인경을 끊임없이 괴롭혔다. 이듬해 열린 KIA 클래식에선 우승 문턱까지 갔다가 마지막 3홀에서 1.5m 남짓 거리의 짧은 퍼트를 연달아 놓치며 연장에 끌려가 무릎을 꿇었다. 이 대회를 포함한 5번의 연장 승부에서 5전 전패를 당하며 그때의 기억이 지울 수 없는 상처로 영원히 남는 것처럼 보였다.

김인경은 긍정적인 성격으로 다시 일어섰다.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명상과 요가, 단식으로 마음을 다스렸고 불교에 심취했다. 팬들이 잊을만 하면 당시 악몽을 끄집어냈다. 하지만 김인경은 카메라 앞에 서서 드라이버를 이용한 퍼트, 한 손으로 퍼트를 하는 등 묘기를 보여주며 유쾌함으로 받아쳤다. 더이상 과거에 얽매이지 않으며 지난해 레인우드 클래식에서 4년 만의 우승과 올해 숍라이트 클래식, 마라톤 클래식으로 부활을 알렸다. 트라우마 극복에 마침표를 찍기까지 메이저대회 우승만을 남겨두고 있었다.

ESPN은 비틀스 대표곡 제목을 빌려 “브리티시 여자오픈 새 챔피언 김인경에게 2012년 좌절은 ‘예스터데이’”(Yesterday)라는 제목으로 그의 우승을 축하했다. 김인경이 비틀스 노래 중에서도 가장 좋아하는 노래로 꼽은 것은 1968년 앨범에 수록된 ‘블랙버드’(Blackbird)다. ‘블랙버드’에는 “부러진 날개로 나는 법을 배워요(Take these broken wings and learn to fly)” “당신은 평생 자유로워질 순간만을 기다려왔어요(You were only waiting for this moment to be free)”라는 가사가 반복된다. ESPN은 “김인경의 부러진 날개는 나는 법을 배웠다”며 “이제는 그녀가 자유로워질 순간”이라고 평가했다.

김인경의 이번 우승으로 올 시즌 한국 선수들은 LPGA 투어에서 처음으로 4주 연속 우승이라는 진기록을 세웠다. 또 총 12승을 합작하며 2015년 세운 단일 시즌 최다승 기록(15승) 경신 가능성을 더욱 높였다. 앞으로 시즌 종료까지 남은 대회는 12개다.

신지은(25)이 최종합계 12언더파 276타를 기록하며 한국 선수 중에선 김인경 다음으로 가장 높은 성적을 거뒀다. 앞서 2차례 메이저대회에서 모두 컷 탈락했던 김효주(21)는 이날 4타를 줄였고 최종합계 11언더파 277타 공동 7위로 대회를 마감했다.

‘골프여제’ 박인비(29)는 내심 역전 우승에 도전했으나 이날 이븐파를 적어냈고 10언더파 278타 공동 11위 성적에 만족해야 했다. US여자오픈 챔피언 박성현(24)은 4타를 줄여 8언더파 280타 공동 16위를 기록했다. 세계랭킹 1위 유소연(27)은 1타를 잃었고 합계 4언더파 284타 공동 43위로 이번 주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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