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귀 2개월 만에 여제 탈환..이번에도 '박인비 매직'

2015년 시련 극복하고 이룬 커리어 그랜드 슬램
리우올림픽에선 116년 만에 여자골프 금메달
순탄해 보이지만 늘 시련 이겨낸 기적의 드라마
"세계 1위 목표 아니었지만, 다시 돌아오니 기뻐"
  • 등록 2018-04-24 오전 6:00:00

    수정 2018-04-24 오전 6:00:00

박인비. (사진=LPGA)
[이데일리 스타in 주영로 기자] 박인비(30)에겐 특별한 기운이 있다. 꼭 필요한 순간, 불가능할 것 같은 일을 해내는 ‘기적’ 같은 드라마를 써왔다.

23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의 윌셔 컨트리클럽(파71)에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휴젤-JTBC LA오픈(총상금 150만 달러)은 우승 경쟁만큼 또 다른 1위 싸움에 관심이 쏠렸다. 세계랭킹 1위 펑산산(중국)과 2위 렉시 톰슨(미국), 3위 박인비의 ‘여제 전쟁’이다. 박인비는 이날 경기에서 데뷔 첫 우승을 차지한 모리야 쭈타누깐(태국·12언더파 272타)에 이어 고진영(23)과 함께 공동 2위(10언더파 274타)에 올라 2년 6개월 만에 여자골프 세계랭킹 1위를 되찾는 또 한 번의 기적을 만들었다.

박인비는 여자골프 역사를 새로 써온 주인공이다. 2015년 5개의 메이저 대회 중 4개 이상 우승을 차지해 아시아 골퍼로는 최초로 커리어 그랜드 슬램을 달성했다. 박인비는 2013년 최고의 전성기를 누렸다. 나비스코 챔피언십(현 ANA 인스퍼레이션)을 시작으로 LPGA 챔피언십, US여자오픈까지 메이저 대회 3연속 우승(시즌 6승)을 차지하는 대기록을 세웠다. 2014년 LPGA 챔피언십에서 다시 우승했고, 2015년에는 LPGA 챔피언십 3년 연속 우승에 이어 브리티시 여자오픈 우승으로 커리어 그랜드 슬램의 마지막 퍼즐을 맞췄다.

LPGA 투어에서 박인비가 이룬 업적은 2016년 결실로 이어졌다. 10시즌을 뛰면서 마침내 한국인으로는 박세리에 이어 두 번째로 명예의 전당에 이름을 올렸다.

하지만 박인비에게도 시련은 있었다. 박인비는 2008년 US여자오픈에서 당시 최연소 우승(19세 11개월 17일)을 차지하며 화려하게 LPGA 투어에 등장했다. 그러나 이후 3년 넘게 우승하지 못했다. 평범한 선수로 전락했던 박인비는 2012년 에비앙 마스터스(현 에비앙 챔피언십) 우승으로 다시 일어섰다.

▶잦은 부상도 묵묵히 이겨내는 강심장

2013년부터 2015년까지 14승을 몰아 친 박인비는 또 한 번 큰 시련을 겪어야 했다. 늘 말썽이던 등 부상이 악화됐고, 왼손 엄지손가락 부근 인대가 늘어나는 부상을 당했다. 그해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을 앞두고 있었기에 우려는 더 컸다. 박인비는 올림픽을 준비하기 위해 6월까지는 투어 활동을 한 뒤 국내로 들어와 개인 훈련을 했다. 그러나 올림픽을 앞두고 국내에서 열린 삼다수 마스터스에 출전해서 보여준 모습은 메달을 기대할 수 없을 정도였다. 컷 탈락하면서 올림픽 출전권을 후배에게 양보했어야 하는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왔다. 하지만 박인비는 자신을 믿었고 누구보다 자신의 상태를 잘 알고 있었다. 그는 대회가 끝난 뒤 “이번에도 이겨내겠다”는 말을 남기고 브라질로 떠났다.

박인비가 그 어려운 걸 해냈다.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 116년 만에 정식 종목으로 부활한 여자골프 개인전 금메달을 목에 걸어 ‘골든 커리어 그랜드 슬램’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었다. ‘박인비가 아니면 할 수 없는 일’이라는 찬사가 쏟아졌고, 그를 의심했던 순간이 실수였음을 깨닫게 했다.

올림픽 금메달 이후 다시 완벽하게 부활할 것 같았다. 그러나 박인비에게 또 다른 위기가 시작됐다. 이번에는 허리 부상이 찾아오면서 그를 힘들게 했다. 브리티시 여자오픈을 앞두고 숙소에서 넘어지면서 허리를 다쳤다. 부상으로 시즌을 일찍 접을 수밖에 없었던 박인비는 2017년 15개 대회만 출전한 뒤 투어 활동을 중단했다.

잦은 부상은 박인비에게 골프를 조금씩 멀리 떨어뜨렸다. 게다가 모든 목표를 이루었기에 더 큰 목표를 찾지 못하는 고민에 빠지기도 했다. 그런 소문이 꼬리를 물면서 지난해 연말에는 ‘박인비가 은퇴하는 것이 아니냐’는 말이 나돌기도 했다. 실제로 박인비의 측근들은 그가 여러 번 은퇴 얘기를 꺼냈다고 전했다.

2013년 4월 처음으로 여자골프 세계랭킹 1위에 오른 박인비는 이후 줄곧 3위권 이내에 머물며 ‘여제’의 칭호를 들었다. 그러나 2017년 3월 HSBC 위민스 챔피언스 우승 이후 이렇다 할 활약을 펼치지 못했다. 부상으로 시즌을 일찍 접은 박인비는 국내에 머물며 휴식과 재충전으로 시간을 보냈다. 하지만 대회에 나오지 못하면서 세계랭킹은 10위 밖으로 밀려났다.

▶조용한 복귀, 2개월 만에 여제 탈환

박인비는 올해 초 투어로 복귀했다.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로 전지훈련을 떠날 때만 해도 “US여자오픈에서 한 번 더 우승하고 싶다”는 짤막한 목표만 남겼다.

조용히 투어로 복귀한 박인비에게 반전이 일어난 건 3월 뱅크 오브 호프 파운더스컵부터다. 이 대회에서 약 1년 만에 다시 우승트로피를 들어올려 투어 통산 19승째를 달성했다. 그리고 이어진 메이저 대회 ANA인스퍼레이션 준우승, 롯데 챔피언십 공동 3위로 ‘여제의 귀환’에 불을 당겼다.

LA오픈에서 기대했던 통산 20승 달성은 실패했다. 그러나 23주 동안 1인자에 올랐던 펑산산과 2인자 렉시 톰슨을 밀어내고 2년 6개월 만에 세계랭킹 1위를 탈환했다. 이 모든 게 복귀 2개월 만에 이뤄진 ‘박인비 매직’이다. 박인비는 “세계랭킹 1위가 올해의 목표는 아니었지만 좋은 경기에 대한 선물 같다”면서 “그래도 1위로 다시 돌아와 기분은 좋다”고 기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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