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석규, 배우들의 멘토.."롱런 비결은 인내심"②

  • 등록 2013-03-14 오전 8:00:00

    수정 2013-03-14 오전 8:13:06

[이데일리 스타in 최은영 기자]“준비하며 기다리면 언젠가 때는 옵니다.”

배우 한석규(49)가 까칠한 음악 선생님이 되어 돌아왔다. 김래원 등 요즘 젊은 배우들이 ‘멘토’로 꼽는 우상. 후배들에게 조언을 청하자 “인내심을 기르라”며 이같이 말했다.

드라마 ‘서울의 달’(1994)을 시작으로 영화 ‘은행나무 침대’(1996), ‘초록물고기’(1997), ‘넘버3’(1997), ‘접속’(1997), ‘8월의 크리스마스’(1998), ‘텔 미 썸딩’(1999), ‘쉬리’(1999)까지. 그는 1990년대 한국영화를 지배했다.

2000년대 들어선 부진했다. 3년여의 공백기와 몇 년간의 슬럼프. 그가 다시 기지개를 켜기 시작한 건 지난 2011년 드라마 ‘뿌리 깊은 나무’로 SBS 연기대상을 거머쥐면서다. 당시 드라마에 세종 역으로 출연한 그는 폭넓은 연기 스펙트럼을 보이며 오랜만에 이름값을 증명해냈다. 최근에는 영화 ‘베를린’에 출연해 700만 관객을 동원했다. 14일에는 스무 번째 영화 ‘파파로티’를 내놨다.

누구나 알지만 제대로 아는 사람은 드문 배우 한석규. 평소 인터뷰를 잘 하지 않기로 유명한 그가 오랜만에 언론과 마주했다.

- ‘파파로티’의 어떤 점에 끌렸나.

“시나리오를 받은 건 ‘뿌리 깊은 나무’에 출연하기 전이다. 선생님과 학생의 꿈에 관한 이야기를 음악을 통해 보여준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꿈을 향해 달려가는 우리 청소년들에게 조그만 위로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 피아노를 치는 폼이 꽤 그럴 듯했다.

“실제로는 전혀 못 친다. 영화에서 피아노는 기술적으로 가장 커버하기가 좋은 악기다. 배우의 목만 따서 전문가의 연주 장면과 CG로 입히는 일도 있다. 그래서 걱정할 필요가 전혀 없었다. 그보다는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장면이었기 때문에 감정 표현에 더 신경을 썼다. 손가락 위치만 파악해서 건반을 누르는데 소리 때문에 도저히 감정이 안 잡히더라. 나중에는 뚜껑을 닫고 쳤다. 나보다는 (이)제훈이가 고생이 많았다. 노래하는 건 기술적으로 보완이 안 되니까.”

- 영화에서 모처럼 노래 실력을 뽐내더라.

“해바라기의 ‘행복을 주는 사람’을 불렀다. 작품에서 노래한 건 ‘8월의 크리스마스’, ‘미스터 주부 퀴즈왕’에 이어 세 번째다. ‘8월의 크리스마스’에선 주제가뿐만 아니라 요절가수 김광석을 기리며 그의 노래를 부르기도 했다. 김광석 노래는 내가 의견을 내 넣었다. 김광석과 동갑이기도 하지만 그의 오랜 팬이다.”

- 배우 한석규에게 연기란 무엇인가.

“잘하고 싶어서 평생 하는 것이다. 내 연기는 아직도 많이 부족하다. 한때는 관객에게 보여주고 싶어서, 인정받고 싶어서 연기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아니었다. 배우로 연기하면서, 관객으로 내 작품을 보면서 희열을 느끼고 싶어서 하는 거다. 40대 중반에 깨달았다.”

- 지금까지 출연작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은.

“영화 ‘8월의 크리스마스다’다. 연기로는 드라마 ‘서울의 달’이 가장 좋았다. 그때 연기는 지금 봐도 파닥파닥 대는 느낌이 난다.”

- 배우로서 꿈꾸는 무대, 목표가 있다면.

“배우는 결국 사람을 그려내는 이들이다. 작품마다 약간의 변주는 있지만, 출연작을 보면 그 배우가 그리고자 하는 사람의 모습을 알 수 있다. 나는 한 단어로 규정지을 수 없는 모호한 인간을 표현하고 싶다. 이 사람이 악한 놈인지, 착한 놈인지, 비겁한 놈인지, 용기 있는 놈인지 도무지 모르겠는 인간. 나는 사람이 그렇다고 생각한다. 어떤 때는 한없이 나약하지만, 또 어떤 때는 굉장히 강인할 수 있는 게 사람이다. 그런 진폭이 큰 인물을 연기 해보고 싶다.”

- 관객으로선 어떠한 영화를 선호하나.

“최근 본 영화 가운데 가장 좋았던 것은 ‘더 헌트’다. 매즈 미켈슨이 나온 또 다른 영화 ‘로열 어페어’도 인상 깊게 봤다. 덴젤 워싱턴 주연의 ‘플라이트’도 좋았고. 다니엘 데이 루이스의 ‘링컨’ 역시 챙겨볼 생각이다. 그런데 내가 좋아하는 영화는 다 망한다. 안타깝다.”

- 요즘 한국영화를 평가한다면.

“정말 신기하고 기분 좋다. 내가 한창때 꿈꿨던 광경들이 현실이 됐다. 관객 폭이 넓어졌다. 웃음과 눈물에 대한 강박은 좀 심한 듯하다. 영화가 관객을 끌고 가는 측면도 필요하다. 관객의 취향에 반 발짝 정도 앞선 영화라면 최고다. 관객과 같이 가는 영화도 좋다. 하지만, 관객 뒤에서 쫓아가는 영화는 나쁘다. 영화관람도 훈련이다. 보는 만큼 눈이 높아진다. 좋은 영화로 관객의 눈높이를 높이는 것. 그것이 바로 지금 한국의 영화인들이 해야 할 일이 아닌가 생각한다.”

- 앞으로 하고 싶은 영화로 멜로를 꼽았다. 희망하는 여배우는.

“심은하면 좋겠다. 팬으로서, 관객으로서 좋아한다. 꼭 다시 한번 연기하고 싶다. 김혜수와의 작업도 좋은 기억으로 남아 있다. 20대 때 첫 영화였던 ‘닥터봉’에서 호흡을 맞췄고, 40대에 ‘이층의 악당’으로 다시 만났다. 배우끼리 호흡이 잘 맞으면 영화가 굉장히 풍성해진다. ‘이층의 악당’이 그랬다. 예상치 못한 액션에 상상을 뛰어넘는 리액션을 주고받으며 연기에 대한 재미, 자부심을 되찾았다. 그건 김혜수의 도움이라고 본다. ‘이층의 악당’이 있었기 때문에 ‘뿌리 깊은 나무’가 가능했다. 김혜수와 15년 후 60대에 또 같이 하자고 했다.”

- 지금의 한석규를 있게 한 원동력은 무엇인가. 후배들에게 조언 한마디.

“연기에 대한 이야기는 특별히 할 게 없다. 그건 배우 각자의 몫이니까. 조언을 잘 않는 편이지만 한마디 한다면 인내심을 기르라고 말하겠다. 내가 그러했듯 후배들도 굴곡을 겪게 될 거다. 준비하며 기다리면 언젠가 때는 온다. 인내심은 내가 지금까지 현역에서 뛸 수 있었던 비결이기도 하다.”

영화 ‘파파로티’는 까칠한 음악 선생과 파바로티를 꿈꾸는 성악 천재 건달의 이야기다. 극 중에서 한석규는 문제 학생을 만나 이루지 못한 자신의 오랜 꿈과 다시 마주하게 되는 음악 선생 나상진 역할을 맡았다.(사진=쇼박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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