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영석 新예능기]'삼시세끼', 쿡방의 성공법칙②

  • 등록 2015-09-12 오전 7:40:00

    수정 2015-09-12 오전 7:40:00

‘삼시세끼’ 정선 편과 어촌 편.
[이데일리 스타in 강민정 기자] 셰프 전성시대다. 강레오, 레이먼 킴 등 ‘고급진’ 셰프를 시작으로 최현석, 이연복, 샘킴 등 스타 셰프가 떴다. 박수칠 때 떠나간 셰프 정창욱도 있었고, 제대로 된 박수도 못 받고 떠나간 셰프 맹기용도 있었다. 셰프의 운명이 희비가 엇갈리는 가운데 명불허전의 1인자 셰프 백종원이 승승장구했다. 오세득 이찬오 등 떠오르는 샛별 셰프의 활약 속에 ‘쿡방 전성시대’는 대중문화를 흔들고 있다.

쿡방. 음식을 맛있게 먹는 걸 넘어 그럴듯하게 만들어내는 방송을 이르는 말. 인간의 3대 욕구 중 하나인 먹을 것에 대한 관심은 식을리 없다. “먹어봐야 내가 아는 그 맛이다”는 명언이 다이어트와 싸우는 모든 이들의 마음에 와닿지만 그럼에도 쿡방을 보며 시청자는 배달음식을 주문하고, 주방으로 직접 가기도 했다.

△빙구와 줌마, 당신의 모든 것

쿡방이 삼킨 문화 코드 속에 독보적인 입지를 차지하고 있는 프로그램, 케이블채널 tvN ‘삼시세끼’가 있다. 대가의 요리법을 엿보고, 대가가 가르쳐주는 쉬운 요리법을 배우는 등 다채로운 접근법을 가진 요리 프로그램 속에 ‘삼시세끼’는 다른 지점을 지향했다. 나영석 PD는 쿡방 시대에 유일하게 셰프 없이 성공한 콘텐츠를 만들어냈다. 공감의 힘 덕분이었다.

‘삼시세끼’가 다른 요리 프로그램과 차별화된 지점은 음식을 마주한 모든 이들의 특성을 가장 다양하게 담아냈다는 데 있다. 요리에 ‘요’자도 모르는 사람부터, 인스턴트가 유기농 재료보다 입맛에 맞는 사람도 있었다. 음식은 아무거나 먹는다해도 설거지만큼은 철저해야 한다는 철학도 있었고, 모두가 아니라고 할 때 이게 맞다고 우긴 고집 센 레시피도 있었다. ‘빙구’라 불렸던 옥택연은 경험이 약이라는 말의 산 증인이었다. 요리에 ‘요’자도 모르지만 자취 생활을 거듭하며 그럴듯한 셰프가 되는 1인가구의 삶과 닮았다. 점심 먹은 그릇을 닦으며 저녁 메뉴를 고민하는 주부들의 삶은 만재도 살림꾼 차승원이 보여줬다. 한참 나가있던 바깥 양반이 빈 손으로 집에 돌아와도 가지고 있던 재료로 뚝딱 한 상 차려내고, 그저 식구들이 맛있게 먹어 줄 모습을 상상하며 행복하게 한 끼를 준비했던 ‘차줌마’의 정성은 우리 아내, 우리 엄마에 대한 소중함을 일깨워 준 간접적인 계기가 되기도 했다.

삼시세끼 허니버터 감자칩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

‘집밥 백선생’, ‘오늘 뭐 먹지’, ‘비법’ 등 음식 만드는 법을 가르쳐주겠다는 포맷을 기본으로 하는 프로그램의 목소리는 비슷하다. “저도 하는데, 당신도 할 수 있습니다” 혹은 “저만 따라하면 참 쉽게 요리할 수 있어요”다. 그 가르침 속에 쿡방은 요리를 잘 모르는 시청자를 TV 앞으로 끌어들이려하고, 프로그램에 대한 벽을 낮추려고 한다.

‘삼시세끼’는 그러한 노력을 특별히 하지 않았다. 아무것도 없었다. 다짜고짜 밭을 고르고 씨앗을 뿌려 작물을 길렀다. 텃밭을 가꿨다. 그곳에서 나온 음식과 재료로 요리를 하는 게 기본이었다. 손수 기른 야채로 반찬을 만들고, 곡물로 밥을 짓는 수고 끝에 마주하는 밥상은 소박함 그 자체였다. 그 고군분투를 보고 있자니, 마트에서 싱싱한 재료를 사다가 만들어 먹기만 하면 되는 우리의 일상이 오히려 편하고 쉬워보였다. ‘우리 프로그램은 이러이러하니, 이렇게 저렇게 봐주시면 됩니다’라고 노력해 전달하지 않아도 ‘삼시세끼’가 보여주고자 한 밥 한 끼의 진정성이 어필된 셈이다.

무엇보다 ‘삼시세끼’는 실패를 있는 그대로 보여줬다. 그 과정을 통해 지금의 ‘제빵왕 서지니’와 ‘빙구의 환골탈태’가 있었다. 게스트로 출연해 이름을 잃고 ‘옹심이’라 불렸던 김하늘 역시 뼈저린 실패 끝에 회심의 요리를 선보일 수 있었다. 정선 편의 마지막 회에서 공개된 아직 못다한 이야기에서도 ‘삼시세끼’ 측은 비운의 요리를 공개해 의미를 더했다. 김광규의 식혜, 이서진과 옥택연의 허니버터 감자칩은 통편집의 아픔을 겪은 실패작이었지만 결국 마지막 회에 공개돼 웃음을 안겼다. 어제의 실패과 오늘의 성공을 만들었다는 여운을 남긴 확실한 장치였다.

‘삼시세끼’는 이제 어촌 편 시즌2를 방송한다. 기대되는 조합에 궁금한 만재도의 가을 이야기가 내달 방송된다. ‘삼시세끼’의 농촌 편이었던 정선 이야기는 이번 시즌으로 마무리 될 전망이다. 나 PD는 새로운 농촌, 새로운 땅에서의 새로운 이야기를 또 준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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