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가 한한령 직격탄]①“中방송금지에 저작권 수입 사실상 0원”

사진=오보이프로젝트

[이데일리 스타in 김윤지 기자]중국 한한령(限韓令·한류 콘텐츠 금지령)에 따른 국내 방송가의 피해가 구체화되고 있다. 한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DD·사드) 배치 결정이 이뤄진 지난해 하반기만 해도 희망은 있었다. 최근 배치 작업이 속도를 내면서 중국의 보복도 강화됐다. KBS2 드라마 ‘화랑’의 중국 동시 방영은 갑자기 중단됐고, 중국판 ‘런닝맨’인 중국 저장위성TV ‘달려라 형제’는 올해 시즌5를 선보이면서 ‘달려라’로 간판을 새로 달았다. 계약에 따른 정당한 수익조차 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한령에 따른 피해와 대응책을 각 분야 전문가로부터 들어봤다.

△박현호 MBC 예능국 예능해외제작부장(이하 박 부장)=방송사들의 저작권 수입이 완전히 무너졌다고 보면 된다. 기존에는 판권을 판매해 수익을 창출했다. 이젠 이름을 바꾸고 무단으로 표절하고 있다. 공동제작도 무산됐다. 그나마 논의 중이던 프로젝트도 올스톱됐다.

△박상주 한국드라마제작사협회 사무국장(이하 박 국장)=타격이 크다. 지난해 하반기 제작한 드라마는 아예 중국 시장을 제외했다. 손실액이 억대에 이르는 제작사도 있다.

△손석우 BH엔터테인먼트 대표(이하 손 대표)=10여 년 전 일본 한류도 비슷한 경험을 하지 않았나. 일본 시장을 바탕으로 산업이 성장했는데 정치적 이유로 막혀버렸다. 당시 타격이 심각했다. 중국도 마찬가지다. 현재 한국 엔터테인먼트 산업 규모에 비해 내수 시장이 너무 작다. 해외 시장이 필요하다. 예전처럼 회복될지도 의구심이 든다.

△황지선 마운틴무브먼트 대표(이하 황 대표)=그동안 한류하면 늘 자본에 대한 이야기가 먼저 나왔다. 문화교류 측면에서의 이해가 부족해진 게 아닌가 싶다. 예를 들어 1970년대 생들에겐 홍콩과 중국 배우 혹은 영화가 특별한 의미가 있었다. 그 당시 중국이나 홍콩에선 ‘한국에서 얼마를 벌었다’고 떠들진 않았다. 한류에 대해 새롭게 이해하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

KBS2 ‘태양의 후예’(이하 ‘태후’)는 대표적인 한류 드라마다. 국내는 물론 중국어권에서 대대적인 성공을 거뒀다. 기획 단계서부터 중국 시장을 겨냥해 촘촘한 제작 과정을 거쳤다는 점에서 극찬 받았다. 모범적인 성공 사례에도 불구하고 제2의 ‘태후’는 나오지 못했다. 한국 콘텐츠를 제한하는 한한령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드라마나 예능 등 제작사와 방송사의 타격을 우려했다.

△박 부장=예능프로그램은 저작권 수입에서 손실이 꽤 크다. 현재 중국 동영상 사이트에서 새로운 한국 예능프로그램을 찾아볼 수 없다. 업로드를 하지 않는다. 때문에 중국에서 벌어들이는 수익이 사실상 0원인 셈이다. 공동 제작도 마찬가지다. 수익 분배가 계약서에 명시돼 있지만 순식간에 무력화됐다. 해결하고자 노력하지만 승산이 없다. 공동제작에 투입된 국내 인력도 지난해 11월 다 돌아왔다.

△박 국장=드라마 수출도 멈췄다. 제작비가 늘어났는데 중국 시장은 막혔다. 다른 부분에서 이를 채워야 하는데 다음 시장이 없다.

△손 대표=중국 의존도가 높은 제작사나 매니지먼트는 고초를 겪고 있다. 국내 엔터테인먼트 산업은 양극화돼 있다. 종사자나 업체 수에 비해 어느 정도 규모를 갖춘 회사는 10%도 안 된다. 영세한 회사가 많다. 중국에서 들어온 자본이 회사의 규모에 비해 큰 곳이 많았다.

△황 대표=제 값을 주고 우리 콘텐츠를 구입한 지 얼마 되지 않았다. 거품으로 볼 수도 있다.

전문가들은 한한령의 지속에 대해 각기 다른 답을 내놨다. 공통점은 단기간 내에 해결될 수 없다는 것, 예전과 같은 모습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것이었다.

△박 국장=한국 드라마에 대한 니즈(needs)는 분명히 있다. 거래는 중단됐지만, 중국 제작사나 투자사는 한국과 파트너십까지 놓치고 싶어 하지 않는다. 다만 현재로선 방법이 없다. 사드 배치가 완료된 후 다음 단계를 준비할 수 있겠다.

△손 대표=지난해만 해도 낙관적인 전망이 있었다. 국내 엔터테인먼트 사업에 중국 자본이 꽤 많이 유입돼 있다. 한한령은 그들에게도 손실을 준다. 그런 의미에서 금방 회복되지 않을까 했다. 또 중국 시장은 음성 시장이 활발하다. 콘텐츠만 영향력이 있으면 저변을 확대할 수 있는 여지가 있었다. 이제 규제 수위가 높아져 이보다 나쁠 수 없다.

△황 대표=중국과 한국은 오랜 기간 문화교류 등을 통해 친밀한 관계를 이어왔다. 이를 바탕으로 연내에 해결되길 희망한다. (방송가 한한령 직격탄②로 이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