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래퍼2’, 시즌2의 영리함

  • 등록 2018-03-05 오전 6:30:10

    수정 2018-03-05 오전 6:30:10

사진=‘고등래퍼2’ 방송화면 캡처
[이데일리 스타in 김윤지 기자]서울대생인 누나와 자퇴생인 동생. 자퇴생에 대한 주변 사람들의 편견은 동생에게 상처로 남는다. 지난 2일 방송한 Mnet 청소년 힙합 서바이벌 프로그램 ‘고등래퍼2’ 2회에서 이병재는 자전적인 이야기를 가사에 녹였다. 가사 한 마디 한 마디에 속내를 꾹꾹 눌러 담았다. 늘어뜨린 앞머리로 시야를 가린 소년이 느꼈던 아픔이 전달되는 무대였다.

‘고등래퍼2’의 가장 큰 특징은 상향평준화된 실력이다. 시즌1에 이어 멘토로 출연한 딥플로우의 말처럼 특정 출연자가 돋보였던 시즌1과 달리 시즌2는 벌써부터 쟁쟁한 경쟁이 벌어진다. ‘랩하는 알파고’ 조원우와 공격적인 랩이 특징인 윤병호 등 재도전자들은 물론 김하온, 배연서, 이병재, 윤진영 등 새롭게 등장한 실력자들도 2회 만에 시청자들의 뜨거운 지지를 받고 있다. 아이돌 그룹 SF9 소속인 휘영, 배우 박호산의 아들 박준호 등도 화제의 인물이다.

시즌2의 또 다른 재미는 개성 뚜렷한 출연자들이다. “10대의 다양한 목소리를 담는다”는 목표 아래 제작진은 예선 과정을 과감하게 생략했다. 처음부터 32명의 출연자로 출발, 짧은 시간 안에 그들의 성격이 잘 드러나도록 판을 깔았다. 그만큼 제각각인 그들의 외침에도 좀 더 빨리 몰입할 수 있다. ‘명상 스웨그’로 주목 받은 김하온이나 외양으로 나이 가늠이 불가능한 배연서는 훌륭한 실력은 물론 독특한 캐릭터로 시청자를 사로잡고 있다.

이는 무대 밖에 있을 때도 마찬가지다. 소년소녀들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센 척’하는 허세 발언을 하지만 카메라는 그들의 솔직한 얼굴을 곳곳에서 찾아낸다. 경쟁자임에도 상대방의 실수를 자신의 일처럼 아쉬워하는 표정, 진지한 얼굴로 초코바를 먹을지 말지 친구와 상의하는 순간, 어른처럼 꾸몄지만 쏟아지는 칭찬에 어쩔 줄 몰라 하는 수줍은 미소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그렇다고 건강하고 천진난만한 이미지를 강요하지 않는다. 철학적인 가사가 돋보이는 김하온이 있는가 하면, 스스로 “듣보잡 아이돌”이라 표현하는 휘영이나 “섹시 타령을 하는” 오담률도 있다.

각종 논란을 원천 봉쇄하기 위한 제작진의 노력도 돋보인다. 지난 시즌은 출연자 과거 논란으로 초반부터 몸살을 앓았다. 화제성은 얻었지만 제작진이 안일했다는 비난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이에 시즌2를 앞두고 제작진은 3차에 걸쳐 지원자에 대한 심층 인터뷰를 진행했다. 예선 생략 등 위험 요소를 사전에 차단하는 전략을 취해 이번 시즌은 아직까지 순항 중이다. 고르지 못한 분량 분배에 대한 불만이나 일부 출연자에 대한 잡음은 존재하지만 시끄러웠던 지난 시즌과 비교하면 미비한 수준이다. 덕분에 시청자들도 편히 ‘고등래퍼2’를 즐길 수 있다.

방송에 앞서 김태은 CP는 “다양한 10대들의 이야기와 개성을 힙합으로 풀어보는 데 초점을 맞췄다”면서 “프로그램을 보면 요즘 10대들은 무슨 생각하는지 그들의 고민과 꿈을 담고자 했다”고 말했다. 32명의 고등래퍼가 대한민국 10대를 전부 대변할 순 없다. 다만 그들의 이야기를 그들의 목소리로 직접 들을 수 있는 기회라는 프로그램의 취지는 유의미하다. 시즌1을 슬기롭게 이어 받은 시즌2의 영리함 덕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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