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성의 힘으로 WC 결승행 이룬 '아트사커' 프랑스

  • 등록 2018-07-12 오전 6:58:12

    수정 2018-07-12 오전 6:58:12

아프리카계 이민자 2세 출신 선수들이 주축을 이룬 프랑스 축구대표팀. 사진=AFPBBNews
[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다양성의 힘으로 뭉친 ‘아트사커’ 프랑스가 20년 만의 월드컵 제패를 눈앞에 뒀다.

프랑스는 11일(이하 한국시간)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상트페테르부르크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국제축구연맹(FIFA) 러시아 월드컵 준결승에서 후반 6분 수비수 사무엘 움티티(25·바르셀로나)의 헤딩 득점을 끝까지 지켜 1-0으로 승리했다.

이로써 프랑스는 2006년 독일 대회 결승에 올랐다가 준우승에 그친 이후 12년 만에 결승행 티켓을 다시 품었다. 동시에 1998년 프랑스 대회 우승 이후 20년 만에 통산 두 번째 월드컵 우승에 도전할 기회를 잡았다. 프랑스는 오는 16일 0시 모스크바 루즈니키 스타디움에서 대망의 결승전을 펼친다.

프랑스 대표팀은 이번 대회에서 다양한 출신을 하나로 묶어서 돌풍을 일궈냈다. 특히 아프리카 혈통 선수들의 역할이 컸다. 현재 프랑스 대표팀 명단을 살펴보면 23명 선수 가운데 15명이 아프리카계다. 전체 비율로 살펴보면 약 65%에 이른다.

4강전에서 귀중한 결승골을 터뜨린 움티티는 아프리카 이민자 출신이다. 카메룬의 야운데에서 태언나 2살 때 프랑스로 건너왔다. 움티티는 리옹 유소년 팀에서 성장했고 프로로 데뷔한 뒤 두각을 나타냈다. 2016년 6월에는 세계 최고 명문 클럽인 FC바르셀로나의 선택을 받았다.

그뿐만이 아니다. 세계 최고의 미드필더로 인정받는 폴 포그바(25·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그의 부모님이 기니에서 온 이민자들이다. 이번 대회 최고의 스타로 떠오른 킬리안 음바페(19·파리 생제르맹)는 카메룬 아버지와 알제리 출신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골키퍼 스티브 만단다(33·마르세유)는 콩고민주공화국 킨샤사에서 태어나 10대 시절 프랑스로 넘어왔다. 수비수 프레스넬 킴펨베(23·파리 생제르맹)는 프랑스 출신이지만 콩고인 아버지, 아이티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수비수 아딜 라미(32·마르세유)는 모로코 이민자 가정에서 태어나 자랐고 뱅자맹 멘디(24·맨체스터 시티)도 세네갈인의 피가 흐른다. 공격수 토마스 르마(23·AS모나코)는 부모가 세네갈과 카리브해 프랑스령 과들루프에서 온 사람들이다.

미드필더 코렌틴 톨리소(24·바이에른 뮌헨)와 은골로 캉테(27·첼시)는 프랑스에서 태어났지만 부모는 토고와 말리에서 왔다. 미드필더 스티븐 은존지(30·세비야)와 우스만 뎀벨레(21·바르셀로나)는 콩고민주공화국에서 이주한 이민자 가정에서 각각 태어났다. 나빌 페케르(25·올림피크 리옹)도 부모가 알제리인이다.

사실 프랑스 대표팀에는 아프리카 출신만 있는게 아니다. 프랑스의 간판 공격수 앙투안 그리즈만(27·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은 독일, 올리비에 지루(32·첼시)는 이탈리아의 피가 흐르고 있다.

주전 골키퍼 우고 요리스(22·토트넘)는 북카탈루냐 출신 부모 밑에서 태어났다. 심지어 백업 골키퍼 알포네세 아레올라(25·파리 생제르맹(는 아시아인 필리핀계다. 수비수 루카스 에르난데스(22·아틀레티코 마드리드)도 스페인계 이민자 부모 밑에서 자랐다.

이처럼 다양한 출신의 선수들이 대표팀에서 한솥밥을 먹을 수 있는 것은 프랑스의 중요한 가치인 관용(똘레랑스)과 평등의 힘이다.

프랑스는 1998년 자국에서 열린 월드컵에서 첫 우승을 차지했다. 당시에도 지네딘 지단(알제리), 티에리 앙리(가나), 파트리크 비에이라(세네갈), 마르셀 드시아(가나), 다비드 트레제게(아르헨티나) 등 이민자 출신의 힘이 컸다.

당시 여러 배경을 가진 선수들이 모인 프랑스 대표팀을 두고 전세계는 ‘레인보우 팀’이라 불렀다. 그리고 20년이 지난 뒤 ‘레인보우 팀’은 더욱 진화해 훨씬 화려한 빛을 뿜어내고 있다.

물론 서로 다른 피부색과 배경을 가진 선수들이 한 팀으로 묶이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었다. 1998년 프랑스 월드컵 우승 당시 아프리카 출신 선수들이 주축을 이룬 대표팀에 대해 극우정당 국민전선의 당수였던 장 마리 르펜은 “그들은 프랑스를 대표하는 선수들이 아니다’고 비난했다.

실제로 일부 아프리카계 선수들이 프랑스 국가도 부르지 못하는 점이 문제가 되기도 했다. 일부 국민들은 ”흑인용병 부대‘, ’외인부대 팀‘이라고 혹평했다. 프랑스의 명백히 존재하는 뿌리깊은 인종주의를 잘 보여주는 예였다.

지금도 프랑스에서 사회적으로 인종주의가 완전히 뿌리 뽑힌 것은 아니다. 오히려 난민 문제와 테러가 겹치면서 인종차별이 더욱 심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프랑스에서 흑인, 아랍계가 백인보다 6~8배나 더 많이 불심검문을 받고 평균 한 달에 한 명꼴로 경찰에 살해를 당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하지만 적어도 축구에 관한한 프랑스 대표팀은 인종차별에서 자유로운 모습이다. 오히려 다양한 인종이 하나로 묶일 수 있다는 이상향을 잘 보여주고 있다.

이는 프랑스 정부와 축구계의 오랜 노력 덕분이기도 하다. 프랑스는 이민자 2세들에게도 동등한 교육 환경을 제공해왔다. 유소년 축구 아카데미 시스템에서 평등하게 경쟁을 펼친 덕분에 두각을 나타낼 수 있었다.

축구평론가 차상엽 씨는 “신체조건과 운동능력을 타고난 아프리카계 출신 선수들이 프랑스의 체계적인 유스시스템을 만나면서 더 큰 효과를 발휘한다”며 “이민자 가정에서 자란 2세들에게 축구는 가난과 차별을 극복하기 위한 최적의 수단이다”고 설명했다.

“축구에는 인종이 없다. 어설픈 백인들이 흑인을 차별할 뿐이다”고 강조한 프랑스 축구 레전드 미셸 플라티니의 말은 프랑스 축구가 가진 다양성의 힘을 잘 보여준다.

중요한 것은 피부색이 다르다고 해서 그들이 처음부터 축구를 잘했던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프랑스의 환경 속에서 성장하고 경쟁하면서 세계적인 선수로 자리매김했다. 프랑스 축구의 진정한 힘은 피부색이 아닌 그들을 길러낸 시스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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