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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11월 24일. 김지희(24)가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프로 데뷔 후 첫 좌절을 맛본 순간이다.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인 김지희는 그 누구보다도 화려한 아마추어 시절을 보내고 프로 무대에 뛰어들었다. 김지희는 정규투어 시드순위전 본선에서 부진하며 1부 투어 카드를 잃었다.
당시 김지희는 패닉 상태에 빠졌다. 2012년부터 2017년까지 단 한 번도 시드를 상실한 적이 없었던 만큼 충격은 상당했다.
1부 투어 골프 선수에게 시드를 잃는다는 것은 직장인이 회사에서 쫓겨나는 것과 다름없다. 하루아침에 실직자 신세가 된 김지희는 처음엔 현실을 부정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정신을 되찾았고 2부 투어에서 실력을 가다듬기로 했다. 김지희는 29일 이데일리와 가진 인터뷰에서 “시드전에서 탈락했던 순간이 아직도 떠오른다”며 “지금은 웃으며 말할 수 있지만, 당시에는 시드전이 끝나고 한동안 아무것도 못할 정도로 정말 힘들었다”고 회상했다.
김지희는 먼저 생각을 바꿨다. 골프를 즐기자고 스스로 매번 다짐했다. 그는 “국가대표를 오래 하고 프로에 데뷔해서 그런지 주변의 기대치가 높았다”며 “그 기대치를 충족시켜야 한다는 압박감에 골프를 전혀 즐기지 못했다. 톱10을 하고도 우승을 놓쳤다고 아쉬워할 정도로 성적에 대한 부담감이 컸다”고 말했다. 이어 “성적에 대한 부담감을 내려놓자 골프가 다시 재미있어지기 시작했다”며 “2018년 1부 투어가 아닌 2부 투어에서 활동했지만, 프로 데뷔 이후 가장 행복한 순간이었다”고 덧붙였다.
김지희가 골프에 대한 재미를 다시 느끼자 연습량도 자연스럽게 늘었다. 여기에 지난해 겨울부터 꾸준히 한 근력 운동의 효과는 평균 드라이버 거리 증가로 나타났다. 김지희는 지난해와 비교했을 때 평균 드라이버 거리가 15야드 이상 길어졌다. 아이언도 마찬가지다. 클럽별로 10야드 이상 거리가 늘어 그동안 어려움을 겪었던 그린 공략의 어려움을 벗어나게 됐다. 그는 “근력 운동의 효과를 최근 보고 있다”며 “왜 진작에 근력 운동을 하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을 할 정도다”고 이야기했다.
결국 김지희의 피나는 노력은 2018 정규투어 시드전에서 결실을 맺었다. 김지희는 최종합계 2언더파 286타 14위로 2019 시즌 KLPGA 투어 풀시드를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그는 “시드전을 통과하며 2018년을 기분 좋게 마치게 됐다”며 “2017년 11월 24일은 슬퍼서 잊을 수 없지만 2018년 11월 23일은 기뻐서 평생 기억날 것 같다. 어렵게 시드전을 통과한 만큼 비시즌 동안 잘 준비해 2019년에는 김지희라는 이름을 널리 알릴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언제부터인가 골프와 운동을 매일 하고 있다. 시드전을 끝나고도 마찬가지다”며 “요즘은 그냥 골프와 운동이 너무 재미있다. 아직 전지훈련을 갈지 안 갈지 정하지 못했지만, 체계적으로 다음 시즌을 대비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김지희는 2019시즌 목표에 대해서도 공개했다. 그는 “모든 대회 컷 통과라는 기록을 세우고 싶다”며 “2018년 바닥을 친 만큼 올라갈 일만 남았다고 생각한다. 2019년에는 비상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