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확대경] 위대한 도전 나선 '골프여제' 박인비

  • 등록 2020-02-25 오전 7:57:15

    수정 2020-02-25 오전 7:57:15

박인비가 지난 16일 끝난 호주여자오픈에서 우승 뒤 트로피를 들고 환하게 웃고 있다. (사진=AFPBBNews)
[이데일리 스타in 주영로 기자] ‘침묵의 암살자’(Silent Assassin)가 4년 전의 영광 재연을 위해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2016 리우올림픽에서 여자 골프 금메달을 목에 건 박인비(33)가 그 주인공이다. 박인비는 2020년 도쿄올림픽 출전과 올림픽 2연패라는 목표를 내걸고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한국인 최초의 커리어 그랜드 슬램, 여자 골프 최연소 명예의 전당 입회 등 박인비는 ‘골프 여제’라는 수식어가 과하지 않을 정도로 골퍼로서 이룰 수 있는 영광을 모두 누렸다.

2007년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로 데뷔한 박인비는 한국 여자 골프의 개척자 박세리(43·은퇴)의 바통을 이어받았다. 2008년 US여자오픈에서 만 19세 11개월 17일의 나이로 우승하며 박인비의 골프역사가 시작됐다.

승승장구하던 박인비에게도 부침은 있었다. US여자오픈을 역대 최연소로 우승한 뒤 4년 가까이 LPGA 투어에서 무관에 그쳤다. 그러나 슬럼프를 겪은 박인비는 더 강해져 돌아왔다. 2012년 에비앙 마스터스에서 두 번째 우승을 차지한 뒤 4년 동안 16개의 우승트로피를 들어 올리며 여자 골프를 평정했다.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을 앞두고 또 한 번 시련과 맞닥뜨렸다. 올림픽을 얼마 남겨두지 않고 손가락 부상에 시달렸다. 개막을 불과 2주일 앞두고 출전한 제주 삼다수 마스터스에서 컷 탈락했을 정도로 컨디션이 엉망이었다. 일부에선 올림픽 출전을 포기하고 다른 선수에게 기회를 줘야 하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왔다. 박인비는 흔들리지 않고 묵묵히 자신의 역할에 집중했다.

태극마크를 단 박인비는 가장 완벽한 모습으로 올림픽 무대를 누볐다. 나흘 동안 줄곧 선두를 지키며 1900년 파리 대회 이후 116년 만에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부활한 여자 골프에서 우승했다. 이를 통해 여자 골프 역사상 최초로 ‘골든 커리어 그랜드 슬램’을 이뤘다.

박인비는 신체조건과 기술적인 면에서 완벽한 선수라는 평가와 거리가 있다. 멀리 치지도 못하고 정석에서 벗어난 스윙을 한다. 올해 기준 드라이브샷 평균 거리는 142위(239.25야드), 그린적중률 37위(70.94%)다. LPGA 투어에선 이런 박인비보다 기술적으로 뛰어난 선수가 많다. 그런 그가 여자 골프의 역사를 써올 수 있었던 건 과감한 승부근성과 자신감, 불굴의 의지, 경기에 몰입하는 집중력 그리고 강인한 정신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침묵의 암살자’라는 수식어는 박인비의 이런 모습에 미국 언론이 붙여준 것이다.

박인비는 리우올림픽 이후 잠시 방황했다. 더는 이룰 목표를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우승도 예년에 비해 크게 줄었다. 어느덧 서른의 나이를 넘겨 ‘은퇴’를 고민하기도 했다.

도쿄 올림픽은 박인비가 찾은 새로운 목표다. 그 길은 아직 누구도 가본 적이 없다. 여자 골프 역사상 올림픽에서 2개의 금메달을 목에 건 선수는 없다.

박인비는 시즌 개막 일정까지 앞당겨 올림픽 경쟁에 뛰어들었다. 그리고 단 4개 대회 만에 진가를 발휘했다. 지난 16일 끝난 LPGA 투어 호주여자오픈에서 우승, 도쿄올림픽을 향해 한 걸음 더 다가섰다.

“그동안 쉬운 길만 걸어오지 않았다. 불가능한 것처럼 보이는 일을 해낸 적도 많다. 완벽하진 않지만 올림픽에서 모든 걸 쏟아 붓겠다.” 4년 전 박인비가 리우로 향하며 했던 말이다. 그리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다시 한 번 자신과의 싸움을 시작한 것만으로도 박인비의 도전은 위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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