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이즈, TV 속 여배우가 되다[김현식의 서랍 속 CD]

헤이즈 정규 1집 '쉬즈 파인'
  • 등록 2023-04-30 오전 11:35:00

    수정 2023-04-30 오전 11:35:00

‘쉬즈 파인’ 쇼케이스(사진=이데일리DB)
[이데일리 스타in 김현식 기자] 가요계 현장 곳곳을 누비며 모아둔 음반들을 다시 꺼내 들어보면서 추억 여행을 떠나보려 합니다. [편집자 주]

오늘 꺼내 들어본 서랍 속 CD는 가수 헤이즈(Heize, 장다혜)가 2019년 3월 19일 발매한 1집 ‘쉬즈 파인’(She’s Fine)입니다. 헤이즈가 앨범 발매 당일 서울 마포구 서교동 무브홀(현 무신사 개러지)에서 연 언론 쇼케이스 때 받은 CD로 기억합니다.

‘쉬즈 파인’은 2014년 가요계에 첫 발을 들인 헤이즈가 데뷔 후 처음으로 낸 정규 앨범입니다. 경험을 토대로 일기를 쓰듯이 가사를 쓰는 헤이즈가 경험에 상상력을 더해 완성한 곡들로 엮은 컨셉슈얼한 앨범이기도 하고요.

쇼케이스 당시 헤이즈는 가상의 여자 배우를 앨범의 화자로 설정했다고 밝혔는데요. 헤이즈는 “어느 날 한 여배우의 SNS를 보다가 화려하고 특별할 것만 같았던 그분도 똑같이 사랑하고 이별하고 소소한 것에도 행복해하는구나 싶었고, 그런 생각이 작업의 영감이 됐다”면서 “TV속 그 사람의 이야기로 상상하거나 생각하면서 들으면 더욱 재밌을 것”이라고 앨범의 감상 포인트를 짚었습니다.

앨범에 수록한 곡은 총 11곡입니다. 더블 타이틀곡 ’쉬즈 파인‘(SHE’S FINE)과 ‘그러니까’를 비롯해 ‘이유’, ‘디스패치’(Dispatch), ‘숨고 싶어요’, ‘버디’(Buddy), ‘문득 그런 생각이 들어’, ‘너의 나무’, ‘낙서’(knock sir), ‘E.T’, ‘숨겨진 편지’(empty ver.) 등을 한 데 엮었습니다.

헤이즈는 “헤이즈다우면서도 너무 헤이즈스럽지 않은 앨범을 만드는 데 중점을 뒀다”면서 다채로운 주제와 스타일의 곡들을 담았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무대 한가운데 스탠딩 마이크를 세워두고 ‘쉬즈 파인’, ‘그러니까’, ‘디스패치’ 등 3곡을 라이브로 들려주며 매혹적인 음색을 뽐내기도 했죠.

앨범의 출발은 각각 1번과 2번 트랙에 배치한 더블 타이틀곡 ‘쉬즈 파인’과 ‘그러니까’가 알립니다.

먼저 ‘쉬즈 파인’은 괜찮지 않길 바라면서 괜찮냐고 묻는 사람들에게 ‘정말 괜찮다’고 대답하는 시크한 노랫말이 리드미컬한 멜로디와 잘 어우러진 곡인데요. 곡 말미에 헤이즈가 정중히 ‘감사드리겠습니다’라는 말을 내뱉을 때 곡 전반에 깔린 위트가 절정에 달합니다.

또 다른 타이틀곡 ‘그러니까’는 헤어진 다음 날 아침의 이야기를 다룬 서정적인 분위기의 곡입니다. 덤덤하게 이야기를 풀어나가다가 ‘아니 잠깐, 그러니까 우리 이제 못 보는 거야’라면서 이별을 맞이한 현실을 훅 하고 체감하는 상황을 표현한 구간이 킬링 지점입니다. 작사, 작곡뿐 아니라 피처링까지 맡은 콜드의 보컬이 곡의 깊이감을 더 살려줬고요.

수록곡 중 각각 4번과 6번 트랙에 배치한 ‘디스패치’와 ‘버디’는 가상의 여자 배우를 화자로 내세운 앨범의 콘셉트와 잘 부합하는 곡입니다.

실제 존재하는 연예 파파라치 전문 매체명을 제목으로 붙인 ‘디스패치’는 비밀 연애를 하다가 이별한 스타 커플을 떠오르게 하는 곡입니다. ‘어차피 우린 아무도 몰랐던 사이’라는 쓸쓸한 가사가 인상적이죠. 피처링 아티스트로는 래퍼 사이먼 도미닉이 활약했습니다.

‘버디’는 헤이즈의 ‘영혼의 파트너’라고 할 수 있는 다비가 피처링한 곡인데요. 비연예인 연인과 사랑에 빠졌던 여자 배우의 모습이 그려지는 가사가 바이올린 연주 구간이 돋보이는 격정적인 사운드에 잘 녹아든 트랙입니다. 헤이즈 랩 파트도 매력적이고요.

이별 노래가 아닌 곡들도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3번 트랙 ‘이유’를 꼽을 수 있는데요. ‘이유 같은 게 어디 있어 그냥 넌데’라며 달콤한 사랑 고백을 하는 상황을 풀어낸 밝은 분위기의 곡입니다. 맑고 예쁜 가사와 헤이즈의 사랑스러운 보컬이 행복감을 안겨주죠.

쇼케이스 당시 헤이즈는 “‘이유’는 제 인생 역사상 가장 밝은 사랑 노래”라고 웃어 보이면서 “팬들을 생각하면서 가사를 썼다”고 밝혔습니다. 아울러 헤이즈는 ‘다음 생엔 너의 나무가 되게 해 달라고 매일 기도하겠다’고 이야기하는 쓸쓸한 분위기의 곡인 8번 트랙 ‘너의 나무’와 ‘우주로 가야한다’고 선언하며 ‘굿바이’를 읊조리는 잔잔한 분위기의 곡인 10번 트랙 ‘E.T’도 “팬들을 생각하며 쓴 곡”으로 소개했습니다.

나머지 수록곡 중 5번 트랙 ‘숨고 싶어요’는 선우정아와 협업해 색다른 스타일의 음악에 도전한 곡입니다. 혼자 방 안에 쳐박혀 ‘잠수’를 타고 싶어 하는 마음을 몽환적이면서도 리듬감 넘치는 멜로디와 솔직한 가사로 표현했습니다. 7번 트랙 ‘문득 그런 생각이 들어’는 피아노 선율과 힙합 비트의 조화가 특징인 곡인데요. ‘사랑이고 바람이고 나발이고’ 같은 톡톡 쏘는 가사와 감각적인 비트가 귀에 확확 꽂힙니다.

9번 트랙 ‘낙서’는 ‘이건 그냥 낙서’라고, ‘아무 의미 없어’라고 연신 강조하며 생각을 정리해보려는 상황을 풀어낸 센치한 감성의 곡입니다. 반어법처럼 느껴지는 가사와 ‘knock sir’를 ‘낙서’로 변화시킨 센스가 돋보입니다. 마지막 트랙에 배치한 ‘숨겨둔 편지’는 가사가 없는 1분 분량의 연주곡입니다. 가사 대신 적어둔 ‘숨겨둔 편지를 찾았길 바래요’라는 문구는 상념에 잠기게함과 동시에 호기심을 불러일으킵니다.

헤이즈는 커리어 첫 정규앨범 ‘쉬즈 파인’을 낸 뒤 미니앨범 ‘만추’, ‘리릭시스트’(Lyricist), ‘해픈’(HAPPEN), 정규 2집 ‘언도’(Undo) 등을 연이어 발매해 음악적 스펙트럼을 계속해서 넓혔습니다. 최근엔 블랙핑크 히트곡 메이커로 잘 알려진 음악 프로듀서 알티와 협업한 ‘빙글빙글’로 컴백해 팬들에게 또 다른 듣고 보는 재미를 주고 있죠. 다음엔 어떤 신보로 ‘헤이즈 감성’의 진화를 확장을 알릴지 기대해보겠습니다.

헤이즈 ‘빙글빙글’(사진=피네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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