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량'의 말 못하는 정씨 여인을 아십니까

이순신 도와 나라 구하는 민초의 상징으로 눈물샘 자극
이정현 "칭찬에 개런티까지..감사해요"
  • 등록 2014-08-06 오전 7:45:48

    수정 2014-08-06 오전 8:41:18

영화 ‘명량’에서 이정현.
[이데일리 스타in 최은영 기자]‘명량’은 이순신 영화다. 세간의 모든 이목이 이순신을 연기한 최민식에 쏠린다. 영화를 보고 난 후라면 다를지 모르겠다. 위태로운 바다를 향해 붉은 치맛자락을 흔들며 피눈물을 쏟던 ‘정씨 여인’ 이정현의 울부짖음. 이 장면은 ‘명량’의 클라이맥스이자 놓쳐서는 안 될 명장면으로 관객의 머리가 아닌 가슴에 깊은 여운을 남겼다.

영화 개봉을 즈음해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이정현은 상기된 표정이었다. “이순신을 소재로 한 영화, 그것도 최민식·류승룡 등 쟁쟁한 배우들이 참여한 영화에 출연한 것만으로도 영광인데 분에 넘치는 칭찬까지 받아 몸 둘 바를 모르겠다”고 말했다.

영화에서 이정현은 몇 장면 등장하지 않는다. 왜군에 의해 가족을 모두 잃은 후 벙어리가 된 화포장의 딸. 몇 번이나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다가 탐망꾼 임준영(진구 분)의 도움으로 목숨을 부지한 뒤 그의 아내가 된 여인. 이름은 정씨 여인이다. 하지만, 완성된 영화에는 이러한 배경 설명은 물론, 이름조차 등장하지 않는다. 왜군 장수 구루지마를 연기한 류승룡의 존재감조차 드러나지 않을 정도로 이순신에 집중한 탓이다.

한동안 영화 출연이 뜸했던 이정현이 제작비가 200억 원 가까이 들어간 대작 ‘명량’에 출연하게 된 건 박찬욱 감독의 도움이 컸다. 박 감독이 스마트폰으로 찍은 단편영화 ‘파란만장’(2010)에 무당으로 출연한 이정현의 모습을 보고 영화의 메가폰을 잡은 김한민 감독이 만남을 청해온 것. 전작인 ‘범죄소년’(2012), 개봉을 앞둔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 역시 ‘파란만장’이 계기가 됐다.

“김한민 감독이 전작이었던 ‘최종병기 활’ 막바지 촬영을 하고 계실 때 연락이 와서 뵀어요. ‘다음 작품 같이 하시죠’라고 했는데 이렇게 빨리 연락을 주실 줄은 몰랐네요. 그것도 정씨 여인 역할에 1순위로 불러주셨어요. 시나리오도 보기 전에 무조건 하겠다고 했습니다.”

이정현이 영화 ‘명량’에서 보인 연기는 데뷔작이었던 영화 ‘꽃잎’(1996)을 떠올리게 할 정도로 강렬하다. 이번에는 대사 한마디 없이 눈빛과 손짓만으로 존재감을 드러냈다. 작은 체구 어디에서 그런 괴력이 나오는 것일까.

이정현은 “실제 전쟁터에 남편을 떠나보내는 심정으로 연기했다”며 “국민적인 영웅인 이순신을 그리는 영화에 피해를 주면 안 된다는 생각에 매 순간 집중했고 긴장하며 촬영했다”고 남달랐던 마음가짐을 이야기했다.

앞서 선보인 작품들(‘파란만장’ ‘범죄소년’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에서 저예산 영화임을 고려해 출연료를 자진해서 반납했던 이정현은 “함께 출연한 배우 가운데 통편집된 사람도 있어 걱정을 많이 했는데 완성된 영화를 보고 안심했다”며 “이번에는 출연료까지 챙겨주더라. ‘영화 찍을 때 원래 돈 받는 거지?’ 했다”고 눙치는 여유도 보였다.

영화 ‘명량’에서 단 12척의 배로 330척에 달하는 왜군의 공격을 막아낸 이순신 장군은 자신을 도와 나라를 구한 백성을 가리켜 “천행”이라고 말한다. 이정현은 영화 ‘명량’의 천행이었다. 작품 안에서는 나라를, 작품 밖에서는 영화를 구했다.

영화 ‘명량’에서 정씨 여인 역을 맡아 열연한 배우 이정현이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갖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김정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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