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언론노동조합 한국방송(KBS)본부(이하 KBS새노조)와 KBS 노동조합, 문화방송(MBC)본부가 공정방송을 요구하며 10여 년 만에 다시 파업 카드를 꺼냈다. 두 방송사 노조가 연대 파업에 들어간 것은 2012년 이후 5년 만이다. 고대영 KBS 사장과 김장겸 MBC 사장이 “왜 나가나”며 버티고 있어 장기화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5년 전 파업 때와는 상황이 다르다.
파업에 참여 중인 KBS의 한 관계자는 25일 이데일리에 “언론노조 한국방송·문화방송본부 및 KBS 내 양대노조가 연대해 파업을 벌이고 있다”며 “각 방송사 및 노조원사이의 연대 및 유대감이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이 강하다”고 말했다. 지난달 31일 윤인구, 최원정, 이광용 KBS 아나운서가 상암동 MBC 본사 로비를 찾아 김장겸 사장 퇴진을 외친 것이 대표적이다.
파업을 바라보는 시선도 이전과 다르다. 문재인 현 대통령이 공영방송의 정상화를 언급한데다 각 단체의 지지 선언이 이어진다. 2010년 국정원이 작성해 청와대에 보고한 ‘KBS 조직개편 이후 인적 쇄신 추진방안’ 등에서 언급한 이른바 ‘방송 블랙리스트’ 문건의 등장도 힘을 실어준다.
유일용 PD 등 ‘1박2일’ 제작진은 “KBS에 쌓인 적폐를 청산하고 제대로 된 공영방송을 세우자는 파업 취지에 적극적으로 공감한다”며 “KBS의 정상화가 이뤄진 뒤 시청자들에게 더 건강한 웃음을 드리겠다”고 밝혔다.
고대영 KBS 사장은 완강하다. 고 사장은 20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KBS 본사에서 열린 제883차 정기 이사회에 참석해 스스로 사임할 뜻이 없음을 다시 밝혔다. 그는 “파업에 원인을 제공한 것이 없다”며 “현재 벌어지고 있는 파업은 불법”이라고 주장했다.
KBS 사측은 파업과 관련해 고용노동부에 긴급조정을 요청했다. 이들은 지난 15일 공문을 통해 “북한의 계속되는 도발로 안보 위기가 악화되고 있는 상황에서도 노동조합이 파업을 지속하고 있어 보도와 프로그램 제작에 심각한 차질이 발생하고 있다”며 신속한 결정을 바랐다. 이들은 “긴급조정 결정 요청뿐 아니라 쟁의행위의 원만한 종결을 위해 현재 교섭대표 노조와 단체 교섭을 성실히 진행하고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