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인비 "내가 있어야 할 곳은 필드였다"

1년 1개월 만에 골프여왕으로 완벽한 부활
리우올림픽 금메달 이후 새 목표 찾지 못해 고민
올해 US여자오픈 등 메이저 우승 목표로 새 출발
  • 등록 2018-03-20 오전 6:00:00

    수정 2018-03-20 오전 6:00:00

박인비가 19일(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 주 피닉스의 와일드 파이어 골프장에서 열린 뱅크 오브 호프 파운더스컵 우승을 차지한 뒤 트로피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AFPBBNews)
[이데일리 스타in 주영로 기자] 박인비(30)는 조금씩 골프에 거리를 두고 있었다.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 116년 만에 부활한 여자골프 금메달을 목에 걸며 세계 최초로 ‘골든 그랜드 슬램’을 달성한 그에게 더 큰 목표는 보이지 않았다. 지난 1년 동안 우승조차 없었다. 일각에서는 이러다 은퇴하는 게 아닌가 우려했다.

박인비가 19일(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 주 피닉스에서 열린 뱅크 오브 호프 파운더스컵(총상금 150만 달러)에서 다시 골프와 가까워졌다. 마지막 날 4라운드에서 5언더파 67타를 친 박인비는 합계 19언더파 269타를 쳐 우승했다. 1년 1개월 만의 우승이자 개인 통산 19번째 우승에 성공했다. 이번 우승에는 남다른 의미가 담겨 있다. 박인비는 3라운드에서 9타를 줄이며 단독선두로 치고 나간 뒤 “돌아오자마자 여기가 내가 있을 곳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며 “오늘 같은 날이 내가 골프를 치는 이유”라고 말했다. 여왕이 돌아왔음을 알리는 한 마디였다.

박인비는 골프의 역사를 새로 써오며 전설의 길을 걷고 있다. 2008년 US여자오픈에서 데뷔 첫 승을 거둔 뒤 메이저 대회에서만 통산 7승을 올렸다. 박세리(41)가 보유한 5승을 뛰어넘는 한국선수 최다승이다. 2015년 8월에는 브리티시여자오픈 우승을 차지하며 아시아 선수 최초로 커리어 그랜드 슬램을 달성했고, 2016년에는 골프 명예의 전당에도 이름을 올렸다.

웬만한 상은 모두 받았다. 2012년 LPGA 투어 상금왕, 베어트로피(최저타수상), 2013년 GWAA 올해의 여성 스포츠선수와 LPGA 올해의 선수, 2015년 아니카 메이저 어워드와 베어트로피(최저타수상)와 상금왕을 휩쓸었다.

프로골퍼로 이룰 수 있는 목표를 모두 달성해온 박인비는 리우올림픽 이후 깊은 고민에 빠졌다. 골프와 인생을 따로 생각해오던 20대를 지나 30대에 접어들면서 새로운 삶에 대해 더 깊게 생각하기 시작했다. 골프선수로 늘 정상의 자리에 있었지만, 은퇴 후의 인생과 균형적인 삶에 있어서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다.

부상도 그를 괴롭혔다. 2017시즌 개막과 함께 2월 HSBC 위민스 챔피언스에서 우승해 정상을 되찾는 듯 보였다. 그러나 그 뒤 우승과 멀어졌고, 또 다른 부상까지 찾아왔다. 잦은 부상에 시달린 박인비는 2017년 15경기밖에 출전하지 않았다.

올림픽 이후 새 목표를 찾지 못한 박인비는 올 시즌을 늦게 시작했다. 예년 같았으면 연말 미국으로 떠나 스윙코치이자 남편인 남기협 씨와 훈련을 시작했다. 그러나 올해는 1월 초까지 국내에 머물렀다. 개인적인 일정 등이 있어 늦게 출발했다고 했지만, 심경의 변화가 있었음을 암시했다.

미국으로 떠나는 박인비는 어렵게 새 목표를 꺼내 보였다. 박인비는 지난 1월 10일 전지훈련을 떠나기에 앞서 “다시 한 번 메이저 대회에서 우승하고 싶다”면서 “그게 US여자오픈이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2008년 데뷔 첫 승을 거둔 대회이고, LPGA 투어에서 가장 오랜 역사와 권위를 가진 메이저 대회다. 하지만 새 목표를 말하는 박인비의 목소리에는 예년보다 힘이 덜 했다.

박인비는 다시 새로운 시작에 나섰다. 그는 “20대를 보내고 30대의 새로운 시작점에서 우승은 좋은 신호탄이 된 것 같다”며 “요즘 ‘워라밸’(Work and Life Balance)이라는 말을 많이 쓰고 있는데 나 역시 골프와 개인의 삶을 잘 채워나가는 30대를 만들어 가고 싶다”고 말했다. 올림픽 이후 어떤 고민을 해왔는지 알 수 있는 소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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