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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녀는 극중 갈등을 조장하는 인물 중 하나다. 아들 송현철A(김명민 분)의 일상에 끊임없이 개입한다. 시도 때도 없이 집에 들이닥치고, 직장도 불쑥 찾아간다. 그럼에도 밉지 않은 건 적절한 코미디 덕분이다. 황금녀가 불안한 신 아토(카이 분)는 때때로 그에게 주문을 건다. 황금녀는 홀린 듯 춤을 춰 망신을 당하지만, 이를 알기까지 오래 걸린다.
황금녀란 작명부터 전형적인 속물임을 말해준다. 우아한 미모 뒤엔 모든 문제를 오로지 돈으로 해결하고자 하는 천박함이 숨어있다. 또 딸 송사란(황보라 분)도 있지만 오로지 아들 생각뿐이다. 아들의 사고 소식을 듣고 며느리부터 탓하거나, 아들의 행보를 오해하고 며느리에게 “남편이 밖으로 나도는 이유는 다 너에게 문제가 있다”는 소리를 아무렇지 않게 내뱉는다.
위선적인 면모도 마찬가지다. 황금녀가 아들의 유일한 친구 딱풀이(최병모 분)를 위하는 척 부려먹는 모습과 다르지 않다. 불우한 가정에서 자란 서경선(장소연 분)-서준희(정해인 분) 남매를 겉으론 친자식처럼 대하지만, 승호에게 “공부 머리와 미대 머리가 같느냐”면서 “사회에 나가면 좀 더 도움이 될 친구를 만나라”고 충고한다.
상대적으로 여배우는 세월의 흐름에 따라 역할의 폭이 크게 줄어든다. 중장년 남배우를 주인공으로 기용한 작품은 있어도 동일한 연령대 여배우가 주인공인 작품은 찾기 힘들다. ‘우만기’의 윤석화, ‘예쁜누나’의 길해연. 두 배우는 연기엔 나이가 없음을 몸소 보여주고 있다. 두 ‘엄마’ 캐릭터가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이유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