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두사미’ 박주영, 완생(完生)은 욕심이었다

  • 등록 2014-12-23 오전 6:05:21

    수정 2014-12-23 오전 6:05:21

△ 박주영. (사진= GettyImages/멀티비츠)


[이데일리 e뉴스 박종민 기자] “욕심이 너무 많은 것 아니에요? 최고 스펙을 가진 직원이 바닥부터 시작하는 사람의 몸부림까지 탐내는 거에요?” 최근 인기리에 방영된 tvN 드라마 ‘미생’에서 안영이(강소라 분)는 최고 스펙의 동료 장백기(강하늘 분)에게 이렇게 말한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은 화려한 스펙의 박주영(29·알샤밥) 대신 절박한 이정협(23·상주상무)을 택했다. 즉, 고스펙의 장백기 대신 ‘고졸’ 장그래를 뽑은 셈이다.

‘고스펙’ 박주영 대신 ‘새얼굴’ 이정협 택한 슈틸리케

슈틸리케 감독의 깜짝 발탁은 예고된 수순이었다.

“좋은 활약을 펼치는 선수에게 언제나 공정한 기회를 줄 것이다. 열정 있고 배고픈 선수가 필요하다” 슈틸리케 감독은 지난 10일 2015 호주 아시안컵에 대비한 제주 전지훈련을 앞두고 이같이 발언했다. 허황된 말이 아니었다. 호주 아시안컵 최종 명단에 박주영은 없었고 ‘이정협’이라는 생소한 이름 석자가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었다.

이정협은 숭실대학교 출신으로 지난 2013년 부산 아이파크에 입단해 지금은 상주 소속으로 뛰고 있다. 이정협이 슈틸리케호의 원톱이 될 거라 예상한 사람은 지극히 적었다. 그는 올 시즌 리그 25경기(1347분)에 출전해 4골(리그 37위)을 넣은 게 전부다. 공격포인트 순위 70위로 K리그에서도 존재감이 미비하고 국제 대회 경험도 없다.

△ 울리 슈틸리케 축구대표팀 감독. (사진= 대한축구협회)


슈틸리케 감독은 이동국(35·전북 현대)과 김신욱(26·울산 현대)도 제외했다. 부상을 이유로 들었다. 슈틸리케 감독은 철저히 현재의 몸 상태에 초점을 맞춰 정예 멤버를 꾸린 것으로 보인다. 박주영이 최근 사우디리그서 극심한 골 가뭄에 시달리고 있는 것도 슈틸리케 감독이 이정협을 깜짝 발탁한 배경 중 하나로 분석된다.

2015 호주 아시안컵 최종 명단 23명에 들지 못한 박주영은 축구인생에서 치명타를 입게 됐다. 그는 앞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아스널에서 방출된 후 2014 브라질 월드컵에서도 졸전을 거듭하며 명예가 땅에 떨어졌다. 박주영에게 슈틸리케호 승선은 축구인생에 전환점을 마련할 수 있는 실낱같은 희망이었다.

박주영, ‘용두사미’ 악순환은 언제까지?

박주영은 리그에서 잇따라 부진하며 소중한 기회를 날렸다. 시작은 창대하지만, 끝은 항상 초라하고 찝찝했다. 최근 몇 년간 박주영의 축구인생은 ‘용두사미(龍頭蛇尾)’였다.

그는 항상 데뷔전에 강했지만, 이어진 경기들에서 주위의 기대감을 충족하지 못했다. 셀타 비고 임대시절 데뷔골을 터뜨렸으나 이후 경기들에서 부진했다. 지난 3월 홍명보 전 대표팀 감독의 깜짝 부름을 받고 출전한 그리스와 A매치에서 박주영은 강렬한 움직임으로 선제골을 터뜨렸다. 그러나 브라질 월드컵에선 한 차례의 슈팅도 하지 못한 채 여론의 따가운 시선을 받아야 했다.

지난 10월 사우디로 날아간 박주영은 데뷔 경기였던 알 힐랄전에서 후반 12분 교체 투입된 후 추가시간에 결승골을 작렬하며 팀 승리를 견인했다. 브라질 월드컵 후 한동안 무적 신세를 이어가던 그는 사우디리그 첫 경기서 골맛을 보며 여론을 기대감을 높였다. 하지만 이후 6경기에서 무득점을 기록하고 있다. 이에 슈틸리케 감독도 박주영을 외면했다.

박주영에게 동정표를 던질 수는 없다. 과거는 화려했지만, 지금의 박주영은 분명한 ‘미생(未生)’이다. 선수는 실력으로 말한다. 박주영은 스스로 다가온 기회를 날려버렸다. 사우디리그에서 이전 기량을 회복하지 못할 경우 자신이 그토록 원하던 유럽 무대 복귀 가능성도 크게 줄어들게 된다.

박주영은 곧 우리 나이로 31살이 된다. 적지 않은 나이다. 용두사미의 악순환을 서둘러 끊지 않는 한 그가 과거의 영광을 재현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냉정히 말해 지금의 박주영에게 완생(完生)은 욕심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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