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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폰소 쿠아론 감독은 24일 오후(현지시간) 미국 로스엔젤레스 돌비극장에서 열린 ‘제91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영화 ‘로마’로 감독상을 수상했다. 그는 감독상에 호명된 뒤 출연한 배우들과 작업한 동료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알폰소 쿠아론 감독은 원주민 여성 노동자의 이야기를 지지해준 주최 측에 예를 표하면서 “우리는 이들을 돌봐야할 책임이 있다”고 원주민 여성 노동자의 인권 문제에 대한 관심을 환기시켰다.
알폰소 쿠아론 감독의 ‘로마’는 한 중산층 가정에서 일하는 젊은 여성 가정부 클레오의 이야기를 담는다. 그녀의 시선을 통해서 1970년대 멕시코의 정치적·사회적 혼란 속에서 피어난 인간애를 담담하게 그린다. 평범한 한 개인이 정치적 격랑에 휩싸여 억압과 시련을 겪고 타인과 연대로 견뎌내는 이야기다. 알폰소 쿠아론 감독은 지난해 12월 ‘로마’의 공개를 앞두고 국내 취재진에 자신의 자전적 이야기임을 밝히고 “클레오(배역)를 통해서 한 가정이 안고 있는 상처, 더 나아가 멕시코와 인류가 안고 있는 상처를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앞서 ‘로마’는 지난해 제75회 베니스국제영화제 황금사자상을 수상했다. 콘텐츠 유통강자인 넷플릭스에서 제작한 영화로 세계 3대 영화제 첫 수상이라는 점에서도 주목을 받았던 작품이다. 넷플릭스는 베니스국제영화제의 황금사자상에 이어 아카데미의 감독상으로 강화된 제작 역량을 입증했다.
최고의 영예인 작품상은 모두의 예상을 깨고 ‘그린 북’에 돌아갔다. 인종차별이 극심했던 1960년대 미국사회를 배경으로 흑인 피아니스트 돈 셜리와 그의 운전사 토니 발레롱가의 우정을 그린 작품이다. 왜곡, 작가의 혐오 발언, 감독의 성추행 등 외적인 이슈로 논란이 있지만 영화 자체로는 수작으로 평가를 받았다.아카데미가 ‘더 와이프’의 글렌 클로즈가 아닌 ‘더 페이버릿:여왕의 여자’의 올리비아 콜맨에게 여우주연상을 준 것도 이변이었다.
수상 결과는 아카데미의 변화를 반영했다. ‘블랙팬서’는 3관왕, ‘보헤미안 랩소디’는 4관왕(남우주연상·편집상·음향효과상·음향편집상)을 차지했다. 보수적인 아카데미가 대중 취향적인 영화들에 상을 줌으로써 변화하고 있음을 엿보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