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를 만난 건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다. 영화 ‘범죄소년’(감독 강이관) 개봉을 앞두고 테이블 사이로 마주한 그는 10대 소녀처럼 들떠 있었다. “영화가 정말 하고 싶었어요”. 이정현은 극 중 사연 많은 미혼모 효순처럼 말했다. 나이만 든 소녀처럼, 여린 목소리로 하소연을 늘어놨다.
“작품이 없었던 건 아녜요. 역할이 매번 같아 문제였죠. 공포물 아니면 광적인 역할. 중국, 일본···. 해외로 나갈 수밖에 없었어요.”
길을 다시 열어준 사람은 박찬욱 감독이었다. 이정현은 2010년 박찬욱 감독이 스마트폰으로 찍은 단편영화 ‘파란만장’에 출연하며 영화계에 복귀할 기회를 잡았다. 장편영화는 2000년 공포영화 ‘하피’ 이후 12년 만이다.
이정현은 “‘범죄소년’에 곧 촬영 예정인 대작 ‘명량: 회오리바람’ 모두 ‘파란만장’을 보고 연락을 해온 경우다”라며 “비록 ‘파란만장’에서도 역할은 무당이었지만, 저를 잊지 않고 찾아준 박찬욱 감독에게 감사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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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장면에서 영주가 당황해 NG를 10번 이상 냈어요. 혼란스러워하더군요. 바로 전까지만 해도 천사 같던 누나가 갑자기 돌변해 다른 얼굴을 보이니···. 영주는 나이가 어려 ‘꽃잎’, ‘와’ ‘바꿔’ 등 제 과거 활동 모습을 몰라 충격이 더했을 거예요.”
작은 체구 어디에서 그런 괴력이 나오느냐는 물었다. 이정현은 “모르겠어요” 웃더니 “몸에 좋은 음식을 많이 먹어서 그런가?” 눙쳤다.
이정현은 효승 캐릭터를 연기하며 데뷔 시절 자신을 떠올렸다고 했다. 이정현과 극 중 효승은 서른두 살, 나이도 같다. 효승이 예상치 못한 임신으로 엄마가 되던 해, 이정현은 영화 ‘꽃잎’(1996)으로 데뷔했다. 정확히 인생의 절반을 연예인으로 살았다. 이정현은 “시간이 정말 빠른 것 같다”며 격세지감을 토로했다.
이정현은 내년 초 2년 만에 새 앨범을 내고 가수로도 복귀한다. 아시아 동시 발매를 계획 중이다. 이정현은 “‘범죄소년’을 촬영하며 스태프 전부 한국말을 하니 그렇게 편하고 좋을 수가 없었다”라며 “앞으로는 해외 활동 못지않게 국내 활동도 열심히 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사진=김정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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