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현 "인생의 절반을 연예인으로..시간 참 빠르다"

12년 만에 장편영화 외출
'범죄소년'에서 노개런티 미혼모 열연
효승 나이에 '꽃잎'으로 데뷔.."격세지감"
  • 등록 2012-11-29 오전 9:03:48

    수정 2012-11-29 오전 9:06:07

[이데일리 스타in 최은영 기자]어디론가 사라졌다가 슬그머니 다시 나타났다. 가수이자 배우인 이정현(32) 이야기다. 누군가는 그를 ‘꽃잎’의 소녀로 알며, 또 누군가는 손가락 마이크에 비녀 꽂고 ‘날 봐, 잘 봐’ 노래하던 가수로 기억한다. 이름보다는 이미지로 남았다. 사람이라기보단 캐릭터였다. 어느 쪽이든 연상되는 모습은 같다. 광기 어린 혹은 신기 어린 ‘소녀’.

그를 만난 건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다. 영화 ‘범죄소년’(감독 강이관) 개봉을 앞두고 테이블 사이로 마주한 그는 10대 소녀처럼 들떠 있었다. “영화가 정말 하고 싶었어요”. 이정현은 극 중 사연 많은 미혼모 효순처럼 말했다. 나이만 든 소녀처럼, 여린 목소리로 하소연을 늘어놨다.

“작품이 없었던 건 아녜요. 역할이 매번 같아 문제였죠. 공포물 아니면 광적인 역할. 중국, 일본···. 해외로 나갈 수밖에 없었어요.”

길을 다시 열어준 사람은 박찬욱 감독이었다. 이정현은 2010년 박찬욱 감독이 스마트폰으로 찍은 단편영화 ‘파란만장’에 출연하며 영화계에 복귀할 기회를 잡았다. 장편영화는 2000년 공포영화 ‘하피’ 이후 12년 만이다.

이정현은 “‘범죄소년’에 곧 촬영 예정인 대작 ‘명량: 회오리바람’ 모두 ‘파란만장’을 보고 연락을 해온 경우다”라며 “비록 ‘파란만장’에서도 역할은 무당이었지만, 저를 잊지 않고 찾아준 박찬욱 감독에게 감사하다”고 말했다.

‘범죄소년’은 저예산 영화다. 국가인권위원회가 기획했다. 재능기부 형태로 영화에 참여한 이정현은 “비용과 시간이 턱없이 부족해 욕심만큼 연기할 수 없었던 점은 아쉽다”고 연기 욕심을 드러냈다.
영화 ‘범죄소년’은 책임질 수 없는 아이를 낳은 미혼모 효승과 부모에게서 버림받은 아이 지구의 대물림되는 비극을 그린 작품이다. 이들 모자는 살려고 발버둥을 치지만 안타깝게도 두 사람은 같은 길을 간다. 아들 지구는 우연히 절도사건에 휘말리며 범죄소년이 된다. 여자친구를 임신시켜 미혼모로 만들기도 하는데, 그 사실을 듣고 분노하는 엄마 효승, 이정현의 연기가 압권이다. 여관에서 아들을 사정없이 내려치는데 그 손이 얼마나 매웠는지 지구 역할을 맡은 서영주가 깜짝 놀라 대사를 다 잊었을 정도였다.

“그 장면에서 영주가 당황해 NG를 10번 이상 냈어요. 혼란스러워하더군요. 바로 전까지만 해도 천사 같던 누나가 갑자기 돌변해 다른 얼굴을 보이니···. 영주는 나이가 어려 ‘꽃잎’, ‘와’ ‘바꿔’ 등 제 과거 활동 모습을 몰라 충격이 더했을 거예요.”

작은 체구 어디에서 그런 괴력이 나오느냐는 물었다. 이정현은 “모르겠어요” 웃더니 “몸에 좋은 음식을 많이 먹어서 그런가?” 눙쳤다.

이정현은 효승 캐릭터를 연기하며 데뷔 시절 자신을 떠올렸다고 했다. 이정현과 극 중 효승은 서른두 살, 나이도 같다. 효승이 예상치 못한 임신으로 엄마가 되던 해, 이정현은 영화 ‘꽃잎’(1996)으로 데뷔했다. 정확히 인생의 절반을 연예인으로 살았다. 이정현은 “시간이 정말 빠른 것 같다”며 격세지감을 토로했다.

“‘와’로 가요 프로그램에서 1위를 했을 때예요. 회사 회식 자리에서 싸이 오빠가 끼를 발산해 데뷔 기회를 잡았죠. 싸이 오빠 첫 노래가 제 1집 수록곡 ‘아이 러브 엑스(I love X)’였어요. 조피디 오빠와 객원가수로 참여해줬죠. 그런 분이 국제가수가 됐네요. 자랑스러워요.”

이정현은 내년 초 2년 만에 새 앨범을 내고 가수로도 복귀한다. 아시아 동시 발매를 계획 중이다. 이정현은 “‘범죄소년’을 촬영하며 스태프 전부 한국말을 하니 그렇게 편하고 좋을 수가 없었다”라며 “앞으로는 해외 활동 못지않게 국내 활동도 열심히 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사진=김정욱 기자)

영화 ‘범죄소년’으로 12년 만에 스크린으로 돌아온 가수 겸 배우 이정현이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갖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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