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석, 완생(完生)으로 가는 길

  • 등록 2015-01-27 오전 8:33:04

    수정 2015-01-27 오전 9:38:57

‘피노키오’ 이종석.(사진=웰메이드이엔티 제공)
[이데일리 스타in 강민정 기자] 첫날, 첫 인터뷰여서일까. 조금은 입이 덜 풀린 모습으로, 약간 몽롱한 눈빛을 하곤 얼떨떨한 톤으로 이야기를 이어갔다. 사회부 기자로 열연했던 그와 연예부 기자들이 마주앉은 시간은 친숙한 듯, 어색한 묘한 분위기 속에 흘러갔다.

배우 이종석은 SBS 드라마 ‘피노키오’에서 사회부 기자 최달포를 연기했다. 박신혜, 김영광, 이유비 등 또래 배우들과 호흡을 맞췄고 김해숙, 진경, 이필모, 변희봉, 신정근 등 선배들과 조화를 이뤘다. ‘시크릿 가든’, ‘하이킥! 짧은 다리의 역습’, ‘학교 2013’, ‘너의 목소리가 들려’, ‘닥터 이방인’으로 이어진 이종석의 행보는 ‘피노키오’에서 꽃을 피웠다. 모든 작품이 시청률에서 빛을 봤고, 화제성으로 압도했다.

이종석이 스스로를 평가하는 잣대는 외부에서 자신을 바라보는 화려한 시선과 다르다. 성공한 작품에서 유명한 제작진과 든든한 호흡을 맞춰왔지만, 여전히 부족하다는 생각 뿐이다. 지난해 SBS 연기대상에서 수상 트로피를 쥐고 건넸던 말은 스스로를 다져온 초심이자, 앞으로도 보여줘야 할 진심이었다. “필모그라피 관리를 하지 않겠다는 말은 배우로서 내가 연기를 할 뿐이지, ‘이 작품은 잘 되겠다’ 혹은 ‘잘 되지 않겠다’에 맞춰 고르지 않겠다는 의미”라는 이종석은 “좋은 연기를 계속 하겠다는 각오와 같았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이종석은 ‘피노키오’에 임하며 ‘너의 목소리가 들려’의 조수원 PD, 박혜련 작가와 재회했다는 사실에 감사함을 느꼈다. 그 동안 ‘너의 목소리가 들려’에서 호흡을 맞춘 배우 이보영의 집에 초대돼 조수원 PD 등 당시 스태프와 밥도 먹고 대화도 나누는 시간을 종종 가졌다는 이종석은 ‘어른들’과 어울리며 생각의 깊이를 더할 수 있었다. ‘피노키오’ 촬영 현장에서 누구보다 조수원 PD 곁을 지키는 ‘애교쟁이’로 통했다는 이종석은 박신혜를 비롯한 여배우들의 ‘경쟁자’이기도 했다. “글을 보면 착한 사람, 좋은 사람이라는 것이 느껴진다”는 감탄으로 시작한 박혜련 작가에 대한 감사함은 더 했다. 때문에 고마운 사람들, 따뜻한 현장으로 기억되는 ‘피노키오’를 통해 SBS 연기대상에서 촬영 스태프 상을 거머쥔 일은 이종석을 가장 뿌듯하게 만든 계기가 되기도 했다.
이종석.
이종석은 ‘완생(完生)’의 길을 걷고 있다. ‘피노키오’는 그 길에 큰 반환점이 됐다. 대사를 하며 ‘목이 덜 트였다’는 걸 느낄 만큼 기술적으로 연기력이 부족하다는 한계를 실감한 작품이었다. 감정신에서의 몰입은 수월했지만 일상신을 연기하는 자연스러움은 끌어내기 힘든 숙제라는 것도 알았다. “여전히 머리 속에 여유가 없어 연기하기가 힘들”고, “아직도 카메라 앞에 서는 일이 긴장되고 떨린다”는 고충을 털어놓기도 했다.

어느 때보다 큰 가능성을 발견한 작품이기도 하다. “하면 할 수록 연기를 잘 해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데뷔 후 쉰적이 없지만 카메라 앞이 아니라면 나의 존재가 무의미하게 느껴질”만큼 욕심 많은 천상 배우라는 사실도 새삼 실감했다.

이종석의 지난해 꿈은 “나도 모르는 나의 모습을 발견하고 싶다”였다. ‘그 꿈을 이뤘냐’는 질문에 이종석은 시원한 답을 내놓지 못했다. “그런 것 같다”는 얼버무림에 “그냥 그 꿈 올해도 가져가는 걸로”라는 제안을 건네니 마음이 놓인 듯 호탕한 웃음을 터트렸다.

“그것도 좋겠다. 올해도 ‘이종석도 모르는 이종석의 새로운 모습’을 발견하는 걸 목표로 삼아야겠다. 그래도 이젠 공항에서 입출국 신고 서류를 쓸때 ‘직업란’에 ‘배우’라고 적는다. 예전엔 ‘학생’이라고 썼었다.(웃음) 자신감이 생겨서인지. 하고 싶은 게 많다. 좀 더 폭 넓은 캐릭터를 연기할 수 있는 영화도 더 하고 싶고. 대부분 부모님 없이 사연 많은 착한 인생을 사는 ‘완성형 캐릭터’를 연기했는데 이젠 옷도 예쁘게 입고 잘 나가는 재벌 역할도 해보고 싶다.(웃음)”
이종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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