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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골퍼’ 홍진주(33·대방건설)는 지난 6일 경기도 용인 88골프장(파72)에서 끝난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팬텀 클래식에서 10년 만에 정상에 오른 후 우승 비결을 ‘가족’으로 들었다. 그러면서 “이 세상 모든 워킹맘에게 용기를 주고 싶다. 그리고 후배들에게도 결혼과 출산은 선수 생활에 장애가 아니라는 걸 말해주겠다”고 말해 경쟁 가득한 필드에 훈훈한 온기를 불어넣었다.
가족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큰 힘이다. 올 시즌 KLPGA 투어가 박성현의 독주로 막을 내렸지만 그에 못지않게 화제를 모은 것은 육아와 골프를 병행하고 있는 베테랑 골퍼 홍진주와 안시현(32·골든블루)의 우승 소식이었다. 남자골프에서도 대상과 상금왕을 동시에 차지한 최진호(32·현대제철)와 2승을 올린 주흥철(35)의 특별한 가족 사랑이 여전히 회자되고 있다.
◇홍진주-안시현 “엄마의 이름으로”
홍진주와 안시현은 KLPGA 투어에서 둘밖에 없는 ‘엄마 골퍼’다. 안시현은 다섯 살 난 딸을 혼자 키우고 있고, 홍진주는 세 살배기 아들이 있다. 사실 올 시즌 KLPGA 투어에서 두 선수가 우승하리라 예측한 이는 거의 없었다. 이유는 명확했다. 30대를 훌쩍 넘겨 체력적인 부담이 크고, 세계 정상급 기량을 가진 10살 어린 후배들이 즐비하기 때문이다. 육아를 병행하는 것도 이유 중 하나였다. 하지만 그들은 ‘그 어려운 것’을 해냈다. KLPGA 투어 시드를 유지하는 것만으로도 칭찬받기에 부족하지 없지만 ‘엄마의 위대함’으로 올 시즌 나란히 1승씩을 쓸어담았다.
첫 포문은 안시현이 열었다. 지난 6월 열린 메이저대회 한국여자오픈 마지막 날 안시현은 쟁쟁한 후배들을 모두 제치고 ‘메이저퀸’이 됐다. 12년 만에 만져보는 우승컵도 감동이었지만 당분간 시드 걱정없이 안정적인 ‘직장인’ 생활을 할 수 있다는 것이 더 감사했다. 당시 안시현은 “후배들에게 포기하지 말라는 말을 하고 싶다”고 소중한 메시지를 전했다.
홍진주는 “매번 집을 나설 때 아들이 손을 잡으며 나가지 말라고 할 때가 가장 슬프다. 그럴 때면 그만둬야 하나 생각도 들었다. 아들에게 늘 미안하다”며 “다행히 가족들이 응원을 많이 해줘서 선수 생활에 어려움은 없다. 그래서 더 열심히 살게 된다”고 말했다.
◇최진호-주흥철 “아빠의 힘으로”
올 시즌 KPGA 코리안투어에서 각각 2승을 거둔 최진호와 주흥철은 가족의 힘으로 슬럼프를 극복하고 선수 생활의 꽃을 피우고 있는 ‘아빠골퍼’들이다.
포기하고 시픈 생각이 가득했지만 가족이 안정을 가져다줬다. 최진호는 세 아들의 아빠다. 막내는 지난 달 태어났다.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진출을 위해 웹닷컴 투어 퀄리파잉스쿨에 도전했지만 아쉽게 실패했다. 하지만 내년을 기약하며 다시 골프채를 꼭 잡았다. 오히려 ‘복덩이’ 아들이 태어났다며 ‘싱글벙글’이다. 최진호는 “막내를 가진 뒤 2승을 올렸고, 기분 좋은 타이틀도 획득했다”며 공을 가족에게 돌렸다.
주흥철은 지난 2014년 군산CC오픈에서 데뷔 8면 만에 첫 우승을 차지했다. 우승 순간 아내와 아들을 끌어안고 눈물을 펑펑 쏟아내 ‘울보’라는 별칭도 얻었다. 심장병으로 오랜 기간 고생했던 아들에게 ‘우승 선물로 위로해주겠다’는 약속을 지켜 감정은 더 박차올랐다.
정확히 2년 만에 같은 장소에서 다시 우승을 맛본 주흥철은 지난 10월 현대해상 최경주 인비테이셔널 다승을 완성했다. 당시 마지막 날 어깨 부상으로 기권을 생각했던 주흥철은 새로운 목표를 떠올리며 고통을 참아냈고, 결국 우승까지 일궜다. 주흥철은 “아들보다 힘들어 하는 소아들을 많이 봤다. 큰 도움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우승 상금의 일정 부분을 치료비로 기부하겠다”고 말했다. 그의 목표는 아들처럼 고생했던 소아 환우들에게 도움을 주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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