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밍순 군함도①] 한맺힌 '군함도' 일본 정부가 숨기는 것은?

  • 등록 2017-07-11 오전 8:14:44

    수정 2017-07-11 오전 8:14:44

‘군함도’
[이데일리 김용운 기자] 일본 정부가 유네스코의 권고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며 일제 강점기 군함도 등의 강제징용 사실에 입을 닫고 있다.

이번 달 초 미국 뉴욕 타임스퀘어 대형 광고판에 ‘군함도의 진실’ 광고 게재를 추진한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는 “2년 전 일본 정부는 군함도를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 시키면서 2017년까지 ‘강제징용’ 사실을 알리는 정보센터를 건립한다고 약속했다”며 “하지만 지금까지 이를 지키고 있지 않고 오히려 군함도 등을 단순히 관광지로 홍보하는 등 역사를 왜곡하고 은폐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군함도는 2015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이름을 올린 ‘메이지 일본의 산업혁명유산’ 중 하나. ‘메이지 일본의 산업혁명유산’은 일본 내 8개 현에 흩어져 있는 탄광과 공장 등 23개 시설로 나가사키의 군함도(일본명 하시마)도 포함됐다. 인공적인 확장으로 마치 군함처럼 보여 군함도로 불린 이곳은 일본의 전범기업인 미쓰비시가 1860년대부터 1960년대까지 운영했던 해저탄광 섬이다. 군함도는 이른바 ‘지옥섬’으로 불렸을 만큼 일제 강점기 강제징용 당한 조선인과 중국인의 한과 피땀이 서린 곳이기도 하다.

이곳에 끌려온 조선인들은 해저 1000m, 섭씨 40도가 넘는 탄광 갱도에서 온갖 학대와 비인간적인 수모를 감내하며 채굴 작업을 했다. 2012년 작성된 ‘하시마 탄광 강제동원 조선인 사망자 피해 실태 기초조사’에 따르면 약 800여명의 조선인이 강제징용 당해 100여명 이상 사망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런 역사적인 사실을 감안 해 유네스코는 “2017년까지 전체 역사를 기술하라”는 권고사항과 정보센터 건립 등을 포함해 일본 산업혁명 유산의 ‘조건부’ 등재를 결정했다.

그러나 일본 정부는 아직까지 유네스코의 권고를 적극적으로 이행하지 않고 있다. 오히려 2015년 10월 MBC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의 ‘배달의 무도-하시마섬의 비밀’과 관련 서적 등으로 군함도의 진실이 한국에 널리 알려지자 예민한 반응을 보였다. 또한 영화 ‘군함도’의 제작 소식에 올해 초 일본의 산케이신문은 군함도에 거주했던 일본 주민의 말을 인용하며 “지옥섬은 없다”, “아우슈비츠 수용소와는 다르다”며 반발하고 나섰다.

김승은 민족문제연구소 자료실장은 이데일리와 인터뷰서 “유태인 학살로 악명을 떨친 독일의 아우슈비츠 수용소도 세계유산이다”며 “독일은 나치가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 행한 반인류적인 범죄를 숨기지 않고 이를 반성하기 위해 세계유산 등재를 신청했다는 점에서 일본과 다르다”고 지적했다.

김 실장은 “유네스코 자체가 세계대전을 반성하고 영속적인 평화를 구축하기 위해 인류의 지적, 도덕적 연대를 강화할 목적으로 건립한 국제기구다”며 “군함도 등에 피해자의 목소리가 담긴 안내판과 정확한 사실을 알리는 정보센터가 세워지도록 군함도의 진실을 지속적으로 환기한 일본의 시민사회와 연대하는 등 다방면으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은 인류의 보편적 가치를 지닌 자연유산 및 문화유산을 발굴하고 보호·보존하고자 1972년 세계 각국이 ‘세계유산협약’을 채택하며 지정하기 시작했다. 이후 유네스코 세계유산은 세계 각국의 문화적 자존심과 국력을 고양하는 문화재로 높이 평가를 받는다. 국제기구가 인정한 인류의 유산이란 측면에서 자국의 인지도를 높일 수 있고 국내외 지속적인 관심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일본 정부는 군함도를 포함한 ‘메이지 일본의 산업혁명유산’을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하기 위해 2000년대 초반부터 치밀한 작업을 벌였다. 자신들이 저지른 식민지 시대의 만행과 2차 세계대전 전범국의 낙인을 희석하고 역사를 왜곡하려는 속셈에서다. 이를 위해 교묘하게 진실을 가리고 유네스코 부담금을 확대하는 등 물밑 작업 끝에 2015년 마침내 목적을 달성한다.

유네스코는 당시 “19세기 중반부터 20세기 초반까지, 철강, 조선 및 탄광 산업의 발전상과 일본이 이룬 급속한 산업화를 증언하고 있다”며 “서구의 산업화가 비서구권으로 성공적으로 이식되었다고 여겨진 최초의 사례로서 그 증거들을 간직하고 있다”는 이유로 ‘메이지 일본의 산업혁명유산’을 세계유산 목록에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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