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욱의 커피 이야기] 커피의 맛과 향 어떻게 구별되나요?

커피의 맛과 향을 구분지어 테스팅하는 방법들
  • 등록 2015-04-25 오전 8:46:31

    수정 2015-04-25 오전 8:46:31

김정욱의 커피이야기
[이데일리 스타in 연예팀] 카페 문을 열고 들어서면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이 계산대 넘어 있는 메뉴들이다. 근데 요즘에는 싱글오리진(Single Origin) 커피가 많이 소비되면서 각 대륙별로 나라마다 커피의 특징을 함께 적어 놓는 경우들이 많다.

예를 들면 어느 카페에서는 에티오피아 예가체프(Ethiopia Yirgacheffe)는 쟈스민, 라벤더, 오렌지, 레몬, 베리 등의 맛이 난다라고 적혀 있었는데 사실 틀린 표현이다. 음식 따위를 혀에 댈 때 느끼는 감각을 맛이라고 정의한다면 맛은 화학적으로 느껴지는 짠맛, 신맛, 단맛, 쓴맛, 감칠맛의 5개의 기본 맛이 존재할 따름이다. 위에서는 ‘맛’ 대신 ‘향’으로 표현해야 맞다. 가령 견과류를 입에 넣고 코를 막고 먹으면 아무런 견과류의 향이 느껴지지 않는다. 그래서 견과류의 향이지 견과류 맛이라고 표현하기는 어렵다.

다만 ‘향미’라는 용어는 조금 다르다. 이것을 커피 업계에서는 플레이버(flavor)라고 하는데 쉽게 말해 무언가를 먹었을 때 입안에서 느껴지는 미각과 후각 등을 총칭해서 말한다. 따라서 위에서 언급했던 에티오피아 예가체프에 대해 굳이 맛이라는 부분을 언급하고 싶다면 ‘향미’라는 용어를 쓸 수 있다. 만약 그 무언가를 식도로 넘겼거나 입에 넣었다 뱉었다면 이제 그것은 애프터테이스트(aftertaste) 즉 뒤에 남는 맛과 향 혹은 여운 등으로 표현할 수 있다.

커피는 마시기 전에도 몇 가지 분류로 나누어 말한다. 커피를 갈아서 물과 접촉하기 전에 향을 맡는다면 그것을 프레그런스(fragrance)라고 말하거나 드라이(dry)라고 말한다. 물과 접촉이 생겨서 나온 향은 아로마(aroma)로 표현하는데 이 경우는 프레그런스(fragrance)라는 용어와 함께 쓰인다. 만약 드라이(dry)라는 표현을 썼다면 아로마 대신 크러스트(crust)라는 표현을 쓸 수 있다.

이유는 어떤 단체에서는 물과의 접촉 부분의 유무에 대해 프레그런스와 아로마로 나누어 말하지만 어느 단체에서는 아로마 라는 범주 안에 드라이와 크러스트로 구분하여 말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렇게 다양한 맛과 향의 분류 속에서 전문가들은 어떻게 ‘좋은 커피’를 찾아내는 것일까. 대체로 전체적인 부분 중 맛에 대한 부분들이 일차적으로 높게 평가된다. 이유는 향의 부분들은 저마다 자라온 환경이 달라서 그것을 느끼고 감지하는 식물이나 동물성 분류에서 차이가 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저마다 다른 향을 표현해도 전문가들은 대분류에서 만나게 된다. 가령 향에서 누구는 복숭아를 느꼈는데 누구는 살구를 느꼈다면 결국 그것은 과일의 분류 중 ‘핵과일 영역’에서 만나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누구는 라임을 느끼고 누구는 레몬을 느꼈다면 결국 ‘citrus’ 분류에서 만나게 된다.

심사위원들이 저 마다 조금씩 차이가 나는 다른 향을 느꼈어도 그 향이 부정이냐 긍정이냐를 나누며, 그런 분류는 대체로 거의 일치하게 된다. 부정적 요소의 향이 아니었다면 전문가들은 의식적이던 무의식적이던 결국 좋은 커피의 단맛을 느낄 때는 공통적으로 높은 점수를 준다.

맛과 향의 부분은 레몬 하나를 보고도 달리 해석되는데 커피 ‘향’에서 레몬이 느껴졌다면 긍정적 점수를 받지만 맛에서 레몬을 ‘연상시키는’ 너무 치고 올라오는 그저 신맛이 느껴졌다면 긍정적 점수에서 멀어지게 된다. 하지만 귤(tangerine)을 ‘연상시키는’ 새콤달콤한 신맛이 안정적으로 느껴졌고, 구연산 보다는 사과산 같은 고급스러운 산미가 느껴졌다면 높은 점수를 받게 된다.

맛과 향이 입안 전체와 혀에서 조화를 이루는 부분도 커피에서는 중요하다. 오래전에 커피에 대해 향미 평가를 하는 도중 어떤 사람이 “이 커피는 쫄깃한 맛이 일품이야”라는 말을 하니까. 한 사람이 커피가 무슨 인절미도 아닌데 쫄깃하냐고 핀잔을 준 적이 있었다. 아마도 그 사람은 마우스필(mouthfeel)을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 같다. 마우스필은 보통 입안에서 느껴지는 감촉을 의미한다. 마우스필이라는 좀 더 큰 분류를 알았다면 핀잔대신 그 사람을 이해해주고 넘어갔을 것이다.

우리가 오해하고 있는 것 중 또 하나가 매운맛과 떫은맛이다. 매운맛은 맛이라기보다는 일종의 통증에 대한 반응이다. 미각 수용기에 전해지는 통증 자극을 통해 그에 대한 반응을 우리는 매운맛으로 느끼는 것이다. 떫은맛도 맛이 아니라 혀 점막의 수축에 의해서 일어나는 작용으로 일종의 마비 같은 것으로 혀에서 느껴지기보다는 잇몸에서 감지되고 있다. 커피에서 떫은맛은 매우 큰 부정적 요소다.

와인에서는 주로 포도 껍질에서 나오는 탄닌 성분으로 인해 떫은맛도 긍정으로 평가하는 것으로 생각할 수 있지만 사실 고급 와인은 부드럽게 숙성된 탄닌을 긍정으로 평가하고 커피와 마찬가지로 혀를 말리는 듯한 떫은 탄닌은 부정적으로 평가된다.

맛과 향이라는 부분이 인간마다 지극히 주관적 요소로 접근할 수 있어서 카테고리의 분류는 때로는 쓸데없는 다툼을 줄이게 해준다. 누군가 커피에서 레몬의 향을 느꼈는데 누군가 라임 향을 느꼈다고 말하자 레몬 향을 느낀 사람이 라임 향을 느낀 사람을 무시한 경우가 있었다.

결국 레몬이나 라임이나 ‘citrus’의 비슷한 화학구조 분류 안에서 함께 해석될 수 있는 부분인데 분류의 개념을 잘 모를 경우 자신만이 느낀 것을 전부로 생각하게 된다. 카테고리에 의한 분류 또는 대분류를 이해하고 노력한 사람들은 더 큰 포용력을 갖고 상대의 의견도 한 번 더 고민하게 되니 커피에서의 분류란 복잡함보다는 질서이다.

△글=김정욱 現 딸깍발이 코퍼레이션 대표. 現 커피비평가협회 한국본부장. 콜롬비아 안티오키아 베스트 컵 콘테스트 심사위원(2015 BC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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