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 끝 취준생 24시…드라마 넘어 예능 '강타'

  • 등록 2015-04-28 오전 8:00:00

    수정 2015-04-28 오전 8:00:00

JTBC ‘엄마가 보고 있다’에서 보여준 취업준비생의 24시(사진=방송캡쳐).
[이데일리 스타in 양승준 기자] 소파가 침대다. 600원짜리 캔커피는 ‘사치’. 취업준비생 이창호(38)씨는 16제곱미터(5평) 남짓의 친구 원룸에 얹혀산다. 다니던 직장에 사표를 낸 2014년 2월부터 새 일자리를 찾았는데 자리를 잡지 못한 탓이다. 하루 식사는 딱 한 번 한다. 대학교 학생식당에 가 가장 싼 2500원 ‘양은 도시락’을 먹는 게 전부다. 영화를 보고 싶은 피를 뽑는다. 헌혈하면 영화 티켓을 공짜로 주기 때문이다. 이 씨는 “처음부터 이런 건 아니었는데 구직 기간이 길어지다 보니 어쩔 수 없었다”고 말했다. 지난 25일 방송된 JTBC 관찰 예능프로그램 ‘엄마가 보고 있다’에서 보여준 벼랑 끝에 선 취업준비생의 24시간이다.

취업준비생의 설움이 ‘안방극장’에 넘쳐나고 있다. 실업률이 올 상반기에 IMF외환위기 직후 수준까지 높아지며 생긴 사회적 불안이 대중문화에 반영되고 있다. 지난 2월 청년(15~29세) 실업률은 1999년 7월 수준(11.5%)까지 높아졌다. 통계청이 발표한 ‘2월 고용 동향’ 자료를 바탕으로 한 수치다. 국민소득은 당시와 비교해 약 두 배가 늘었는데 청년의 실업률이 비슷하다는 건 사회적 박탈감이 그만큼 커질 수밖에 없다.

KBS2 주말드라마 ‘파랑새의 집’ 속 이준혁. 극 초반 취업준비생으로서 고충을 현실감있게 보여줬다(사진=방송 캡쳐).
이런 사회적 분위기를 반영하듯 취업준비생의 애환을 전면에 다룬 드라마도 나왔다. tvN 금요드라마 ‘초인시대’에는 공대에 다니는 복학생(유병재 분)이 주인공으로 나온다. 취업준비생의 고달픈 현실이 이야기의 줄기다. 시간을 되돌리는 초능력을 써 떨어진 면접을 다시 본다는 황당한 설정까지 나온다. 대본을 쓴 유병재는 “20대 중·후반 또래 친구들의 취업 준비 얘기를 바탕으로 했다”며 “‘열정페이’나 ‘삼포세대’ 같은 말을 만들며 사회가 청춘을 ‘쓸모없다’ ‘필요없다’ 분위기를 만드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해 이를 깨고 싶었다”고 기획의도를 들려줬다. 취업준비생은 드라마에서 새로운 주인공으로도 인기다. KBS2 주말드라마 ‘파랑새의 집’(이준석 분)과 MBC ‘여왕의 꽃’(이성경 분)도 취업준비생인 주인공의 이야기가 비중 있게 다뤄진다.

드라마 뿐만이 아니다. ‘엄마가 보고 있다’를 포함한 예능프로그램에서도 ‘삼포세대’라 불리며 날개가 꺾인 청춘의 모습을 관찰하는 게 새로운 흐름이 됐다. 대상도 입사를 꿈꾸는 직장인 준비생에서 프로 입단을 꿈꾸는 운동선수까지 넓어졌다. KBS는 오는 6월 방송을 목표로 논픽션 버라이어티 ‘청춘’을 제작하고 있다. 전 국가대표 축구 선수 출신인 안정환이 감독을 맡아 ‘축구 미생’을 키운다는 콘셉트다. 프로그램 연출을 맡은 최재형 PD는 “높은 현실의 벽 앞에 모든 것들이 너무 일찍 결정돼 청춘의 날개가 꺾이는 현실에 희망을 주자는 취지에서 출발했다”고 말했다. 예능 프로그램의 유행이 버라이어티쇼에서 다큐멘터리식 관찰 예능으로 바뀌면서 일반인 취업준비생들의 설움도 적극적으로 방송 안에 끌어들이는 추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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