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열’①]왜 아나키스트 박열인가

  • 등록 2017-06-27 오전 7:00:00

    수정 2017-06-27 오전 7:00:00

영화 ‘박열’
[이데일리 박미애 기자] 이준익 감독이 윤동주에 이어 또 한 명의 역사 속 인물을 소환해냈다. 박열이다. 1919년 18세의 나이로 일본에 건너가 항일 투쟁을 펼치다가 1923년 9월 간토대지진 때 일본국왕을 폭살하려 했다는 혐의로 구속돼 22년간 옥살이를 한 인물이다.

‘박열’은 1923년 간토대지진 전후의 상황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간다. 지진 이후 조선인 6000여 명을 학살하는 대사건이 벌어지고, 영화는 일제의 만행을 국제사회에 알리고자 사형까지 무릅쓰고 재판을 받는 박열과 그의 투쟁에 기꺼이 동참한 연인 가네코 후미코를 조명한다. 그 시절에 대역죄로 옥고를 치르는 중에도 당당하다. 한 마디로 ‘폼나는’ 캐릭터다. 박열이 감옥에서 후미코와 편지를 주고받지 못해 단식을 하거나 재판부를 상대로 반말을 해대는 제멋대로 모습에서 피식 웃음이 나온다.

감독은 ‘독립운동가 중에서도 큰 차별점을 가지고 있었다’며 박열에 주목한 이유를 밝혔다. 일제 강점기를 배경으로 한 많은 영화들이 국내와 중국을 중심으로 무력 항일 투쟁을 펼친다. 반면 ‘박열’은 일제의 심장부인 도쿄에서, 그들의 사법체계에, 이성적인 논리로 맞선, 아나키스트(제도화된 제도화된 정치 조직·권력·사회적 권위를 부정하는 사상 및 운동을 하는 사람들을 뜻한다)의 투쟁이라는 점에서 궤를 달리한다.

감독은 시대상과 무관하게 영화를 만들었다고 얘기하지만, 평론가들은 영화가 다루는 아나키즘아나키스트에서 시의성을 발견한다. 윤성은 영화평론가는 “개인의 자유를 중시하고 국가주의적 폭력에 저항한다는 아나키즘의 정신은 시대를 막론하고 국가의 형태와 기능, 개인의 행복을 논할 때 떠오르게 된다”며 “한국을 비롯한 최근 국제 정세를 살펴 보면 국론이 분열되고 혼란과 불안이 가중되고 있는데 그런 상황에서 아나키즘이 부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에선 일제 권력의 부당함과 폭력성에 분노하며 민족주의를 지양하고, 인류의 보편적 가치인 자유 평등 등을 지향하며 발전했던 아나키즘은 부당한 권력이 집권할 때마다 꿈틀대곤 했다. 오동진 영화평론가는 “오늘날의 정치권은 순수한 개혁 의지를 잃고 권력 의지만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들이 국가나 국민, 공공의 이익이나 개인의 자유를 보장할 수 있는 무언가를 고민하고 있는가에 의문을 가진다”며 “‘박열’은 1920년대 끝없는 자유 의지를 보여준 아나키즘과 아나키스트의 대표 주자를 통해서 그러한 의문을 지적한다”고 말했다.

시대에 대한 담론이 하루하루 먹고 살기 바쁜 요즘 현대인이나 청춘들에게 허황되게 들릴 수도 있다. 실업자 100만명 시대에 불황은 좀처럼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새 정권이 들어서도 불안감은 여전하다. 힘들고 복잡한 시대일수록 아나키즘은 매력적일 수 있다. 개인의 자유, 행복을 우선하는 아나키즘은 먼 미래보다 바로 지금, 남이 아닌 나의 삶의 질과 행복을 중시하는 요즘 젊은이들의 라이프스타일과 상통하는 면이 있어서다. 오 평론가는 “요즘 젊은이들 중에 집보다 차를 사거나, 먼 미래의 행복보다 현재의 행복을 추구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개인의 자유 의지를 보장하는 아나키즘적인 특성은 요즘 젊은이들한테 부합하는 생각일 수 있다”고 말했다.

영화 ‘박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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