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PC 소그래스17번홀..마의 홀이 될까, 드라마가 펼쳐질까.

  • 등록 2018-05-11 오전 7:21:04

    수정 2018-05-11 오전 7:21:04

TPC 소그래스의 17번홀 전경. (사진=AFPBBNews)
[이데일리 스타in 주영로 기자] ‘마(魔)의 홀’이 될까. 아니면 기적의 드라마가 펼쳐질까.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제5의 메이저 대회’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총상금 1100만 달러)가 열리는 TPC 소그래스 17번홀(파3)은 ‘악마의 홀’로 불린다. 호수 한 가운데 자리한 이 홀은 마치 섬처럼 자리하고 있다. 거리는 125~150야드에 불과하다. 그러나 해마다 50개 안팎의 공을 집어 삼키는 무시무시한 악마와 같다.

최근 15년 동안 이 홀이 집어 삼킨 공만 무려 703개다. 2007년에는 나흘 동안 무려 93개의 공이 물에 빠져 선수들을 악몽에 시달리게 했다. 지난해에도 69개의 공이 물속에 빠지면서 2007년 이후 최다를 기록했다. 한 가지 더 주목할 점은 라운드별 기록이다. 예선이 끝난 뒤 시작되는 본선 무대에선 3라운드보다 4라운드에서 훨씬 더 많은 공을 집어 삼켰다. 15년 동안 3라운드에서 123개, 4라운드에선 145개를 수장시켰다. 우승과 순위를 다투는 마지막 순간 더 긴장한 선수들을 어김없이 공포로 몰아갔음을 증명한다.

이 홀에서 악몽을 경험한 선수는 그 수가 적지 않다. 2005년 3라운드에서 밥 트웨이는 12오버파를 적어내기도 했다.

하지만 악마처럼 입을 벌리고 있는 17번홀에선 극적인 드라마도 연출됐다. 2011년 최경주와 데이비드 톰스는 연장전까지 승부를 이어갔다. 17번홀에서 치러진 연장 첫 번째 경기에서 둘은 짧은 파 퍼트를 남겼다. 최경주는 1m, 톰스는 1.5m 정도였다. 톰스의 공은 홀 끝을 살짝 스치고 돌아 나왔다. 톰스의 실수를 지켜 본 최경주는 바짝 긴장한 표정으로 퍼트를 준비했다. 아슬아슬하게 빗나갈 것 같았던 공은 홀 안으로 떨어지면서 승부의 마침표를 찍었다. 최경주는 우승으로 171만 달러, 톰스는 준우승 상금 102만6000달러를 가져갔다. 짧은 퍼트 하나를 놓친 대가는 무려 68만4000달러였다.

최경주는 앞서 정규라운드에서도 17번홀에서 극적인 버디를 만들어 내 승부를 연장으로 끌고 갔다. 티샷을 홀 3m에 붙인 뒤 까다로운 내리막 퍼트를 버디로 성공시키면서 주먹을 불끈 쥐었다. 이 버디가 아니었더라면 최경주는 준우승에 만족해야 했다.

2008년 대회에선 세르히오 가르시아가 ‘악마의 홀’에서 웃었다. 최종라운드에선 끈질긴 추격전이 이어졌다. 당시 43세의 베테랑이던 폴 고이도스(미국)과 가르시아의 우승 경쟁이 뜨거웠다. 정규라운드로 승부를 내지 못한 가르시아와 고이도스는 연장으로 승부를 이어갔다. 그리고 둘은 17번홀 티잉 그라운드에 섰다. 가르시아는 티샷을 홀 1.2m에 붙였고, 버디를 놓쳤지만 파를 기록하며 우승에 성공했다.

▶우승을 가른 17번홀의 명승부

17번홀은 우승을 가르는 마지막 승부의 고비다. 공교롭게도 지난 주 한국과 일본 프로골프투어에선 17번홀의 승부가 우승의 주인공을 갈라놨다.

6일 강원도 춘천시 엘리시안 강촌 컨트리클럽에서 열린 KLPGA 투어 교촌 허니 레이디스오픈 마지막 날 4라운드. 2타 차 2위로 선두를 추격하던 김해림은 17번홀에서 7m 거리의 그림 같은 버디 퍼트를 성공시켰다. 선두를 달리던 이다연을 강하게 압박하는 버디였다. 이날 17번홀에서는 버디가 단 2개 밖에 나오지 않았을 정도의 난코스였다. 반면 이다연은 3m를 남기고 친 파 퍼트가 홀을 지나쳤고, 남은 1m 보기 퍼트마저 놓치면서 한 순간 선두에서 내려왔다. 김해림은 17번홀에서의 버디를 발판 삼아 우승을 차지했고, 이 우승으로 KLPGA 투어 역대 4번째 대회 3연속 우승이라는 대기록을 세웠다.

비슷한 시각 일본에서도 17번홀의 기적이 연출됐다. 이바라키현 이바라키 골프클럽에서 열린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 투어의 시즌 첫 번째 메이저 대회 살롱파스컵 월드레이디스 챔피언십에선 한일 상금왕 이정은(22)과 스즈키 아이의 우승 대결에 관심이 쏠렸다. 이정은은 경기 초반까지 우승을 예고했다. 4타 차 선두로 여유가 있었다. 그러나 아이와의 대결에 긴장한 듯 중반 이후 급격한 난조에 빠졌다. 그 사이 신지애의 추격이 거셌다. 한일 상금왕 사이에서 자신 만의 경기를 펼쳐온 신지애는 17번홀(파5)에서 회심의 샷을 날렸다. 약 240야들 남기고 3번 우드로 친 두 번째 샷이 그린 앞에 떨어져 홀 1.5m에 붙었다. 이글 퍼트를 성공시킨 신지애는 순간 단독 선두로 치고 나갔다. 마지막 18번홀에서 모두 보기를 적어내 신지애의 이글은 우승을 결정짓는 ‘클러치 퍼트’가 됐다.

17번홀에서 이 같은 극적인 승부가 많이 연출되는 건 우승을 다투는 긴박한 상황에서 심리적으로 가장 변화가 크기 때문이다. 앞선 선수는 지켜야 하는 부담, 추격하는 입장에선 더 이상 기회가 없기에 공격적으로 승부를 걸어야 한다. 마치 야구의 9회말 2아웃 만루 상황같다.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은 PGA 투어 중 두 번째 큰 규모를 자랑한다. 총상금 1100만 달러에 우승상금은 198만 달러(약 21억3000만원)다. US오픈(총상금 1200만 달러)보다 100만 달러 적지만, 마스터스와 같다. 10일 밤부터 시작된 올해 대회 17번홀에서는 어떤 악몽과 드라마가 펼쳐질지 흥미진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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