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회' 박혁권, "난 전교에서 소문난 연기 꼴등이었다"

  • 등록 2014-04-21 오전 9:49:23

    수정 2014-04-21 오전 9:49:23

‘밀회’ 박혁권.(사진=김정욱기자)
[이데일리 스타in 강민정 기자] TV스타의 방엔 TV가 없다. 배우의 시각엔 다른 배우가 없다. 사람으로서 관계, 남자로서 뜨거운 열정이 있을뿐이다. 배우 박혁권은 그런 사람이었다.

박혁권은 종합편성채널 JTBC 월화 미니시리즈 ‘밀회’에 출연 중이다. 김희애의 극중 남편이자 유아인의 극중 선생 강준형으로 등장하고 있다. 연출을 맡은 안판석 PD와는 7년전 ‘하연거탑’부터 ‘아내의 자격’, ‘세계의 끝’, ‘밀회’까지 네번째 함께 하는 작품이다. 그에 대한 방송가의 믿음은 굳건하다.

박혁권, 이 치열한 리얼리스트여.(샤진=김정욱기자)
왜 그럴까 궁금한 사람이 많을 거다. 안판석 PD는 왜 박혁권과 늘 작업할까. 그와 함께 일했던 스태프는 왜 그의 냄새를 잊지 못할까. 답은 역시 그에게 있었다. 박혁권은 초등학생 시절 어버이날 감사의 편지를 쓰는 것도 힘든 사람이었다.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우러러나오지도 않는 사랑한단 말을 어떻게 쓸 수 있냐는 말이다. 그는 ‘가짜’라는 모든 것에 염증을 느끼는 치밀한 ‘리얼리스트’였다. 거기서 배어나오는 미치도록 자연스러운 모든 말과 행동에 많은 사람들을 중독되고 있었다.

“부던히 노력하는 것 같아요. 지금은 이렇게 말할 수 있죠. 사실 전 말만하고 행동으로 옮기지 않는 사람이었어요. 대학교 다닐 때, 전교에 소문이 났어요. 제일 연기 못하는 애라고요. 심리적 부담이 심했죠. 무대에 서면 떨렸어요. 더 당황스럽고 답답하고. 교수님을 찾아가서 징징거리기도 했고, 얼마나 많은 고민을 했는지 몰라요. 근데, 10년 지나고 그때를 돌아보니까 저는 고민만 했던 거 더라고요. 축구선수가 10년 동안 ‘아 골을 왜 못넣지’ 하면서 연습 구장엔 한번도 나가지 않은 것과 같은거예요.”

“소문난 연기꼴통, 고민만 죽어라 했던 10년의 시간.”(사진=김정욱기자)
박혁권은 그저 웃었다. 그때를 생각하면 답답하다가도 당장 할 수 있는 것들이 있어 다행이란 마음도 든다. 적어도 자신처럼 해매는 후배들에게 “너가 방황할 10년의 시간을 내가 7년으로 줄여줄게”라고 할 수 있으니 말이다.

“확 줄여주진 못하죠, 하하. 먹이는 줄 뿐, 먹는 건 본인 몫이니까요. 배우에겐 연기에 대한 열정을 가르치는 게 최고인 것 같아요. 정답은 없고 모호한 말뿐이긴 하지만, 방법은 있어요. 화술, 화법, 다 공부해야죠. 천재가 아니면 노력해야 돼요. 다만 저는 후배들에게 책으로 공부하고, 배우들 연기보며 모니터링하는 그런 건 하지 말라고 해요. 아니, 연기를 하는 모습을 보고 연기를 배우면 그건 진짜가 아니잖아요. 책이 현실도 아니고요. 진짜를 찾아야죠. 차라리 어느 술자리를 가든, 술은 마시지 말고 옆사람이 말하는 것만 집중해서 봐도 그게 제일 정확한 화법 공부일 거예요. 전, 그렇게 진짜 현실 속에서 노력하고 관찰하라고 말해주고 싶어요.”

“배우에겐 연기의 열정을 가르치는 게 최고다.”(사진=김정욱기자)
박혁권은 실제로 관찰력이 좋았다. 1시간 여의 짧은 인터뷰 중에도 상대방이 손을 어떻게 움직이는지, 어떻게 몸을 트는지, 파악했다. 그리고 그 변화에서 상대의 심리를 읽기도 했다. 갑자기 연기 톤으로 바뀌어 상황극을 꾸미기도 하고, 여하튼 박혁권과의 1시간은 전혀 어색하지 않은 모노드라마를 함께 만들어가는 시간인듯 했다.

“물론, 연기를 하는 데 있어 내가 얼마나 몰입을 하고 드라마를 조금이나마 잘 이끌어갈 수 있는지는 다 다르죠. 늘 만족스러운 연기가 나올 순 없어요. 연식이 있다보니 통장의 잔고가 얼마인지의 문제가 중요할 때도 있고요, 하하. TV를 볼 시간에 나의 삶에 집중하는 게 답인 것 같아요. 그게 ‘카피’를 평생 업으로 삼고 있는 배우가 해야 할 최고의 공부고요. 실제 삶에서 이야기하고, 실제 인물에서 배워야겠죠. 그래서 전 정치에도 관심이 많았고 지금은 교육에도 눈이 가요. 말 통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 삶이 재미있어 지잖아요. 다양한 분야에 견식을 넓혀서 더 다채로운 삶을 살 수 있도록 하는 거죠. 피곤하냐고요? 그게 피곤하게 느껴진다면, 아…. 배우를 그만해야 맞지 않을까요?”

‘밀회’ 속 박혁권의 모습.
안판석 PD의 7년을 함께 하며 남모르게 변화하는 그의 연출 스타일을 지켜보는 게 마냥 행복하다는 박혁권. 로버트 드니로, 매릴 스트립을 보다가도 신구, 김수미, 김혜자와 같은 대배우를 떠올리며 동시대 한국의 TV 속을 빛내는 인물이 될 수 있다는 게 마냥 좋다는 박혁권. 우리는 그런 박혁권을 보는 게 즐겁다. 그를 움직이는 것이 통장의 잔고이건, 자아의 성취이건, 중요하지 않다. 그는 진짜만 보여줄 테니까.

“감히,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쌓였던 기술력을 총동원해 연기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밀회’는 저뿐 아니라 안판석 PD, 그와 함께 일한 스태프, 모든 배우들이 최고의 훌륭한 경지에 올라서 완성하고 있는 작품이라고 자신합니다. 13,14회에서 감독님이 ‘많은 여성분들이 펑펑 울거다’라고 하시던데, 남아있는 이야기들을 더 기대해주세요. 저도 일분 일초, 흐르는 게 아까워하면서 연기하고 있고 ‘본방사수’하고 있으니까요. 저는 제 위치에서 끝까지 작품을 하향평준화 시키는 일이 없도록 부던히 노력하겠습니다, 하하.”
‘밀회’ 속 박혁권은 강준형이란 인물로 다양한 인간관계 속 캐릭터 변주를 완성하며 드라마의 인기를 견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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