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日 노장’ 김병지-미우라의 아름다운 도전

'WC 恨' 맺힌 김병지-미우라
韓·日 리그선 역대 최고 선수로 부족함 없어
  • 등록 2015-02-24 오전 6:16:55

    수정 2015-02-24 오후 6:43:13

△ 김병지. (사진=AFPBBNews)


[이데일리 e뉴스 박종민 기자] “노병은 죽지 않는다” 더글러스 맥아더 전 유엔군 총사령관은 한국전쟁 중이던 지난 1951년 4월 9일 퇴임 연설에서 이같이 말했다. 한·일 축구계에 맥아더 사령관의 메시지를 몸소 실천하는 선수들이 있다. 주인공은 김병지(44·전남 드래곤즈)와 미우라 가즈요시(47·요코하마 FC)다.

김병지와 미우라는 감독을 해야 할 나이에도 유니폼을 벗지 않고 있다. 한국과 일본 축구 역사에서 두 선수는 빼놓을 수 없는 존재다. 동시대 선수로 영광을 함께 했지만, 이들의 기억에는 그만큼 아쉬웠던 순간도 자리하고 있다.

김병지에게 2002년은 어떤 의미로는 뼈아픈 한해였다. 그는 2002 한·일 월드컵서 대표팀이 4강 신화를 거두는 데 일조했으나 ‘주역’이 되지는 못했다. 그 대신 집중 조명을 받았던 선수는 후배 이운재(41)였다. 거스 히딩크 감독은 월드컵 전 대표팀의 주전 골키퍼로 이운재를 낙점했다. 보다 안정적이었다는 게 이유였다.

2001년 홍콩서 열린 칼스버그컵 파라과이전에서 김병지는 하프라인 근처까지 드리블을 시도해 히딩크 감독은 물론 대표팀 스태프들의 눈살을 찌푸리게했다. 결국 히딩크 감독은 후반 시작과 함께 골키퍼를 교체했다. 이 경기를 기점으로 대표팀 주전 골키퍼 경쟁 ‘승리의 추’는 급격히 이운재 쪽으로 기울었다.

한국 축구 역대 최고의 골키퍼 중 한 명으로 꼽히는 김병지는 한 번의 ‘패기(드리블)’로 결국 세계무대서 크게 조명받을 기회를 날려버렸다.

그 시절 일본 축구의 버팀목은 ‘카즈’ 미우라였다. 1990년대 한·일전을 빠짐없이 챙겨본 이들은 미우라의 존재감을 잘 알고 있다. ‘캡틴’ 이하라 마사미와 간판 미드필더(MF) 나나미 히로시 등과 함께 뛰던 당시 미우라는 일본 축구의 영웅을 넘어 ‘혼(魂)’으로 까지 불렸다.

△ 미우라. (사진=AFPBBNews)


나카타 히데토시(38)가 일본 축구선수 ‘해외진출의 길’을 넓혔다면 미우라는 포문을 연 선수였다. 브라질 유학파 1세대인 그는 1994-1995시즌 이탈리아 세리에A 제노아에서 뛴 적이 있다. 한국에 황선홍이 있었다면 일본에는 미우라가 있었다. 그만큼 특급 스트라이커였다.

일본 축구의 상징적인 존재였던 미우라는 하지만, 유독 월드컵과는 인연을 맺지 못했다. 그는 A매치 89경기에 나서 55골을 터뜨렸으나 월드컵 본선 무대를 끝내 밟지 못했다. 그는 자국 언론과 인터뷰를 할 때면 으레 월드컵 본선 무대의 꿈을 이야기하곤 한다. 지난해 브라질 월드컵 직전까지 대표팀 승선을 노렸던 그다. 그의 나이는 46세였다.

2002 한·일 월드컵 4강 신화의 주역이 되지는 못했으나 김병지는 K리그 역대 최고 선수에 도전하고 있다. 1992년 프로에 입문한 김병지는 지난 시즌까지 679경기를 뛰었다. 23년간 한 시즌도 거르지 않았으며 ‘악동 기질’에도 퇴장당한 적이 없다. 1998년과 2000년에는 골키퍼로서 각각 1, 2골을 넣기도 했다.

김병지는 지난해 11월 상주 상무전서 만 44세 7개월 14일의 나이로 그라운드에 서며 역대 최고령 출전 기록(종전 신의손)을 경신했다. 그는 K리그 개막을 앞두고 700경기 출전에 대한 포부를 드러냈다. 부상만 당하지 않는다면 이번 시즌 그는 대망의 700경기 출전 기록을 세울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미우라는 지난해 12월 소속팀 요코하마와 재계약에 성공했다. 1986년 브라질 산토스 유니폼을 입고 프로에 입문한 그는 내년이면 만 30년간 현역 생활을 유지한 것이 된다. 비록 J2(2부리그)서 뛰고 있으나 쉰이 가까운 나이에 프로생활을 하는 것만으로 미우라는 존경받아 마땅하다.

그는 월드컵 본선 무대를 밟지 못한 ‘한(恨)’으로 여기까지 왔다. 미우라는 지난 1월 방송된 후지테레비 한 프로그램에 출연해 60대에도 현역생활을 하고 싶다고 밝혔다.

김병지와 미우라는 기나긴 축구 인생에서 커다란 콤플렉스 하나씩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꾸준함’으로 그것을 극복했다. 2002 한·일 월드컵 세대가 거의 다 은퇴한 상황이지만 김병지의 질주는 계속되고 있다. 미우라는 자신과 비견되던 후배 나카타보다 더 오래 그라운드를 밟고 있다.

“강한 자가 살아남는 게 아니라 살아남는 자가 강하다”는 말은 아직 유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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