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성 500만]① "현혹되지 말랬더니 500만이나 넘어와 부렀네~"

  • 등록 2016-05-27 오전 6:30:00

    수정 2016-05-27 오전 8:39:32

‘곡성’ 스틸
[이데일리 스타in 박미애 기자]“정말 최선을 다했습니다.”

한 달 전 일이다. 나홍진 감독은 ‘곡성’의 제작보고회에서 ‘최선을 다했다’고 말했다. 기억에 행사 시작할 때 한 번, 끝날 때 한 번이었다. 짧은 말에 꾹꾹 눌러 담은 진심이 묻어났다.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고 그의 최선은 관객에 통했다. 26일 국내에서 500만명을 넘겼다. 칸에서도 낭보가 전해졌다. ‘곡성’이 경쟁이 아닌 비경쟁에 초청된 것을 의아히 여기며 극찬을 쏟아냈다. 한국영화의 성장을 확인한 순간이었다.

◇‘곡성’은 이렇게 만들어졌다

나홍진 감독은 ‘추격자’(2008) ‘황해’(2010) 두 작품을 성공시키며 한국형 스릴러의 독보적인 위치에 올랐다. 당연히 팬들은 그의 세 번째 작품을 기다렸지만 ‘곡성’이 세상 밖으로 나오기까지 무려 6년의 시간이 걸렸다. ‘곡성’은 시나리오 작업에만 2년 8개월, 로케이션 촬영 6개월, 후반작업 1년을 거쳐 완성됐다.

‘곡성’의 시작은 나홍진 감독이 ‘황해’ 이후 겪은 가까운 지인의 죽음이 하나의 계기가 됐다. ‘추격자’나 ‘황해’는 사건과 가해자에 포커스에 둔 작품이었다. 나홍진 감독은 “가해자가 어떤 상황과 어떤 심리에서 피해자를 양산해내느냐에 집중했지, 피해자가 왜 당해야 하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부족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떤 불행이든 피해자들 입장에서 사건을 한 번 바라봐야 하며, 왜 그(또는 그녀)여야 했는지에 대해 고민을 하면서 영화가 시작됐다”고 밝혔다.

보통 영화가 3~4개월 촬영한다. 2~3일 찍고 하루 쉬고 하는 식이다. ‘곡성’은 150회차가 넘는다. 거의 쉼 없이 촬영했다. 촬영이 얼마나 빡셌을지 짐작되고도 남는다. 한 예로 후반부 중구(곽도원 분)와 친구들이 우물을 사이에 두고 춘배와 육탄전을 하는 장면에서 우물 이쪽에서 저쪽으로 한 번 옮겨가는 데에만 3일이 걸렸다.

‘곡성’은 나홍진 감독이 피해자에 관심을 기울인 영화고, 그는 그들에게 ‘위로’를 전하고 싶었다. 나홍진 감독은 “어떤 사고(또는 사건)로 한 사람이 죽었다. 그 사람이 왜 죽었냐고 묻는다면 사고를 이유로 댈 수 있겠지만, 더 깊이 들어가서 그 사람이 왜 그 사고를 당했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설명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래서 종교를 끌어들였다. ‘곡성’은 종교를 통해 인간의 상식을 초월하는 비현실적인 세계로까지 이야기가 확장된다. “(죽음은) 우리가 사람이니까, 인간이니까 겪는 어쩔 수 없는 일인 것 같다. 그 아픔을 직접 겪어보지 못했지만 그 아픔을 이해하기 위해 수년간 고민했고 ‘곡성’은 그 끝에 만든 영화다”고 말했다.

나홍진 감독
◇‘곡성’은 어떻게 500만 관객을 홀렸나

요즘 흥행하는 영화에는 일정한 공식이 보인다. 입소문이다. ‘곡성’도 형식은 입소문인데 내용은 완전히 다르다. ‘봤는데 재미있다→추천’으로 이어지는 게 아니라 ‘봤는데도 모르겠다→호기심’을 부추기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일본인 외지인(쿠니무라 준 분)과 무명(천우희 분)의 정체다. 신이다 악마다, 기독교적인 신이다, 토속적인 신이다 등 의견이 분분하다. ‘곡성’이 개봉한 후 블로그나 SNS에는 영화의 곳곳에 숨어있는 메타포나 맥거핀을 찾아내며 어떤 의미가 있는지 또는 없는지를 발견하고 찾으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의문이 재관람으로, 영화에 대한 의견 또는 정보 교환이 영화를 보지 않은 사람에게까지 호기심을 주며 영화에 대한 관심을 끊임없이 유발하고 있다. “해석은 관객의 몫”이라며 입을 다문 나홍진 감독의 침묵도 호기심을 부추기는데 한 몫 했다.

호기심은 자연스럽게 관객의 지적욕구를 건드렸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감독이 던진 화두에 관객이 동참해 같이 답을 찾고 있다”며 “답을 찾는 모습이 마치 게임을 하듯 즐기는 것 같다”며 설명했다.

▶ 관련기사 ◀
☞ [곡성 500만]②"봤는데도 모르겠네. 맥거핀이 뭐라고~"
☞ [곡성 500만]③유근기 곡성 군수 "섬진강 물길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
☞ [곡성 500만]④곽도원 "첫 주연, 주마등처럼 경험 떠올라 울컥"
☞ [드라마 CG의 진화]①놀림받던 드라마CG의 '환골탈태'
☞ [드라마 CG의 진화]③'녹색눈'에서 시작한 기술력, 천재지변까지 왔다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빠빠 빨간맛~♬
  • 이부진, 장미란과 '호호'
  • 홈런 신기록
  • 그림 같은 티샷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