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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C 다이노스 투수 이태양과 넥센 히어로즈 외야수 문우람으로부터 시작된 승부 조작 파문은 이제 그 불씨에 막 불이 붙기 시작했다. KBO는 이태양-문우람 사건이 터진 뒤 오는 8월 12일까지 3주간 선수단과 구단 임직원을 비롯한 프로야구 관계자들에게서 자진 신고 및 제보를 받기로 했다. KBO는 해당 기간 자진 신고한 당사자는 영구 실격시키지 않고 사안에 따라 2~3년간 관찰기간을 두고 추후 복귀 등 방식으로 제재를 감경해주며, 신고 또는 제보자에게는 포상금(최대 1억 원)을 주기로 했다. 유창식은 이에 대한 첫 번째 사례다.
기존 KBO 공정센터를 확대한 ‘KBO 클린베이스볼센터’를 신설했다. 이곳에서는 암행감찰관과 조사위원회를 운영하며 각종 교육과 경기 모니터링 업무를 담당한다. 여기에 경기모니터링을 대폭 강화하기로 했다. KBO는 2012년 이후 전 경기를 대상으로 부정행위 조사를 진행한다. 1회 선두타자 볼넷 출루 경기, 4회까지 양팀 합계 6점 이상 경기 등 베팅 패턴을 연구해 영상을 모니터링한 후 이상 징후가 포착되면 조사를 하고 필요할 때는 수사도 의뢰할 계획이다.
올바르게 시행만 된다면 승부조작을 뿌리 뽑는데 적지 않은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의지다. 어떻게든 이번에 싹을 자르고 가겠다는 강경한 자세가 끝까지 유지돼야 한다. 4년 전 박현준-김성현 사태 때 처럼 큰 불만 피하고 보자는 식의 발상은 더 큰 화를 자초할 뿐이다.
승부 조작 파문이 일어나자 전.현직을 가리지 않고 “나도 그런 제의를 받은 적이 있다”는 증언이 나오고 있다. 또한 승부 조작의 검은 손이 금전적으로 몰려 있는 선수들을 중점적으로 노렸다는 제보도 나오고 있다. 전직 선수 연루설까지 이어지고 있는 형국이다.
이 참에 모든 것을 털고 가야 한다. 더 이상 승부조작이 발을 붙이지 못하도록 있는 힘을 다해야 한다. 일각에선 너무 파장이 크게 일어나면 프로야구의 근간이 흔들릴 수 있다고 걱정한다. 겨우 쌓아 놓은 인기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하지만 작은 것에 집착해 더 큰 것을 잃는 우를 범해선 안된다. 잃는 것이 크다 하더라도 문제를 안고 가는 건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좋은 예도 있다. 지난 2004년 프로야구 병역비리 사건이 그것이다. 당시 8개 구단에서 무려 50여명의 선수가 연루돼 충격을 안겨줬다. 팀 운영이 어려워질 정도라는 지적이 나왔다.
물론 여진은 있었다. 프로야구는 깊은 암흑 속으로 빠져들어갔다. 하지만 병역 문제가 깨끗하게 해결되고 경찰청 야구단이 창설되는 등 분위기가 달라지자 싸늘하게 식었던 팬들의 시선도 조금씩 따뜻하게 변했다. 이후 각 구단은 병역 해결을 위한 매뉴얼을 만들고 그에 따라 팀을 운영하고 있다.
당장의 위기는 두려움을 갖게 한다. 하지만 이번에야 말로 승부조작이 발을 붙이지 못하도록 발본색원해야 한다. 그 부정한 뿌리의 끝에 한국 야구의 생명줄이 걸려 있음을 잊어선 안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