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환 “한국의 존슨 형제 되면 좋겠지만…동생도 꿈 찾아가야죠”

  • 등록 2017-06-22 오전 7:44:23

    수정 2017-06-22 오전 7:44:23

이정환(오른쪽)과 동생 이정훈씨가 18일 열린 한국프로골프 코리안투어(KGT) 2017 카이도 골든 V1 오픈에서 우승을 차지한 후 트로피를 들고 사진 촬영에 응하고 있다.(사진=KPGA)
[이데일리 스타in 조희찬 기자] ‘아, 또 승혁이 형이랑 연장이라니…’

18일 열린 한국프로골프 코리안투어(KGT) 2017 카이도 골든 V1 오픈 연장 첫 번째 홀. 18번홀 티잉 그라운드로 향하는 이정환(26)의 머릿속이 하얘졌다. 상대는 바로 전 주 연장전에서 그를 꺾고 우승한 김승혁(31)이었다.

다시 만난다면 절대 지지 않을 거라고 수십 번 다짐했던 상대였다. 그러나 1주일 만에 기회가 찾아올 줄은 몰랐다. KGT 최초로 성사된 2개 대회 연속 같은 선수 간의 연장전이었다. 긴장감에 어깨가 축 처지는 순간 이정환의 캐디가 그의 어깨를 한 번 툭 치며 말했다. “형, 뭐시 힘들다고 그런데?”

이정환은 21일 이데일리와 인터뷰에서 지난주 2017 카이도 골든 V1 오픈에서 연장 승부 끝에 생애 첫 우승을 차지한 비결로 올해부터 백을 메고 있는 캐디이자 친동생인 이정훈(23)씨를 꼽았다. 이정환은 “동생이 군 전역 후 복학하기 전까지 할 아르바이트를 구하고 있었고 내가 먼저 캐디를 제안했다”고 말했다.

‘아르바이트생’ 이정훈 씨가 필드 위에서 하는 일은 단순하다. 그는 어릴 때 일찌감치 골프클럽을 내려놓아 골프를 잘 아는 편은 아니다. 가끔 바람 방향을 읽는 것을 도와주거나 이정환이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이면 전라도 사투리로 ‘뭣이 위기여’라고 한 마디 툭 던지는 게 전부다. 하지만 이정환에겐 동생이 옆에 서 있는 것만으로도 힘을 얻는다고 말한다. 7년 동안 참가한 65번째 대회 만에 첫 우승을 할 수 있었던 것도 동생이 가져다준 심리적 안정감이 비결이었다.

이정환은 “동생에게 기술적으로 도움을 받는 것은 딱히 없다”면서도 “정훈이가 옆에 있으면 마음이 편안해지고 동생이 툭툭 던지는 한 마디에 정신이 번쩍 들 때가 많다”고 말했다.

이정환은 동생과의 찰떡궁합 호흡으로 최고의 시즌을 보내고 있다. 올해 6개 대회에서 컷 탈락은 한 번도 없었다. 우승 한차례, 준우승 한차례, 톱10 입상만 네차례다. 가장 좋지 않은 성적이 동부화재 프로미오픈에서 기록한 공동 21위였다.

결과만 놓고 보면 이정훈씨의 전문 캐디 전업을 고려해 볼만하다. 더스틴 존슨(미국)도 캐디이자 친동생인 오스틴 존슨과 함께 세계랭킹 1위에 오를 수 있었다. 그러나 이정환은 “동생의 ‘캐디 알바’는 동생이 복학하는 9월께 끝날 것 같다”며 “동생이 학교에 복학해야하고 또 약사의 꿈을 키우고 있어 아쉽지만 보내줘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정환은 동생이 떠나기 전 수당 외 ‘인센티브’를 두둑이 챙겨줄 예정이다. 이미 동생의 다음 학기 학비를 내주기로 약속했다. 이정환은 “단기간 아르바이트로 한 학기를 벌었으니 동생에겐 엄청난 ‘고액 알바’였다”면서도 “학비 이상의 돈은 필요하지 않다며 내가 준 돈을 받지 않으려는 동생이 기특하다”고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이정환은 22일부터 나흘간 경남 양산의 에이원컨트리클럽 남·서코스에서 열리는 ‘제60회 KPGA 선수권대회 with A-ONE CC’ (총상금 10억원·우승상금 2억원)에서 2주 연속 우승에 도전한다. 이정환은 이미 제네시스 포인트에서 최진호(33)를 밀어내며 선두에 올라 있다. 이번 대회에서 우승하면 다른 선수들의 결과에 따라 상금순위에서도 1위로 도약할 수 있다.

이정환은 “최근 샷 감이 정말 좋아 동생이 백을 메줄 때 1승이라도 더 챙겨놓겠다”며 “고생하고 있는 동생에게 맛있는 것을 많이 사주는 대신 이번 주도 제대로 일을 시켜 우승을 따내겠다”고 껄껄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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